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석의 세계지리산책 : 쿠르드의 석유

지역내일 2016-01-15

지금 우리가 공부를 하고 있는 중동의 국가들, 터키 시리아 이라크 이란 레바논 요르단 이스라엘 사우디 쿠웨이트가 어떻게 민족국가로 등장하게 되었는가는 우연의 경우가 더 많다. 필연으로 돌아가는 역사가 있을까. 한국의 역사는 왕국으로 신라 1천년, 고려 474년, 조선 505년으로 단일민족으로 이어져 왔다. 

그러나 중동의 국가들은 민족국가(nation state)로 100년의 역사를 가진 국가가 없다. 어느 국가이든 단일 민족국가는 생각도 못한다. 중동지역을 지배하는 제국에 편입됐다가 또 다른 제국의 손에 넘어갔다. 수메르 바빌로니아 페르시아 그리스 아랍 몽골 오스만 대영제국의 지배 아래 있었다. 

제국 속에서 민족이 혼재해 살았다. 따라서 우리 역사를 보는 눈으로 중동을 보면 차이가 있다. 마지막 오스만제국이 붕괴되면서 현지에 살던 민족들은 각각 국가를 만들었다. 터키 시리아 요르단 레바논 이스라엘 이라크가 그렇다. 민족도 영토 국가도 유동적이었다.
 
땅도 있고 민족도 있지만 국가가 없는 그들
불행히도 쿠르드족만은 살고 있는 땅도 있고 민족도 있지만, 온전한 민족국가를 만들지 못하고 다른 민족국가에 편입되어 살아야 했다. 터키 이라크 이란 시리아에 흩어져 살고 있는 인구가 3천만명이 넘는다. 민족규모는 독립국가인 터키 이란 이라크 다음으로 덩치가 크다. 독립을 수없이 시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흩어져 살면서 어떻게 고유한 언어와 문화를 갖고 살 수 있었을까? 오스만제국이 지배하자 쿠르드족은 평야지역에서 쫓겨나 터키 동부 산지와 이란의 서부에 자고로스(Zagoros)산맥으로 들어가 유목생활을 하며 살았다. 쿠르드족은 아랍어로 ‘산족(山族)’이란 뜻이다.
  
중동 국가의 독립과 세계열강
중동의 국가들은 마지막 제국인 영국과의 관계 속에서 독립을 획득했다. 쿠르드도 영국과 독립을 약속받았고, 이란과 이라크 사이의 전쟁 때(1980~1988) 이란을 도왔다. 이란은   쿠르드족의 독립을 약속했다. 후세인 정권은 이라크의 쿠르드족이 적대국인 이란을 도와 전쟁을 했다고 해서 아르빌 지역의 쿠르드족에 대해 독가스를 사용하여 대량학살을 했다. 또 미국과 이라크 전쟁 때 쿠르드족은 적극적으로 미국을 도왔다. 전쟁은 끝났고, 미국의 도움으로 이라크에는 새로운 친미정권이 태어났다. 쿠르드족의 사후를 보장했다.
 
죽음에 맞서는 페쉬메르가
이라크 안에는 사실상 두 개의 정부가 존재한다. 그래서 이라크에는 두 개의 군대가 존재한다. 하나는 이라크 정규군이고, 또 하나는 쿠르드족 자치 군대이다. 이라크 쿠르드족 자치정부는 신헌법에 보장되어있다. 독립국은 군대와 외교를 갖게 되면 제구실을 한다. 하나는 이라크 정부군이고, 다른 하나는 쿠르드족 자치주의 군대 ‘페쉬메르가(Peshmerga)’를 갖고 있다. 

‘Pesh’는 맞선다 ‘Merga’은 죽음을 의미한다. 즉 ‘페쉬메르가’는 결사대란 뜻이다. 이라크의 군대가 쿠르드족 자치구에 들어가지 못한다. 자치 군대가 있기 때문이다. 재정은  석유를 팔아 확보한다. 군대는 8만명에서 25만명까지 추정하고 있다. 정확한 숫자는 모른다. 정규군이라기보다 게릴라부대로 편성됐다. 때로는 민간인이 되었다가 군인이 되기도 해서 ‘유령의 군대(Ghost soldier)’라고도 한다. 지지하는 정당에 따라서 군대도 양분되어 있다. 이라크 정규군 사이의 전쟁에서 영토를 지켜냈다.  
 
한국, 참전의 대가를 받다
이라크의 쿠르드 자치정부 지역은 약 7만8천㎢이고 인구는 835만명이다. 두혹(Dohuk)주 아르빌(Erbil)주 술래마니아(Sulaymaniyah) 3개 주이다. 이라크의 북서부다. 지역 자원은 석유이다. 추정매장량이 45억배럴이고 많은 유전이 있다. 영국이 지배할 때 쿠르드 자치령내의 킬쿡(Kirkuk)에서 터키의 동남해안의 항구 세한(Ceyhan)까지 970km, 직경1m의 송유관이 1930년부터 건설됐다. 송유관을 통해 쿠르드족은 하루 150만배럴의 기름을 보내고 현금을 받는다. 

자치정부의 생명선이다. 또 도훅과 타크타크 유전에도 송유관이 연결되어 있다. 석유는 쿠르드 자치정부의 유일한 수입이다. 모술지역을 점령하고 있는 IS도 송유관을 통해 생산된 석유를 밀매하고 있다. IS는 송유관과 댐을 볼모로 잡고 있다. 아르빌은 한국군이 이라크를 위해 주둔했던 곳이다. 포스코 건설이 아르빌 북쪽 10km 지점 카바트에 건설공사를 7억불에 수주하여 중유발전소를 건설하고 있다. 건설현장에는 한국인 엔지니어 20명이 있고, 터키 노동자 1500명이 있다. 하청공사를 두고 터키와 쿠르드족 간에 갈등이 있다. 한국의 이미지가 나쁘지 않다. 참전한 대가를 받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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