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별미 국수집
‘호로록’ 멈출 수 없는 젓가락질로 한 그릇 뚝딱!
김치만큼이나 우리 삶에 깊이 들어와 있는 음식인 국수. 밥이 주식인 우리나라 사람이 밥 못지않게 좋아하고 자주 먹는 음식이 바로 국수다. 지금은 싸고 간단히 먹는 요리로 국수를 꼽지만 밀이 흔치 않던 시절에는 궁궐이나 양반가의 음식으로 귀한 대접을 받았고 잔칫날이나 되어야 맛볼 수 있는 음식이었다. 오래된 역사와 더불어 지역에서 나는 식재료를 이용해 다양하게 발전해 온 국수. 그 지방의 특색 있는 국수를 맛볼 수 있는 우리 동네 별미 국수집을 찾아보았다.
정선숙 리포터 choung2000@hanmail.net
문래동 ‘제주올래국수’
담백하고 푸짐한 제주 고기국수, 맛보러 올래?
제주도에 가면 꼭 먹어봐야한다는 고기국수. 제주도에서는 일반적으로 고기하면 돼지고기를 말한단다. 제주고기국수는 돼지 뼈로 우린 육수에 삶은 밀가루 중면을 넣고 돼지고기 수육을 올려 먹는 제주도의 향토 음식이다. 뽀얗고 진한 육수와 수육을 듬뿍 올린 것이 특징인데 담백하면서 깔끔한 맛을 내며 깨를 넣어 고소한 맛을 내기도 한다.
문래동 제주올래국수는 고기국수로 유명하다. 그 맛을 아는 사람들은 국수치고 다소 비싼 가격인 7천 원을 주고서라도 점심시간이면 줄을 서는 수고를 마다않는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주방이 먼저 눈에 들어오고 심플한 내부는 흐트러짐 없이 잘 정돈돼 있다. 벽을 보고 앉아 먹을 수 있는 식탁이 있어 혼자와도 어색하지 않을 듯.
고기국수를 주문하니 커다란 대접에 국수면발이 한 가득이다. 뽀얀 국물에 파랗게 썰어 올린 잔 파, 고소한 깨, 푸짐하게 올린 수육이 입맛을 사로잡는다. 이곳의 육수는 제주산 고기와 사골을 12시간 동안 푹 우려낸 것으로 기름기 없이 깔끔하고 진한 국물 맛이 일품. 기호에 따라 청양고추를 넣어 먹으면 해장으로도 그만이다. 국수는 탱탱한 면발을 위해 주문 즉시 삶아낸다. 간단하게 국수먹자라는 말은 이곳에서 통하지 않는다. 국수만으로도 충분히 배부르고 든든하다. 밥이 당기는 날에는 고기국밥을 시키면 된다.
메뉴: 고기국수 7,000원/ 비빔고기국수 7,000원/ 고기국밥 7,000원
위치: 영등포구 선유로11길 12
문의: 02-2632-5677/ 일요일 휴무
목동 ‘고향지리산 어탕국수’
함양식 어탕국수, 보양식으로도 인기
어탕국수는 민물고기 잡어를 뼈째 갈아서 채소와 함께 끓인 추어탕 형태의 국수로 산청, 함양, 거창, 진주 등 경남 서부지역에서 즐겨먹는 향토음식이다. 맑은 강과 개울이 많은 이 지역 사람들은 피라미, 붕어, 모래무지, 꺾지, 뱀장어 등 다양한 민물고기를 천렵으로 잡았는데 냇가에다 솥을 걸고 잡은 물고기를 그 자리에서 푹 끓여 국수나 수제비와 함께 먹었다고 한다. 어탕국수는 먹을거리가 귀한 시절 서민들에게는 중요한 단백질 섭취 수단이었으며 풍부한 칼슘은 삼계탕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여름보양식이었다.
목동 ‘고향지리산 어탕국수’는 얼갈이배추와 파를 듬뿍 넣고 끓인 함양식 어탕국수다. 친근한 추억의 음식으로 그 맛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먼 거리에도 찾아온단다. 얼큰하면서 구수한 단 맛에 잡내가 나지 않는 국물이 입맛을 자극하는데 땀을 흘리며 먹다보면 금세 한 그릇 뚝딱. 들깨가루를 뿌려 고소하게 먹을 수 있고 경상도식으로 제피가루를 넣고 먹어도 별미가 된다.
곁 반찬으로 된장을 무친 풋고추와 삭힌 고추가 나오는데 얼큰한 어탕국수와 잘 어울린다. 면발을 다 건져 먹은 뒤에는 공기 밥을 말아 먹는데 한 끼 식사로 부족함이 없다. 이 집의 또 다른 대표 메뉴인 어죽은 어탕국물에 밥을 넣고 푹 끓여낸 것으로 부드럽고 걸쭉한 맛이 일품이다.
메뉴: 어탕국수+공깃밥 8,000원/ 어죽 9,000원
위치: 양천구 목동서로 234
문의: 02-2652-1277/ 일요일 휴무
당산동 ‘오봉구국수’
강원도의 맛, 얼큰한 장국수
강원도하면 메밀막국수와 올챙이국수를 떠올리지만 고추장이나 된장을 풀어 얼큰하게 끓인 장국수 역시 강원도의 맛을 느낄 있는 국수요리다. 아기자기한 디자인으로 눈길을 끄는 당산동의 오봉구 국수. ‘봉-구’는 좋은 음식이란 뜻의 불어란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오픈된 주방에서 국수를 삶아내느라 분주한 모습이 보이고 벽면에는 국수에 대한 주인장의 자부심을 엿볼 수 있는 안내 문구가 여러 개 붙어있다. 메뉴판마다 장국수에 대해서 그림과 함께 친절하게 설명해놓았는데 강원도가 고향인 주인장이 즐겨먹었던 음식이란다. 이 집에서는 국수를 주문하면 먼저 구수하고 담백한 보리죽이 나온다. 배고픈 속을 달래라는 작은 배려인 듯하다.
장국수는 참멸치와 다시마, 채소를 넣고 푹 끓인 육수에 고추장과 고춧가루를 풀어 말아낸 국수다. 매일 아침 끓인다는 깊고 시원한 멸치육수에 얼큰한 고추장의 조합이 입맛을 돋운다. 곁 반찬으로 나오는 김치와 새콤달콤하게 무친 단무지 무침 또한 맛깔스럽다.
장국수 외에 대표 메뉴인 멸치국수, 토마토와 고추장의 절묘한 조화가 입맛을 당기는 비빔국수, 쫄깃한 부산어묵을 얹은 어묵국수도 인기다. 양을 많이 달라고 하면 더 주는 인심덕분에 한 끼 식사로 든든하다. 국수만으로 입이 심심한 사람들을 위해 구운 계란과 고추참치주먹밥, 크래미 주먹밥도 판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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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치국수 4,000원/ 장국수 4,500원/ 비빔국수 4,500원
위치: 영등포구 당산로 163
문의: 070-7869-9109 / 공휴일 휴무
화곡동 ‘가야밀면’
이냉치냉, 밀면의 본고장 부산에서 왔어예~
밀면은 부산에서 여름철에 즐겨 먹는 찬 국수의 일종으로 부산 사람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음식이다. 6·25 전쟁을 전후하여 생겨난 것으로 추정하는데 북한지역 출신의 실향민들이 구호물자인 밀가루에 감자가루를 섞어 냉면 면발과 비슷하게 면을 뽑아 먹으면서 유래됐다고 한다. 한여름이면 생각나는 국수 요리로 시원한 밀면을 꼽을 수 있지만 겨울철에 먹는 밀면 역시 별미다.
화곡동의 ‘가야밀면’은 부산 출신의 주인장이 운영하는 가게다. 부산에서만 20년 넘게 밀면집을 운영했고 화곡동에서도 10년을 훨씬 넘긴 세월동안 밀면을 만들었다고 한다. 면은 매장에서 직접 반죽해서 뽑는데 이곳에서 나오는 모든 음식은 재료 선정부터 요리까지 주인장의 손을 거친다고.
다양한 먹거리가 넘쳐나는 요즘이지만 밀면 하나로 오랜 세월 사랑받아 온 만큼 맛에 대한 자부심이 크다. 밀냉면을 주문하니 먼저 멸치와 다시마로 우린 따끈한 육수 한 주전자가 나온다. 육수로 속을 달래고 나면 시원한 밀냉면을 맛볼 수 있는데 적당히 익은 열무김치와 무절임, 오이절임, 수육, 삶은 달걀 등 냉면 고명과 큰 차이가 없지만 면발이 냉면보다는 부드럽고 국수보다 쫄깃한 것이 이색적이다. 새콤달콤하게 무친 비빔밀면과 푸짐한 소를 자랑하는 만두도 추천한다. 차가운 국수가 부담스럽다면 따끈하게 먹을 수 있는 온면을 시키면 된다.
메뉴: 밀냉면 5,000원/ 비빔밀면 6,000원/ 온면 5,000원
위치: 서울 강서구 월정로 190-1
문의: 02-2608-9980/ 명절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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