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고등학교 평생교육 프로그램 ‘MBTI 성격심리학과 자녀코칭’
MBTI 활용한 부모와 자녀 관계 회복하기
평생교육시대, 엄마들도 문화센터나 동 주민자치센터에서 취미생활을 즐기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문화센터가 아닌 자녀가 다니는 학교에서 평생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면 어떨까. 거리도 가깝고 학교 소식도 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흔치 않은 프로그램까지 배울 수 있다. 양정고등학교(교장 김정수)에서 마련한 평생교육학습 프로그램인 ‘MBTI 성격심리학과 자녀코칭’은 학교의 아낌없는 지원과 회원들의 열정이 어우러져 바람직한 평생교육의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송정순 리포터 ilovesjsmore@naver.com
부모교육에서 평생교육 프로그램으로
10월 20일 화요일 저녁 7시, 학생들이 자리를 비운 양정고등학교 진로상담실에 엄마들이 하나둘 씩 들어온다. 오늘은 지난 수업을 되돌아보고 MBTI를 활용해 실생활에 적용해보는 시간으로 평소 강의식 수업과 달리 테이블이 마주보게 놓여있다.
속마음은 조성기 교사가 먼저 털어놓는다. “우리 집에 초등학교 6학년 아이가 있는데 도대체 이 아이가 뭘 하면서 먹고 살지 이렇게까지 고민한 적이 없었습니다. 이런 고민 해보셨나요? 초등학교 6학년에 너무 이른 고민인가요?”
이 질문에 대해 “저도 아이가 초등학교 6학년 때 그런 고민 해 본적 있어요. 답이 안 나와서 점쟁이까지 찾아갔었습니다.” 또 다른 참가자는 “우리 아이는 초등학교 때 꿈이 스페인의 거지가 되는 거래요. 그래서 스페인 영주권을 얻기 위해 해야 할 것에 대해 알려준 적도 있어요.”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수업에 참여하고 있는 이들은 양정고가 야심차게 준비한 평생교육 프로그램 ‘MBTI 성격심리학과 자녀코칭’ 수업이다.
양정고의 ‘MBTI 성격심리학과 자녀코칭’ 수업은 지난 2008년 개설됐다. 강의는 이 학교의 진로상담부장인 조성기 교사가 맡았다. 조 교사는 “지난 2005년 우연히 MBTI를 접하게 됐는데 기계공학을 전공한 공학도가 진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됐고 쉽고 재미있어 공부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고 전한다.
2006년부터 MBTI 교육 시작
조 교사가 MBTI를 본격적으로 공부하게 된 계기는 기술과목 교사로 1학년 담임만 할 수 있는 상황에 직면하면서부터다. 반 학생들을 이해할만하면 2학년으로 올라가버리는 아이들을 조금 더 빨리 파악해 시행착오를 줄여보고자 MBTI를 본격적으로 공부하게 됐다.
“이 친구가 어떤 아이인지 이해할만하면 1년이 가버리는 거예요. 기술교사는 2학년 담임을 맡을 수 없어서 항상 아쉬웠습니다. MBTI를 공부하고 나니 6개월 정도 지나면 아이들이 파악되는 거예요. 아이들과 무언가 시도해볼 수 있는 시간이 그만큼 늘어난 셈이죠.”
이후 조 교사는 아이들을 상담하기 위해 담임을 찾는 부모들을 대상으로 2006년부터 아이들 상담과 더불어 ‘부모교육’을 시작했다. 하지만 다른 학부모도 같이 교육을 하면 어떻겠냐는 선생님들의 요청에 범위를 넓혀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부모교육’ 강의로 이어졌다.
부모와 자녀 간 의사소통과 행동방식 살필 수 있어
MBTI는 마이어스(Myers)와 브릭스(Briggs)가 스위스의 정신분석학자인 카를 융(Carl Jung)의 심리 유형론을 토대로 고안한 성격유형검사 도구로 이를 통해 부모와 자녀간의 의사소통 및 행동방식을 살펴볼 수 있다. 양정고의 MBTI 수업은 1학기에 이어 지난 9월 1일부터 매주 화요일 오후 7시부터 9시 30분까지 8회 운영된다.
이 수업은 ‘내가 진정 저 아이를 낳았단 말인가’ 자신과 전혀 다른 자녀의 모습에 갈등을 겪는 부모에게 아이의 성향과 기질의 차이점을 이해시키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강영임씨는 “아이들이 크면서 성향이 달라져 성향을 알면 아이를 이해하는 폭이 넓어질까 해서 수업에 참여하게 됐다”며 “아이는 내향적 성격이고 엄마는 외향적 성격이라 많이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게 됐다”고 설명한다. 전혜진씨는 “아이와 사사건건 부딪히는 이유를 MBTI로 알게 됐다. 아이가 느끼는지 모르겠지만 잔소리가 많이 줄었다”고 고백한다.
어떻게 하면 자녀를 좀 잘 키워볼까 하는 생각으로 참여했던 엄마들이 MBTI를 배우고 난 후 오히려 자신을 더 잘 아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강희경씨는 “사람 사이의 관계에 관심이 많아 참여하게 됐는데 오히려 나를 알아가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한다. 정재진씨는 “수업이 흥미진진하고 인간관계를 이해하면서 스스로 위안이 된다”며 “내가 했던 행동에 대해 더 이해하게 됐다”고 덧붙인다.
사람의 타고난 성향을 파악하다 보니 8주차 짧은 수업이지만 내가 아닌 타인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됐다며 학부모들은 입을 모은다. 이연학 회원은 “사람의 성향에 대해 이해하게 된다. 나와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됐고 2시간 반 수업이 한 시간처럼 훅 가버린다”며 아쉬워하기도 했다.
미니 인터뷰
조성기 교사
“학교라는 울타리는 길어야 3년입니다. 부모는 평생 자녀를 코칭해야 합니다. 아이가 치유되고 변화하고 개발하는 데는 그보다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아이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부모님이 꾸준히 지켜봐야 합니다.”
이혜영 회원
“사람을 볼 때 유형을 생각하고 본 적은 없으나 MBTI를 배우면서 대입해서 적용해봅니다. 아이가 반복하는 것을 싫어하고 잘 외우지 못하는 부분을 이해하지 못했는데 이 시간을 통해 알게 됐고 아이가 어렸을 때 공부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네요.”
이신원 회원
“양정고 입시 설명회를 언제 하는지 궁금해서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보고 신청하게 됐습니다. MBTI가 뭔지 모르고 수업에 참여했지만 나를 알아가면서 ‘내가 왜 이러지’했던 마음이 이해가 돼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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