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문화원 ‘심청가 완창반’의 명창 도전기
우리 소리의 매력에 푹 빠졌어요~
다양하고 독특한 음색, 삶의 희로애락이 닮긴 내용 속에 해학적이고 풍부한 언어표현력이 녹아있는 판소리는 한 가지로 꼽을 수 없는 매력을 가졌다. 판소리에 푹 빠진 사람들이 뛰어난 소리꾼으로 거듭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는 곳, 강서문화원 ‘심청가 완창반’에서 우리 가락 한 소절을 배워보았다.
정선숙 리포터 choung2000@hanmail.net
명창에게 배우는 재미있는 우리 소리
“심봉사 좋아라! 심봉사 좋아라, 물소리 듣고서 반긴다! 목욕을 헐~량으로….”
구수한 노랫소리에 끌려 들어간 곳은 강서문화원 ‘심청가 완창반’ 강의실이다. 나란히 앉은 수강생들이 강사의 선창을 한 소절씩 따라하며 연습에 몰두하고 있다. 심봉사가 횡성에서 열리는 맹인잔치에 참석하러 가는 도중에 날이 더워 목욕하는 대목이다.
사투리와 고어(古語)가 섞인 재미있는 내용에다 독특한 창법, “얼쑤! 좋~다!”같은 북장단과 추임새 등이 한데 어우러져 흥이 절로 난다. 판소리의 기초를 익힌 사람들이 더 깊은 소리를 배우기 위해 모인 완창반. 유명한 명창 박안순 선생의 지도로 목청껏 소리를 내지르며 구슬땀을 흘린다. 소정 박안순 선생은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고법(鼓法) 이수자로 ‘박안순 소리예술단’을 이끌며 다양한 공연무대와 후진 양성을 통해 판소리를 알리는데 힘쓰고 있다.
박안순 선생은 ‘판소리란 생활의 소리’라며 “물소리, 바람소리, 새 소리 등 자연의 소리까지 담아낸다. 서민들의 애환과 해학을 소리와 춤과 이야기로 버무린 매력적인 전통종합예술”이라고 말한다.
우리 전통 이어간다는 자부심 있어
심청이 배를 타고 인당수로 가는 장면을 표현한 구슬픈 진양조에 가슴이 찡해진다. 뺑덕어멈 행실을 소개하며 속사포처럼 빠르게 몰아치는 휘모리장단에서는 어깨가 절로 들썩여지고 흥겨운 웃음이 나온다. 북 치는 고수와 한 명의 소리꾼만으로 울렸다 웃겼다 관객을 휘어잡는다.
''판''과 ''소리''를 합한 말로 ‘판’은 ''사람들이 모인 자리''를 뜻하고 ‘소리’는 노래를 칭하는 판소리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자랑스러운 전통예술로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강서문화원 완창반에서는 판소리 다섯마당 중 하나인 심청가를 배우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불렀을 때 약 5시간 정도 걸리는 긴 내용이다.
김종숙씨는 “5년 째 판소리를 배우고 있다”며 “딸이 중학생일 때 판소리를 배우게 하다가 관심을 가지게 됐다. 지금은 다른 길을 걷고 있는 딸이 판소리에 푹 빠져 사는 내 모습을 보고 무척 부러워한다”고 말했다.
강서문화원 완창반은 지난 6월에 열린 ‘2015 서울문화가족 국악 및 무용경연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또한 요양시설이나 복지관 등에서 국악공연을 하거나 판소리를 가르치는 등 봉사활동에도 열심이다. 이들은 “품위 있는 전통예술을 알린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했으면 좋겠다”며 판소리를 적극 권했다.
열정 있는 소리꾼 되고파
소리꾼이 되려면 판소리 특유의 다양한 음색을 터득하고 방대한 내용을 암기하기 위해서 오랜 기간 혹독한 수련을 거친다. 강서문화원 ‘심청가 완창반’ 수강생들은 적게는 3년에서 많게는 15년 동안 판소리를 배워왔다. 전문적인 소리꾼은 아니지만 판소리에 대한 열정만큼은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 강의가 끝난 후에도 몇몇 회원은 남아서 ‘발림’을 익히기 위해 부채를 들었다.
‘발림’이란 판소리에서 창자(唱者·노래하는 사람)가 손과 발, 온몸을 움직여 소리나 내용에 담긴 극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몸짓을 말한다.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동작을 내려면 발림연습이 꼭 필요하단다. 동네 주민의 권유로 판소리를 시작했다는 강대임씨는 “밤낮으로 소리에 대한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며 “방대한 양을 외우는 게 쉽지 않지만 일하느라 바쁜 중에도 시간을 내서 연습한다”고 말했다.
박안순 선생은 “음치도 명창이 된다는 옛말이 있다”라며 “전문가 못지않게 판소리를 사랑하고 열심히 익히는 수강생들이 대견하다. 제대로 된 무대를 위해 때로는 호되게 연습을 시키는데 잘 따라와 주니 고맙다”고 전한다. 앞으로 다양한 무대에서 실력을 발휘하며 우리 소리의 아름다움을 전하길 원하는 강서문화원 ‘심청가 완창반’ 수강생들의 발걸음이 기대된다.
문의: 강서문화원 02-2692-4266
박안순 강사
자랑스러운 우리 전통예술임에도 불구하고 소수만 명맥을 이어가는 모습이 무척 안타깝습니다. 소리의 기본인 판소리를 먼저 접하면 경기민요, 서도민요, 트로트 가요까지 쉽게 배울 수 수 있어요. 호흡이 길어 폐활량이 좋아지면서 오장육부도 튼튼해지지요.
윤병기씨(60세)
해남이 고향으로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의 전축에서 흘러나오는 적벽가를 귀동냥으로 들으며 자랐답니다. 세월이 흐른 뒤 체계적으로 배우기 시작한지는 5년이 됐습니다. 친목회에 가서 한 곡조 부르면 모두들 좋아하지요.
김종숙씨(54세)
노래는 하고 싶었는데 음치 수준이었어요. 목소리를 키우고 음도 정확히 알고 싶어서 박안순 선생님의 소문을 듣고 찾아왔지요. 긴 판소리 내용을 녹음기로 들어가며 암기하고 있어요. 늦게 대학 공부를 시작했는데 학업 스트레스를 판소리로 날려버린답니다.
강대임씨(67세)
판소리를 배운지 15년이 됐습니다. 전에는 소화가 잘 안되고 붓기가 있었는데 판소리를 배우고 나서 몸이 건강해졌어요. 선생님의 권유로 무용도 배우고 있는데요. 행사에 가서 공연을 하면서 자부심과 보람을 느끼고 있답니다.
박영숙(62세)
3년째 판소리를 배우고 있어요. 박안순 선생님의 공연과 북치는 모습에 반해 이곳에 오게 됐는데 저도 북치는 것이 정말 재미있답니다. 소리를 내지르니까 뱃살도 빠지고 지속적으로 내용을 암기하다보면 머리도 맑아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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