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_ 다양한 경험과 진로 탐색이 가능한 봉사활동
“성장 동영상 만들면서 우리도 함께 성장했어요”
‘아꿈돌(아이들에게 꿈을 돌려주자)’은 강서고등학교(교장 김동원) 2학년 길준석, 김한진, 김우진 학생 3명으로 구성된 방과 후 학교 동아리다. 엄마들이 먼저 시작한 봉사활동에 함께 참여하다 우연히 베이비박스 아이들을 알게 됐고, 이 아이들의 성장 동영상을 만들어주면서 자신들도 함께 성장하는 기회가 됐다. 한 번도 삶의 이유를 생각해 볼 기회조차 없었던 이들에게 봉사는 스스로를 가치 있는 사람으로 만들었고 이런 이야기로 작년 ‘양천구 봉사스토리’ 대상도 받았다. 봉사활동을 통해 꿈도 뚜렷해진 아꿈돌 회원들을 만났다.
베이비박스 아이들, 성장 동영상 만들어
강서고 2학년 길준석, 김한진, 김우진 학생이 만든 방과후 학교 동아리 ‘아꿈돌’은 SOS 어린이마을에서 아이들의 성장 동영상을 만들어주는 봉사를 한다.
이들이 처음부터 아이들의 사진을 찍어주는 의미 있는 봉사를 했던 건 아니다.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봉사활동 시간이 필요하던 차 양천구 신월동에 있는 SOS어린이마을에서 봉사활동을 먼저 시작한 엄마들의 권유로 동참하게 됐다.
처음엔 학습봉사로 초등학생들에게 수학과 국어, 영어 등 아이들이 필요로 하는 과목을 가르쳤다. 그러다 우연히 이곳에 부득이한 사정으로 아기를 키울 수 없는 산모가 아기를 두고 갈 수 있도록 만든 베이비박스(baby box)를 통해 들어온 아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이 아이들을 보면서 무언가 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생겨났다.
길준석 학생은 “동생이 7살이에요. 동생하고 놀아주는 게 즐겁고 많은 추억을 만들고 주고 싶었어요. 그런데 베이비박스의 아이들은 추억이 담긴 사진을 찍어주는 사람이 없다는 걸 알게 됐고 아이들에게 자신이 자라나는 모습을 사진으로 남겨주고 싶었습니다”라며 성장 동영상을 만들게 된 계기를 설명한다. 이후 마음이 맞는 친구 3명이 모여 방과후 학교 동아리로 아이들에게 꿈을 돌려주자는 의미로 ‘아꿈돌’을 개설했다.
SOS어린이마을에서 아무도 이런 봉사를 해본 적이 없던 터라 처음엔 부정적인 반응도 있었다. 하지만 아이들의 돌 사진을 찍어주는 봉사자가 생겨나고 아이가 커갈 때마다 변하는 모습이 사진으로 남으니 이 활동을 지켜보던 관계자들도 봉사자들도 모두 즐거워해 이후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용돈 모아, 아이들 새 옷도 마련
학교와 학원스케줄로 시간 맞추기가 쉽지 않았던 회원들, 하지만 기어 다니던 아가들이 어느새 아장아장 걷기도 하고 방긋방긋 웃어주는 모습을 보자 자꾸 아이들 사진을 찍고 싶어졌다. 주중에는 아이들에게 공부를 가르쳐주고 주말이면 사진 촬영하기를 1년, 이들의 봉사시간은 어느새 70시간을 훌쩍 넘겼다.
사진을 모아 동영상으로 만들려면 적지 않은 시간을 투자해야 했지만 회원들은 그 시간이 오히려 행복하기만 했다. 매번 같은 옷만 입고 사진을 찍는 아이들의 모습이 안타까워 아이들이 입을 색다른 옷을 마련하기 위해 용돈을 모으기도 했다. 김우진 학생은 “한 아이가 돌 때 입양이 됐다”며 “양부모가 우리가 찍어준 사진과 성장 동영상을 받아들고 매우 기뻐하는 모습에 보람을 느꼈어요”라고 전한다.
김한진 학생은 “처음엔 엄마 아빠가 없는 아이들에게 엄마 아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이 아이들이 부모에게 받는 사랑보다 더 큰 사랑을 더 많이 받고 자란다면 부모가 있든 없든 상관이 없을 듯하다”며 “봉사하는 사람이 더 많이 늘어나 이들에게 부모보다 더 많은 사랑이 전해지면 좋겠다”고 강조한다.
‘나도 쓸 만한 사람’이라는 가치 깨달아
봉사활동을 하면서 힘든 공부와 입시 스트레스로 삶의 의미가 없었던 이들에게 새로운 변화가 찾아왔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몰랐어요. 아이들을 만나면서 내가 쓸 만한 사람이 된 거 같아요.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니까”라고 말하는 길준석 학생은 1년간의 활동을 ‘양천구 봉사스토리’ 공모전에 제출했다. 그리고 대상을 받았다.
꿈 또한 생겨났다. 김한진 학생은 어린아이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배우면서 배려하는 마음이 생겼고 대인관계가 좋아져 경영학도를 꿈꾸게 됐다. 김우진 학생은 교수나 연구원, 기자가 되어 아이들을 든든하게 도와줄 수 있는 어른이 되고 싶단다. 길준석 학생은 의사가 되고 싶다는 중학교 때까지의 꿈이 아이들을 가르쳐주는 교사나 사회에서 소외된 아이들을 도와줄 수 있는 사회복지사로 바뀌었다.
하지만 아직도 시간 때우기 식 봉사활동을 하는 친구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전하고 싶다는 아꿈돌 회원들, “봉사활동은 자신의 내면을 알게 해 주는 매개체가 된다”며 “진심을 전할 수 있고 마음에서 우러나는 봉사활동을 선택할 것”을 권한다.
송정순 리포터 ilovesjsmor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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