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일행이 29일 하회마을 충효당에서 받은 오찬상은 하회마을 풍산 류씨 종가음식으로 차려졌다.
지난해 풍산 류씨 종부가 된 이혜영(57)씨가 손수 마련했다. 종부자리를 물려준 최소희 노종부가 직접 감독(?)하며 거들고 챙겼다. 풍산 류씨 출신인 류현미 식문화세계교류협회 대표와 하회마을 안식구들이 총동원돼 이른 아침부터 장만했다. 반총장을 비롯 귀빈 18명과 유엔 사무처 수행원 등 45명의 상을 봤다.
점심상에 오른 메뉴는 풍산 류씨의 대표음식인 수란과 사연지(백김치)를 비롯 문어숙회, 너비아니구이, 전복구이, 고추찜, 각색지짐, 황태보푸림, 탕평채, 3색나물(채소), 청포김치, 나물국으로 이뤄졌다.
수란은 잣국물에 끓는 물에 겉만 살짝 익혀 만든 반숙계란을 넣고 게살과 전복, 문어 등을 웃기로 올린 풍산 류씨 종가의 대표음식이다. 수란은 종가 종부가 꼭 배워야할 음식으로 꼽히나 만들기가 어려운 요리로 알려져 있다. 류성룡 선생 종가의 대표적인 음식으로 노종부 최씨가 귀한 손님이 오실 때 내는 건강음식이다.
문어는 예부터 안동에서 봉제사 접빈객의 최고 음식으로 친다. 문어의 문은 글월 문자로 양반고기라 부르고 있다. 학문을 즐기고 숭상하는 안동사람들의 정신문화를 잘 표현하는 음식이다.
보푸림은 안동지역에서만 내려오는 전통음식으로 안동에서는 봉제사를 받들 때 대구포를 사용하는데 이 때 제사에 사용한 대구포를 두드려 솜처럼 만든뒤 약간의 간만 살짝 한 음식이다. 이날 반총장의 오찬상에는 대구포 대신 북어포가 올랐다.
사연지는 안동의 향토음식이며 제사음식으로 쓰인다. 설까지 먹을 수 있는 김치로 실고추와 해산물로 맛을 내고 연분홍의 김칫국물과 시원한 맛이 특징이다.
이날 오찬에 선보인 음식은 대부분이 고춧가루를 사용하지 않은 맑은 음식으로 양반들의 기개와 가장 한국적이고 안동 고유의 유교 전통 사상을 잘 표현했다.
경북 안동 하회마을 풍산 류씨 종부 이혜영씨는 “서애 종가에서 내려오는 전통의 건강식 상차림에 접빈객에 대한 존경과 배려를 담은 양반가의 소박한 점심밥상을 준비했다”며 “귀빈들에게 반가접빈상인 1인상(외상)을 처음으로 시도했다”고 말했다.
최세호 기자 seh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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