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원장의 사소한 교육학
비 상위권과 KTX 교육?
우리 아이가 이해를 못해도 꿋꿋하고도 냉정하게 넘어가는 반의 학습 진도. 몸이 아파 결석한 날에도 아무도 기다려 주는 이 없이 담담하게 굴러가는 학교와 학원. 선생님들. 여기는 어떤 교재를 쓰며 우리 아이 반은 어디까지 가르치게 되느냐? 몇 시에 시작해서 몇 시에 끝나느냐? 시간표는? 마치 한 장의 표로 만든 종합 마스터 학원 운영표 같은 것을 봤으면 속이 시원하겠다는 표정의 학부형. 비 상위권 아이들 중에는 그들의 학습실패 원인이 그들에게만 기인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저 사춘기 들어서 갑자기’ ‘어려서부터 힘들이더니’ ‘욕심이 없어서’ ‘목표가 없어서’ ‘친구 잘못 만나서’ ‘미리 선행을 시키지 않아서’ ‘캐나다에 안보내서’ 등등. 물론 그런 경우도 있겠지만, 대다수의 아이들이 버스를 놓쳤거나 아예 정류장이 어디 인지도, 버스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즉 사춘기 등과 같은 아이 발달상의 이벤트가 긍정적으로 작용하지 못한 경우를 포함하여, 초등에서 중1 정치작업이 미비하여 80점대 이하로 시작하는 아이나, 중2 본격 추상학습으로의 준비가 안 되어 학교공부조차 못하는 아이, 그리고 고1수학 등등 교육의 양과 질이 바뀔 때, 성적의 변화를 보이는 아이들은 버스를 놓친 때문이라 하겠다. 하지만 아예 초등 5, 6학년에도 85점 벽을 확실히 넘어서지 못한 상태에서 중1부터 계속 성적이 저조하다가 고1돼서 더욱 나빠진 아이들은 그야말로 버스 한 번 제대로 타보지도 못한 상태라 할 수 있다.
자연주의 교육
산업혁명의 수요아래 공립학교가 생기면서, 이제는 그 어떤 교육장이든 소위 반이라는 것이 필수적인 형태처럼 여겨지고 있다. 그렇다면 교육수요자인 우리 학부형과 학생들의 관심은 우리 반의 발전인가 아니면, 우리아이 즉 개별 학생의 성적상승인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반을 기초단위로 묶는 시스템에서는 모자라는 아이도 넘쳐나는 아이도 억지로 딱딱한 의자에 앉아 종이 울리기만을 기다려야한다. 이는 부자연스럽기 짝이 없는 짓이다. 더 나아가 매일의 학생에게는 큰 고역이다.
내가 가르치는 영어수업을 예로 들어보자. 중등이건 고등학생이건 웬만한 학교에서 75점 정도를 안정되게 넘지 못하는 학생은 영어의 기초인 품사→성분→어, 구, 절, 문장, 담화→5문형→준동사에 이르는 논리적 과정을 가르치고 시켜보고 또 가르치고 자꾸 발표토록 하여 과목적 필수 문리를 터득시킨 후 독해든 내신이든 수능이든 암기든 요구한다. 그것만 가지고 되는 것도 아니다. 선수학습의 정도에 따라 학생마다 발전 속도가 더디거나 멈추거나 다시 수학만 자꾸 꺼내지 도통 영어 자습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 학생도 있다. 그러면 그 학생은 또다시 그 상태에서의 개별적인 학습적 도움이 필요한 것이다. 단어 양의 부족이나 담 화를 파악하는 메타리딩 능력, 또는 내신 문제를 염두에 두고 공부하는 입체적 학습 포맷 등을 모두 가르쳐 준다. 또한 영어를 공부시키는데 이 아이의 바탕이 학습(learning)에 맞는지 습득(acquisition)에 맞는지도 고려한다. 유학이나 어학원 등에서 표현영어 중심으로 많은 공부를 한 아이를 너무 규격화된 논리수업에 참여케 하는 것도, 기초학습량과 과목정서가 좋지 않은 아이에게 독해집과 테이프만 틀어준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한 집요한 개별적 접근 없이 그냥 반과 진도라는 컨베이어 벨트에 얹혀진 아이는 새로운 선생을 만나도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아 양쪽 모두 학습실패를 직감한다. 학부형만 까맣게 모른다.
수요자 중심 교육으로
다시 한 번 우리 아이를 객관적 시각으로 돌아보자. 왜 이 녀석이 집에 와서 책 한번 꺼내려면 서론이 한정 없이 길고, 엄마가 다가가기만 해도 표정이 일그러지고, 열심히 책상머리에 앉아있긴 하지만 성적이 오르지 않는지? 왜 별로 친한 것 같지도 않은 애들하고 밖으로 돌며, 왜 학원 다니기 싫어하며, 왜 자꾸 화만 내는지를 생각해보자. 더 나아가 어떤 선생, 어떤 학원은 좋다하고 어떤 곳은 싫다할까? 그 속내도 간파하자. 중등에서 92점대 고등에서 2등급 이상은 그렇다 치자. 하지만 같은 단지 내 학교라도 이 점수이하의 학생 중 상당한 수가 그 정도에 육박하는 성적을 보일 수 있다. 올 1학기 중간 기말시험 모두를 전교1등을 한 고2 학생도 중3 기말성적이 70점대였다. 더욱이 힘든 종합반이 싫다하여 초기에 학부형과 내가 참으로 공을 많이 들였던 학생이다. 가정에서도 학원에서도 툴툴거렸다. 하지만 내가 직강으로 영어수업을 1:1로 한 달 정도 진행하면서부터 자기 스스로 종합반에 가고 싶다고 하더니 고1 들어서는 삭발까지 하며 공부했다. 학생 자랑 하려는 게 아니다. 어른의 입장에서 어른의 잣대로 아이들을 재단하지 말라는 얘기다. 그들은 우리와 다른 인종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차분하게 눈높이를 맞춰 강력한 리더십과 그들의 모난 가슴에 사랑으로 다가가자. 참 힘든 일이다. 강사보다는 선생이, 선생보단 스승이 필요한 아이도 있기 마련이다. 열쇠는 학부형의 혜안이다.
윤순원 원장
에듀맥스 종합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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