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 동아리 ‘염경중학교 여학생 플로어볼 팀’
함께 골 넣으며 쌓이는 선후배간의 애틋한 정(情)
기다란 스틱이 부딪히고 어깨를 내밀어 보디체크를 하며 거친 숨을 내쉬는 남자들의 경기인 아이스하키를 아는 사람들은 많을 것이다. 아이스하키를 고스란히 필드로 옮기고 여린 여중생들이 스틱을 잡고 시합을 한다. 염경중학교(교장 고화순) 여학생 플로어볼 팀을 찾아가 그 뜨거운 열기를 느껴보았다.
박선 리포터 ninano33@naver.com
“여학생들에게 적합한 민첩성과 지구력 길러줘”
플로어볼은 스틱과 볼, 골대만 준비하면 공간의 큰 제약 없이 남녀노소 쉽게 즐길 수 있는 스포츠다. 스틱과 볼은 플라스틱 재질로 만들어져 가볍고 위험요소가 적다. 변형된 하키형태로 보면 된다. 염경중학교는 특히 여학생들로만 구성된 플로어볼 동아리를 운영하고 있는데 만들어진 것은 1년이 됐지만 그 실력과 열정은 몇 년 동안 쌓아온 선수들 못지않다.
박성순 지도교사가 체육시간에 과목 수업으로 지도를 해오다가 여학생들에게 적합한 운동으로 판단해 여학생들로만 팀을 꾸렸다. 처음 만들어졌을 때는 학생들이 이렇게 열정을 가지고 열심히 할 줄은 예상 못했다고 한다. 주전 선수들인 3학년 학생들이 직접 나서서 후배들도 선발해 팀을 구성했고 연습도 열심히 참여했다.
플로어볼은 작은 공간에서 진행이 가능하고 대단한 기량이 필요하지 않아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다. 특히 성장기 청소년들에게는 심폐지구력과 민첩성, 순간 판단력까지 길러줘 부담 없이 할 수 있는 운동으로 좋다. 3학년 김슬기 학생은 “팀에서 골키퍼를 맡고 있어요. 처음에는 공도 안 나가고 힘들었는데 공을 깨끗하게 막아내면 성취감도 있고 기분이 좋아요”라며 플로어볼의 매력을 말했다.
염경중학교 플로어볼 팀은 올해 서울시 교육청 여학생 스포츠 클럽리그에 참여해 2승을 올렸다. 팀을 꾸리고 처음 참여한 대회였는데 2승을 올리고 잘하는 팀들과 시합을 하면서 경기 감각을 익힌 것을 큰 수확으로 꼽는다. 올해 시합을 앞두고 열심히 연습하고 참가해 기량을 비교해 본 것이 내년, 후년 참가할 때마다 큰 자산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선후배간에 끈끈한 정이 넘쳐요”
흔히 스포츠 동아리의 선후배는 기합과 텃세가 심하다고 생각하기 마련인데 염경중학교 플로어볼 팀은 선후배간에 찰떡궁합으로 뭉쳐 늘 웃음꽃이 피어난다. 2학년 송민지 학생은 “모르던 친구들과 선배들을 새롭게 알게 돼 좋아요. 언니들이 잘해줘서 운동 말고도 만나면 자상하게 챙겨줘 고마워요”라며 선배들을 자랑한다. 처음 만들 때부터 3학년 학생들이 직접 후배 학생들을 불러 모아 팀을 구성할 정도로 팀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고. 시합을 할 때도 전반전은 선배들이 뛰고 후반전은 꼭 후배들이 뛰도록 해 자신들이 졸업한 후 팀을 이끌어갈 후배들이 실전 감각을 익힐 수 있게끔 배려를 잊지 않는다.
교사가 시킨 것이 아닌데도 시합을 앞두고 몇 주 전부터는 선후배가 의논해 자발적으로 아침에 일찍 등교해 연습하고 점심시간에도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선배들이 이끌어주고 후배들이 믿고 따르니 팀이 잘 운영될 수밖에 없고 분위기가 화기애애한 건 말할 것도 없다. 팀에서 가장 막내고 매니저를 맡고 있다는 유일한 청일점 1학년 이승준 학생은 “남학생이라 쑥스러운 건 없어요. 매니저는 대타가 필요할 때는 함께 운동도 하고 필요한 일이 있을 때는 체크하고 있다가 나서서 도움을 주는 일을 해요. 팀의 분위기가 좋고 저도 선배들이 잘 챙겨줘 재미있어요”라고 말한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염경중학교 여학생 플로어볼 팀의 장난기 많고 웃음 가득함 뒤 숨겨진 운동에 대한 불타는 열정과 의지에 큰 기대를 해본다.
<미니 인터뷰>
박성순 교사
“우리 팀원들이 너무 귀엽고 예쁩니다. 아직 어린 학생들이지만 승부욕도 있고 운동 감각도 좋아 기대가 큽니다. 선후배를 챙기는 모습이나 가벼운 부상을 입어도 아랑곳하지 않고 열심히 훈련하는 학생들의 열의에 박수를 보내고 싶어요.”
권재희 학생(3학년 주장)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시작했고 힘도 들었어요. 훈련을 할수록 재미있어요, 빠르게 움직여야 하니 운동량도 상당해서 체력을 키우는데 좋아요.”
엄윤경 학생(3학년)
“여학생들이라서 피구, 발야구나 하겠구나 했는데 스틱으로 하는 플로어볼은 묘한 매력이 있어 좋아요. 재미있으니 시간가는 줄 모르고 운동합니다. 공격수로 공을 빼앗고 몰아가는 역할을 하는데 기술을 익힐수록 재미있어요.”
이영현 학생(3학년)
“경기를 하다가 가볍게 눈을 다친 적이 있었는데 그래도 운동하고 싶다는 생각이랑 친구, 후배들이 생각났어요. 우리 플로어볼 팀과 함께 하면 늘 신나고 재미있다는 생각만 들어요.”
이정현 학생(2학년)
“플로어볼이 생소했고 처음에는 힘들고 연습에도 빠지고 싶었어요. 하지만 계속 하다 보니 선배들과 친구들 간에 함께 격려하면서 도와주며 운동하게 돼 너무 좋아요.”
태수현 학생(2학년)
“공을 빼앗을 때 기술을 잘 쓴다는 이야기를 들어요. 내가 열심히 해서 팀에 도움이 될 때는 기분이 아주 좋아요. 열심히 연습해서 내년에도 계속 시합에 나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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