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1일은 둘(2)이 하나(1) 되는 부부의 날입니다. 자라온 환경이 다른 남녀가 부부라는 인연으로 이어져 함께 살다보면 상처 주는 말로 마음에 생채기를 내기도 하지만 ‘그 놈의 정 때문에’ 평생을 믿고 의지하며 살아갑니다. 부부의 날을 맞아 남편들이 드디어 무거운 입을 열고 아내에 대한 고마움을 고백했습니다. 평소 쑥스러워 전하지 못했던 아내에 대한 고마움을 지면으로 들어봅니다.
리포터 공동취재
“사업 어려웠을 때 공부방 열고 도와줘서 고맙소”
대기업을 관두고 사업을 시작한다 했을 때 믿어주고 응원해줘서 고마웠소. 물론 사업이 잘 될 때도 있었지만 바닥까지 쳤을 때 생활비며 아이들 학원비로 맘고생이 많았지. 그때 한 번도 투정부리지 않고 집안 대소사에 아이들 교육까지 모든 걸 알아서 처리해줘서 고맙소. 한편으로 미안한 마음이 가득했지만 한 번도 표현하지 못해 미안했소.
사업이 많이 안 좋아졌을 때 당신이 공부방을 시작해 아이들 학비와 생활비를 충당하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면서 안쓰럽기도 했지만 자랑스럽기도 했다오. 사업이 어렵다보니 아이들에게 신경 쓸 여력이 없어 챙기지 못했을 때도 당신이 큰 아이가 도시 디자인을 전공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고 작은 아들 대입 준비까지 혼자 감당했잖소.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미안한 마음에 가슴 한 편이 아려오지만 당신이 슬기롭게 대처해줘서 지금 아이들이 이렇게 행복하게 자신의 꿈을 찾아 맘껏 일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한다오.
김재호(목3동, 54)
“어머니, 아버지, 누나에게 감사편지 써 줘서 고마워”
시댁 식구와 여행가는 거 쉽지 않은데 대구 근대 골목투어를 흔쾌히 함께 가 줘서 고마워. 애들 건사하기도 힘들 텐데 시어머니에 시아버지, 시누이까지 다 챙기면서도 인상 한 번 구기지 않고 즐겁게 말해줬잖아. 그중에서도 이상화 고택 앞에서 1년 뒤에 도착하는 느린 우체통에 생각지도 않았는데 우리 어머니, 아버지와 누나에게 감사편지 쓴 건 완전 감동이었어. 어머니 아버지가 지금도 그 편지로 며느리 자랑을 하시잖아.
피곤한데 졸린 눈 비벼가며 아침 밥 꼬박꼬박 차려주고 하루 잘 보내라고 출근길에 잊지 않고 뽀뽀해주는 거 늘 감사하게 생각해. 결혼 14년 차 이제 지겨울 만도 한데 여전히 신혼처럼 살갑게 대해줘서 고맙고. 남편 기죽지 말라고 지갑에 말없이 5만 원 넣어두는 거 알고 있어. 늘 표현하고 싶었지만 이번 참에 고맙다는 말, 머쓱하지만 사랑한다는 말 전하고 싶어. 고마워, 늘 옆에 있어줘서. 시간 내서 둘이서 오붓하게 별 다방에서 자바칩프라푸치노 한 잔 마시며 대화시간을 갖자~
조성욱(등촌2동, 41)
“희망 가지고 내일을 준비하자고 격려해줘서 고맙소”
갑자기 당신이 배가 아파 큰 병인줄 알고 병원에 갔을 때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오. 혹 내가 고생시켜 그러지 않나 안쓰러웠다오. 다행이 큰 병은 아니고 대장에 생긴 염증으로 지금까지 치료를 받는 당신을 보며 마음 한 편이 짠하다오. 오래 살다보니 이제 그런 맘이 이심전심으로 전해지는 것 아닌가 하오.
평소 술 많이 먹어서 미안하오. 자제하려고 하는데 자꾸 술을 마실 상황들이 생기네. 지난 봄에는 술이 억수로 취해서 집에서 토한 적이 있었지. 아침에 일어나 치우긴 했는데 몰아붙이지 않고 조용히 넘어가주니 고맙고 더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오.
요즘 경기가 안 좋아 영업 실적이 부진하지만 “희망을 가지고 내일을 준비하자”고 격려해줘서 고맙소. 돈 안 벌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소. 나도 돈 많이 벌어 마누라, 자식 호강시켜주고 싶은데 그게 어디 내 맘 대로 되겠소. 그런 사정 잘 이해해주고 긍정적으로 말해주니 더 고마운 마음뿐이라오.
하승언(목4동, 56)
“당신밖에 없어 라고 말해주어 고맙소”
동부간선도로 청담대로 위를 달리고 있을 때 여러 가지로 한참 힘들고 지쳐 있었다오. 그 때 당신에게 전화가 왔소. 무슨 얘기를 했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당신이 “나랑 애들한테는 당신밖에 없어”라고 말해주었을 때 울컥하며 코끝이 찡해오고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오. 가슴이 먹먹해짐을 느끼며 하루의 고단함이 녹아내렸고 당신에 대한 무한 감동을 느꼈다오. 지금도 그 도로를 지나가면 그때의 그 감동이 밀려온다오. 한 번도 표현하지 않았지만 고맙고 기분 좋아지는 말이라오.
우리 아이들 용준, 희준, 민성, 민수를 낳아주고 잘 키워줘서 고맙소. 아들 넷 낳고 건사하기도 버거울 텐데 언제든 통화 중에 “당신 곁에 내가 있잖아” 말해주고 힘든 내색 하지 않아서 고맙소. 언제나 나를 믿어주고 무한 신뢰를 보내주는 당신, 믿고 살아주는 지금이 당신에게 미안하고 고맙기만 할 뿐이라오.
선광우(신정3동, 47)
“집안 경제를 책임지게 된 아내, 고마워요”
작지만 탄탄한 중소기업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경기가 어려워져 회사 운영이 많이 어려워졌어요. 직원들 월급주기도 빠듯해 집안에 생활비를 제대로 가져다주지 못한 때가 많아졌어요. 회사를 살리는 게 우선이다 싶어 정신없이 알아보러 다니느라 집안은 신경을 쓰지 못했는데 아내는 늘 기운 잃지 말라면서 격려를 해주더군요. 알고 보니 아내는 동네 빵집에서 일을 시작했더군요. 생활비는 걱정하지 말라면서 같이 벌면 된다고 씩씩하게 말하는 아내가 너무 고마웠어요. 아이들만 키우고 생활비 받아서 살림만 하던 사람이 안 해 보던 일하느라 힘든지 밤에 코까지 골고 곯아떨어지는 걸 보면 안쓰럽고 미안하지만 어려운 순간에도 곁에서 늘 힘이 되 주는 아내가 든든하고 고맙기만 합니다.
정범식(목동/47세)
“아이 셋을 혼자 키우게 된 아내, 사랑해요”
다니고 있는 회사가 1년에 한 번씩 새롭게 발령을 내고 있는데 늘 대상자에서 비껴가고 한자리에서 아무 변화가 없어 방심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올해 갑자기 남해로 발령이 나게 돼 3월에 급히 내려가게 되었어요. 우리 가족은 아이가 3명입니다. 초,중,고교생이 모두 있는데다가 개구쟁이 아들들이라서 아내가 키우면서 고생을 했어요. 고등학생 아들은 학업으로 부쩍 신경이 쓰이고 중학생 아들은 이제 막 시작한 사춘기로 애를 먹이고 있습니다. 놀기 좋아하는 초등학생 막내는 아내 눈을 피해 숙제도 안하고 놀러 다니기만 합니다. 이런 말썽꾸러기 삼형제를 혼자 아내에게 맡겨두고 가려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더군요. 맡은 일의 특성상 일주일에 한 번씩 서울에 올라가기도 힘들어 3주 만에 가게 되는 경우도 있었어요. 3월 학기 초나 4월 중간고사 시험 등 이것저것 의논도 못하고 말썽꾸러기들 혼자 키우고 있는 아내에게 정말 고마운 마음입니다.
신형석(신정동/51세)
“시어머니 잘 모시는 아내, 고마워요”
어머니께서는 작년부터 부쩍 거동이 힘드시고 약해지셔서 걱정을 많이 하고 있었어요. 혼자 시골에서 지내고 계시는데다가 우울증도 생기신 것 같아서 여간 마음이 쓰이지 않았어요. 아들이라도 일에 바쁘고 피곤하다보면 연락드리는 것도 잊어버리기 일쑤인데 아내는 거의 매일 전화를 드리고 저에게 소식을 전해 놀랐어요. 건강검진이 잡히면 바로 올라오시면 힘드시다고 일주일전에 오시게 해서 쇼핑도 하고 맛 집도 모시고 가면서 조금이라도 덜 힘드시게 하고 즐겁게 만들어 드리려고 애쓰는 아내에게 정말 고마웠어요. 특히 이번 5월 연휴에는 일주일동안 서울 구석구석 다니면서 구경을 시켜드리고 말동무를 해 드리는 걸 보고 아내의 손을 잡으며 저절로 고맙다는 말이 나오더라고요.
박찬아(목동/48세)
“명퇴 등 삶의 어려운 고비마다 잘 견뎌줘서 고마워요”
아내한테는 항상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죠. 특별히 생각나는 것은 첫 직장에서 명예퇴직을 하고 제2의 직업을 찾기까지 3년이라는 적지 않은 공백 기간이 있었어요. 가장이 하루아침에 집에 있으니 아내와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었죠. 아이들도 아직 학교에 다니고 여러모로 어려운 시기였는데 아내가 배달 일을 시작해 생계를 이어갔어요.
그때 직장에서 쫓겨났다는 자괴감과 재취업의 어려움 때문에 정말 힘들었는데 생각해 보면 그나마 아내가 중심을 잡고 버텨줬기 때문에 지금의 가정이 유지되지 않았나 싶어요. 몇 년 전에는 제가 건강검진 결과 안 좋은 점을 발견해 며칠간 입원을 한 적이 있었어요. 건강을 잃으니 여러 가지 생각이 다 들더군요. 그때도 한결같이 간호해주고 다독여줘서 건강을 되찾았어요. 이제 2년 뒤면 정년퇴직인데 아내와 함께 서울 둘레길을 걸으며 남은 인생을 여유롭게 보내고 싶어요.
-이명선씨(강서구 마곡동·59세)
“불안증세의 딸 아이를 헌신적으로 돌보는 아내가 대견해요”
저희 부부에게는 이제 19개월이 막 지난 딸아이가 하나 있어요. 신생아일 때부터 보건소에서 관찰대상에 올릴 만큼 심리적으로 불안한 아이였어요. 매일 밤마다 보채면서 울고 안아주지 않으면 잠도 자지 않는 아이여서 아내가 참 고생이 많았어요. 아이를 낳을 때에도 난산이어서 아내가 무척 힘들었거든요. 자기 몸도 힘든데 불안 증세를 보이는 신생아를 정성을 다해 돌보는 아내의 모습에서 많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어머니는 정말 위대하다고요.
지금은 보건소에서도 우수사례로 꼽을 만큼 아이가 안정을 찾았어요. 원래 강의를 하던 아내가 어린 딸아이를 돌보기 위해 일도 잠시 멈추고 육아에 전념하는 점도 고맙게 생각하죠. 그래서 여자는 약하지만 엄마는 강하다는 옛말이 있나 봐요.
-이주현씨(양천구 신정동·37세)
“같은 매장에서 일하면서 조언 아끼지 않아요 ”
저희 부부는 24시간 붙어 있죠. 저는 가방 디자이너로, 아내는 판매 및 운영 총괄 매니저에요.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가방을 원하는 고객의 주문을 받아 디자인을 하고 가죽을 재단해 만들기 때문에 섬세하고 신경이 많이 쓰이는 일이죠. 제가 다른 일에 신경 쓸 겨를이 없어요. 아내가 옆에서 여러 가지 업무들을 처리해 주고 말벗도 돼 주니 든든해요.
일반 직장인과 달리 저희는 가내 수공업이라서 고독하게 혼자 일을 해야 할 때가 많거든요. 디자인이 남녀의 시각차이가 뚜렷해 여성의 시각으로 작품을 평가해 주니까 좀 더 소비자들의 기호에 맞는 독창적인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것 같아요. 시간이 주어진다면 아내와 함께 한적하고 조용한 곳에서 맛있는 음식 먹으며 쉬고 싶네요. 그동안 수고 많았다고요.
-정찬구씨(영등포구 문래동·45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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