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마을을 가꾸는 사람들_ 강서구 개화아파트 경로당 ‘책동무 어르신’
“웃고 떠들며 놀이하다 보면 어느새 이팔청춘으로 돌아가요~”
한해가 시작되면 누구나 1년 간 이루고 싶은 새해 계획들을 세워본다. 그러나 자신과 관련된 성취에 대한 것들이 대부분. 가까이는 자신의 부모님부터 이웃 어르신들까지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정정하게 활동하시는 어르신들을 위한 프로그램은 거의 없다. 작년부터 활동을 시작한 ‘책동무 어르신’ 강서주민 모임의 강좌 현장을 보기 위해 강서 개화아파트 경로당을 찾았다.
하산수 리포터 ssha71@gmail.com
매주 한 번씩 전래동화 읽고
전래동요와 놀이 함께 즐겨
찬바람이 부는 1월 셋째 주 화요일 오후, 강서구 방화동 개화아파트 단지 경로당에는 십여 명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열심히 이야기를 듣는다. 이들은 강서 ‘책동무 어르신’ 프로그램 참가자들. 작년에 시작된 강서 ‘책동무 어르신’은 매주 한 번씩 모여 이야기 강사가 그림책을 재밌게 읽어 주고 관련 활동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작년엔 강서구 내 10군데 경로당에서 ‘책동무 어르신’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올해 1월에는 시범사업으로 전래동화를 한 편 읽고 관련된 전래놀이를 같이 즐겨보는 전래놀이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작년 ‘책동무 어르신’ 프로그램에 이어 올해 ‘전래놀이 어르신’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개화아파트 경로당 회원들은 강사가 읽어주는 <거울 속에 누구요>라는 전래동화를 감명 깊게 들으며 자신의 경험담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강서 ‘책동무 어르신’ 프로그램을 기획한 홍영분 국장은 “참여자들은 대부분 80대~90대에 이르는 노년층”이라며 “그림책을 읽고 어르신들의 경험담과 삶의 지혜를 서로 나눌 수 있어 좋다”고 칭찬한다.
강서 ‘책동무 어르신’ 주민모임은 노인 복지에 뜻을 같이 하는 회원들이 모여 시작됐으며 최근에는 ‘사단법인 활짝미래연대’로 명칭을 변경했다. 2014년부터 서울시 어르신 복지공동체 공모사업에 선정돼 3년째 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오늘 어르신들께 그림책을 실감나게 읽어준 이호숙씨는 강서 ‘책동무 어르신’ 주민모임에서 어르신 전문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곳 개화아파트 경로당 어르신들은 다른 경로당보다 프로그램 참여도가 높고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장점이에요. 작년에 이어 올해 두 번째 프로그램인데 회장님 이하 회원분들이 제가 읽어드리는 책 내용을 경청해 주셔서 항상 감사드리고 있어요.”
평균 연령 80대 후반 어르신들
예전에 즐겼던 전통놀이로 활기 되찾아
책읽기를 마친 후 준비해온 모형 비석과 색한지, 풀을 가지고 어르신들이 직접 자신만의 비석 만들기 활동을 시작했다. 연세가 많은 어르신들이지만 모두들 열심히 가위질과 풀질을 하며 독특한 문양의 비석을 만들어 낸다.
할머니가 10명, 할아버지가 2명, 총 12명의 어르신들이 참여했는데 이중 90세 이상인 분이 4분이고 대부분이 80대 중후반이다. ‘백세시대’라는 구호가 실감이 난다. 나이를 들으면 깜짝 놀랄 정도로 정정하고 활기가 넘치신다. 각자의 비석을 완성한 후 홍팀과 청팀으로 나눠 어릴 때 했던 비석치기 게임을 시작한다. 강사의 진행으로 비석을 던져서 상대팀 비석 쓰러뜨리기, 새색시처럼 발등에 올려놓고 걸어가 쓰러뜨리기, 오줌싸개처럼 무릎사이에 끼워 운반해 쓰러뜨리기 등 매번 다양한 방법으로 비석치기 놀이를 한다. 나이가 들어 몸이 불편한 분도 많았지만 단체로 하는 게임에 모두 열과 성을 다해 참여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훈장처럼 어깨에 비석을 올리고 상대방 비석을 치는 게임에서는 양 팀 모두 한 개의 비석도 쓰러지지 못하자 어르신들 모두 너무 아쉬워한다.
신문팔이처럼 겨드랑이에 비석을 끼거나 떡장수처럼 머리에 이고 가 비석을 쓰러뜨리는 놀이까지 마치고서야 양 팀의 승부가 갈렸다. 경로당 사무장을 맡고 있는 김광식 어르신은 “비석치기는 11살 때 해 본 이후로 처음”이라며 “비석치기 게임이 생각보다 흥미진진하고 재밌어 어린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라고 소감을 밝힌다. 프로그램을 마친 어르신들은 찾아온 강사들과 리포터에게 차 한 잔을 권하며 감사의 마음을 표현했다. 추운 날씨 속에서도 따뜻한 온정과 화목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 미니 인터뷰 >
김향환 개화아파트 경로당 회장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많은 도움이 되요”
“오늘 날씨가 추워서 회원들이 많이 참석하지 못했지만 12명이 좋은 프로그램 참여해 유익한 시간을 보냈네요. 나이가 들어갈수록 집에만 있게 되는데 이런 곳에 나와 활동하고 이야기를 들으며 과거도 회상해 보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임증애 회원
“강사 선생님이 애써주셔서 감사해요”
“작년엔 <방귀쟁이 며느리> 책을 읽었는데 오늘 들은 <거울 속에 누구요?> 도 감명 깊게 읽었어요. 강사 선생님이 애를 많이 써주셔서 항상 고맙고 이렇게 웃고 떠들 수 있다는 게 감사하죠.”
김광식 사무장
“활력 넘치는 개화 아파트가 되기를…”
“저희 아파트 단지는 462세대지만 노인들이 많이 사는 편이에요. 새해를 맞아 소망하는 바가 있다면
모두들 건강하게 지냈으면 하는 것이죠. 활력이 넘치는 개화아파트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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