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사람들 - 오! 소리! 낭독봉사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같은 시점에 함께 울고 웃을 수 있기를~

지역내일 2015-11-10 (수정 2015-11-10 오전 12:02:21)

눈에 꾹꾹 눌러 담고픈 명장면을 가졌거나, 아름다운 음악이 흐르는 영화를 본다는 것은  기쁨이다. 이렇듯 평범하지만 행복한 일상을 누군가는 향유할 수 없다는 사실, 인지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지는 않는지…. 수원장애인종합복지관의 소리낭독 봉사자 모임 ‘오!소리! 낭독자’들은 시·청각 장애인들을 위한 배리어프리(barrier-free) 영상 제작을 시도했다. 장애인들도 비장애인들과 같은 시점을 공유하며 함께 웃고 울고자 하는 그들의 바람은 지금 막 발걸음을 떼고 있다.




■시·청각 장애인들이 보고 듣고 즐기는 영상을 만들다
2015년 2월, 수원영상미디어센터 마을미디어사업 공모에 선정된 후 ‘오! 소리! 낭독자’팀은 다양한 변화를 시도해 왔다. 다른 팀들이 영상이나 라디오 방송 제작에 열중할 때 이들은 마을영상을 배리어프리 버전으로 재생산해내 더 광범위한 소통을 꿈꿔 왔다. 배리어프리는 기존의 화면에 음성으로 설명해 주는 화면해설과 대사 및 음악, 소리 정보 등을 알려주는 한국어자막을 넣은 것. 소리가 들리지 않는 청각장애인에겐 자막으로, 소리만 들을 뿐 화면을 보지 못하는 시각장애인들을 위해서는 설명이 따로 들어가 모든 사람들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영상이다.
복지관의 낭독 봉사자 중 뜻을 함께한 변영은·김은양·김은실·김진태·어지연·박정민 씨 등 6명이 영상미디어센터의 교육에 참여해 열의를 쏟고 있다. 이들에게 배리어프리 영상제작이란 처음 접해 보는 과정. 전문적인 지식이 없었기에 힘든 일도 많았다. 변영은(53) 회장은 “배리어프리 버전을 염두에 두고 영상을 제작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자막을 입히고 해설하는 부분에서 공간이 부족했다. 하지만 여러 어려움을 딛고 팀원들이 영상제작, 편집 등의 작업을 역할 분담을 통해 열심히 해 내고 있다”고 전했다.
 
■장애인을 차별 없이 바라보는 마음이 중요
보통 모른 채 살아가기 쉬운 장애인들의 불편을 돕고자 나선 이들이지만 시작은 우연한 계기로 주어졌다. 낭독봉사를 하는 친구를 따라 갔다가 2007년부터 지금까지 봉사를 하고 있다는 변 회장이나 사랑샘 도서관에서 성우분의 낭독자 교육을 듣고 2012년부터 활동해온 김은양(46) 씨, 부인의 권유에 얼결에 하게 됐다는 김진태(51) 씨 등 모두에게 낭독은 어느 날 갑자기 삶 속으로 들어왔다. 이제는 분리될 수 없는 삶의 일부가 됐지만 사실 녹음실에서 책을 녹음하는 낭독 봉사는 조금은 고독한 작업이었단다. 그래서인지 미디어영상센터에서 같이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작업에서 의지할 수 있는 활력이 생기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기쁨이 따라 온다고 입을 모은다.
‘오! 소리! 낭독자’ 팀원들은 비장애인과 장애인들이 함께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마음을 가장 중요하게 얘기했다. 봉사를 하면서 오히려 많은 것을 배웠다는 김은실(50) 씨. “사춘기를 힘겹게 보내는 아이들로 인해 힘든 시간을 보냈다. 시각장애인과 함께 음악회에 갔는데, 그 분들이 음악을 들으면서 볼 수 는 없지만 들을 수 있는 것에 감사함을 느끼는 모습을 보고 많은 반성을 했다. 건강함이 있기에 더 원하는 것은 욕심이라고 생각하며 그 시기를 견뎌냈다.”
항상 뭔가 도움을 줘야한다는 시선으로 장애인들을 바라보기보다는 차별 없는 시선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어지연(46) 씨가 배리어프리 작업을 하면서 느낀 것도 바로 그것. 배리어프리 영상에는 비장애인이 영상을 봤을 때 느끼는 모든 것들이 고스란히 전달돼야 한다는 것이다. 대사나 보이는 화면의 소리 분위기까지 그대로 전달해 장애인들이 차별 없이 모든 것을 정확하게 느끼고 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공감과 소통을 위해 라디오 방송 제작에도 도전
장애인들을 위한 낭독봉사를 하다 보니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많은 일들을 눈에 보이기 시작한 ‘오! 소리! 낭독자들’. 배리어프리 영상도 그 중 하나였는데 요즘은 영상미디어센터의 라디오 방송 제작 수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변 회장은 “라디오 방송 역시 장애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뭔가를 만들 수 있겠다는 새로운 시도로 시작된 것이다. 우리가 만든 방송이 그들의 지친 일상에 기쁨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열심히 참여중인 김진태(51·용인수지) 씨는 지날수록 절대적 사명감을 느끼고 아이디어가 무궁무진해진단다. “복지관에서 원해서 시작한 부분도 있지만 낭독봉사자들이 모여서 이것을 베이스로 해 한 단계 한 단계 올라서면 라디오 방송도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며 행복해했다.
사실 ‘오! 소리! 낭독자들’에게 배리어프리 영상 작업이나 라디오 방송제작 모두 시작 단계다. 앞으로 더 배우고 나아가야할 길이 많이 남았다. 하지만 장애인과 비장애인들이 함께 할 수 있도록 힘을 모은다는 그들의 따뜻한 마음이 있기에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들이 만든 배리어프리 영상 상연회가 열리고, 제작한 라디오 방송이 수원장애인종합복지관 곳곳에 울려 퍼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권성미 리포터 kwons02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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