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산동 일대 골목골목에는 갤러리와 개인화실을 포함해 크고 작은 공방들이 100여개에 달한다. 문정초등학교 후문 앞에 얼마 전 문을 연 한맥공방도 그 중 하나다. 겉보기에는 자그마한 가게로 아직은 군데군데 빈 공간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찬찬히 둘러보면 진열된 작품마다 대단한 내공이 느껴진다. 역량 있는 한지공예인으로 대전지역 공예인들의 모임인 대전공예협동조합 이사장을 14년 동안 지낸 김진선(63)씨가 주인장이란 것을 알고 나면 작품들의 깊이가 이해되고 완성도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의 탁월한 안목을 알기 때문이다. 김진선 대표의 작업장을 겸한 공방인 ‘한맥공방’을 찾아가 보았다.
오랜 이사장직 내려놓고 새로운 공간 마련
김 대표의 오랜 소망이었던 공방 설립은 계획보다 빨리 진행돼 지난 4월 초 한맥공방을 열었다. 2월 말까지 대전공예협동조합 이사장직을 수행하고 모든 것을 내려놓은 상태로 일정정도 휴식기간을 갖고 싶었으나 여러 가지 사정으로 다소 급작스럽게 공방을 시작하게 되었다. 상황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고 순응하는 자세로 시작한 공방에서도 드러나듯이 모든 일에 억척을 부리지 않고 편안하게 대하는 태도가 연륜이 묻어나는 그의 스타일로 보인다.
아늑하게 느껴지는 공간은 앞쪽은 매장으로, 뒤쪽은 작업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작업장에서는 매주 목요일 오전에 한지공예 수업도 진행한다. 매장에 진열된 작품들의 종류는 다양하다. 그가 직접 작업한 다양한 한지공예품들을 비롯해 목공예품, 도자기, 가죽제품, 염색제품, 각종 장신구 등 하나하나가 톡톡 튀며 야무진 손끝을 느끼게 해 맛깔 난다. 허투로 구색 맞추기로 가져다 놓은 물건이 없는 점도 눈에 띈다.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했던 김 대표는 동양화를 공부할 때 닥종이를 만났다. 오래된 지함을 보고 한지의 매력에 새롭게 눈뜨게 되면서 1980년대 중반에 당시로는 흔치않던 한지공예를 시작했다. 꾸준한 작품 활동으로 외국에서 더 인정받은 그의 작품 중에는 영국의 빅토리아앨버트 박물관에 전시돼있는 것도 있다. 초창기 한지공예인으로 개인 작품 활동과 제자들과 수업을 계속해 오면서 2000년대에 들어 오랜 시간에 걸쳐 대전공예협동조합 이사장직이라는 쉽지 않은 일을 해온 그의 저력이 감탄스럽다.
전국에서 엄선해 온 눈에 띄는 작품들
꼼꼼하고 정교함이 특징인 한지공예를 하는 그이지만 공방의 운영은 편안하다. 탁월한 안목으로 전국에서 구해온 수준 높은 공예품들이 무심한 듯 진열된 것도 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사는 그의 삶의 방식 중 하나로 비친다.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반짝이는 소품들 사이로 높은 완성도로 흔히 접하기 어려운 작품들도 눈에 띈다. 선이 고운 개다리소반, 현대적으로 보이는 다탁, 다양한 문양의 찻잔 받침 등 아름다운 나뭇결을 그대로 살려 작업한 목공예품은 대구의 장세일 장인 작품이다.
붉고 푸른 비단에 전통 자수로 화려한 수를 놓아 브로치로 사용할 수 있게 만든 자수 작품은 세계적인 전통자수 장인의 작품으로 들여다보면 그 아름다움에 매료된다. 원석을 이용한 다양한 장신구들도 눈에 띈다. “특히 브로치와 팬던트를 겸할 수 있는 작품들은 마니아층들이 있어 대부분 벌써 재주문이 들어갔다”고 김 대표는 귀띔했다.
이사장으로 일할 때도 김 대표는 작가들의 작품 홍보를 위해 스스로가 ’걸어 다니는 모델’로 자처하고 공예인들의 장신구를 착용하고 다녔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어 소장하고 싶었던 장신구들도 탐내는 사람들이 많아 건네 줄 수밖에 없었을 정도로 김 대표의 장신구에 대한 감각은 남다르다.
대전 지역에서 접하기 힘든 작품의 완성도에 감탄하고 판매가격을 듣고 또 한 번 놀란다. 거품과 불필요한 마진이 빠진 합리적 가격은 작품의 완성도에 비해 놀랍도록 저렴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구매를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전통공예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방문은 언제든 환영이다.
위치 대전시 서구 둔산로 206번길 19(문정초 후문 맞은편)
문의 042-242-6209
영업시간 오전 10시 30분~오후 8시(일요일 휴뮤)
이영임 리포터 accrayy@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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