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포자’가 될 것인가 ‘수재자’가 될 것인가
''수학을 잘하는 아이=공부를 잘하는 아이''가 공식화되고 있다. 수학은 선행학습도 가장 많이하고 투자하는 시간도 가장 많다. 그런데 왜 ‘수포자(수학포기자)’가 생기는 걸까. 공식을 잘 외우고 암기력이 좋아 스스로 수학을 잘한다고 생각하다가 시험에서는 점수가 잘 나오지 않아 포기하는 학생이 있다. ''수포자''가 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다. 알고 있는 개념과 공식을 시험 문제에 적용하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려면 교과서 개념과 중요한 공식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개념과 공식이 문제에서 어떻게 쓰이는지, 또는 키워드(개념 핵심)가 무엇인지 찾아내서 그 문제에서 요구하는 개념이나 공식이 무엇인지 읽어내고 적용해 문제를 풀어나가는 반복 훈련이 필요하다. 평소 문제집을 풀 때는 공부하는 단원을 인식하고 있어 필요한 개념이 최적화돼 큰 어려움이 없어 이를 본인의 진짜 실력으로 착각한다. 예를 들어 중학교 3학년 학생이 피타고라스 정리를 공부하면 머릿속에서 기계적으로 ''a2+b2=c2''공식을 떠올리며 문제를 푼다. 그러나 실제 시험 볼 때는 문제가 피타고라스 정리, 삼각비, 원의 성질 등 여러 단원이 섞여 출제되므로 어느 단원의 어떤 개념과 풀이 과정을 적용해야 하는지 헛갈려 어려움을 겪는다.
저학년 일수록 흥미 위주로 학습해야
개념의 이해과정 없이 암기식 학습법에 길들여져 있으면 학년이 올라갈수록 수학을 힘들어 한다. 때문에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개념 ‘이해’를 충실히 해야 한다. 수학은 기초를 바탕으로 개념을 확장해나가는 계통적 학문의 성격이 강하므로 상급 학년으로 올라갈수록 기초 개념의 이해도에 따라 성적이 좌우된다. 이미 배운 개념을 연계시키지 못하고 새롭게 다시 외우고 공부하는 방법이 가장 위험하다. 고학년에 올라갈수록 공부해야 할 개념이 계속 늘어나면 부담을 느껴 결국 ''수포자''로 전락하고 만다. 많은 학생이 수학을 포기하는 이유는 각각의 개념을 배울 때는 알고 넘어가는 듯하지만, 다음 개념 또는 단원을 배우면 앞서 배운 것을 바로 잊어버리는 개념 단절 현상을 반복하기 때문이다. 자녀의 시험성적이 좋지 않다면 지금의 공부방법이 ‘수포자’를 만드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봐야 한다. 첫째. 많은 문제와 반복된 계산 문제로 아이를 지치게 하지는 않는지. 둘째. 부모가 지나치게 수학 공부의 중요성을 강조하여 부담을 갖지는 않는지. 셋째. 어려운 문제를 풀면 쉬운 문제까지도 풀 수 있을 거라는 착각에 난이도 높은 문제를 풀게 하여 흥미를 잃게 하지는 않는지. 넷째. 수학 문제를 어떻게 이해하고 풀었는가보다는 몇 개를 풀었는지 여부로 판단해 학습의 질보다 양을 추구하지는 않는지 돌이켜보자.
저학년 때는 수학을 좋아하다 고학년이 되어 자신감과 흥미를 잃게 되는 이유는 수학을 단순히 학업으로 접근하기 때문이다. 미취학 어린이나 초등 저학년은 일상의 경험에서 수의 개념과 수학의 개념을 접하게 해주면 좋다. 억지로 이론적으로 설명할 필요도 없다. 직관적으로 감을 익히는 정도면 충분하다.
''계산력''이 수학의 전부는 아냐
''계산력''은 수학을 공부할 때 당연히 필요하지만 계산력이 수학의 전부이거나 목적이 될 수는 없다. 계산력은 수학적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구에 불과하다. 저학년 아이에게는 단순 계산보다는 사고하는 능력과 사칙연산에서 규칙을 찾는 수학적 논리력을 키우는 연습이 필요하다. 수학문제만을 푸는 공부 방법은 수학에 대한 흥미를 떨어뜨리고, 나아가 사고하는 연습이 아닌 기계적으로 문제를 풀게 만든다. 수학은 단순히 문제만을 많이 풀어서는 절대 실력이 늘지 않는다.
저학년은 직관적인 방식으로 공부하고 고학년이 되면 규칙적이고 논리적인 방식으로 넘어가도록 하여 늘어나는 계산, 수학적인 약속, 규칙에 익숙해지도록 해야 한다. 용어의 정의와 개념을 대충 넘기고 문제 풀이로 바로 가는 경우가 많은데,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먼저 개념을 충분히 이해하고 새로운 개념은 이전 단계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알고 넘어가야 한다.
문제를 빠르게 계산해 푸는 아이라면, 문제를 어떻게 풀었는지 설명하도록 해 논리의 전개가 맞는지, 비약은 없는지, 편법으로 풀지 않았는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 기억해둘 점은 ‘틀린 것은 반드시 고쳐주는 것이 아니라, 반문하여 아이 스스로 오류를 찾도록 해주는 것’이다. 반대로 문제 푸는 속도가 느린 경우라면 ‘문제에 대한 확실한 이해가 필요하고, 왜 그렇게 풀어야 하는 지를 충분히 이해시켜야’ 한다.
수학을 ''속도전''으로 배우면 1~2년 뒤에 거의 수포자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긴 문장의 문제라도 속도전으로 풀지 않고 천천히 충분히 이해하고 넘어가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또한 부모는 자녀가 어릴수록 시험 점수에 지나치게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 시간 단위 분석 통계 등, 수와 관련된 생활 곳곳의 예시를 많이 경험하고 탐구하도록 도와줘야 한다. 그리하여 수학을 왜 공부해야 하는지, 수학 공부에 어떤 재미가 있는지 자녀 스스로 터득하도록 해야 한다. 수학은 학습시간과 점수가 비례하지 않는 과목이다. 일정 수준이 되면 어느 단계에서 정체가 일어나고, 그 후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한 단계 성장하면서 본격으로 성적이 오른다. 계단식으로 성적이 오르는 셈이다. 조금 막힌다고 포기하지 말고 꾸준히 끈기 있게 학습해야 한다. 수학은 마라톤과 같은 장기 과목임을 명심하자. 다양한 개념을 연계하여 이해해나가는 계통 학습을 통해 ''수포자''보다 ''수재자(수학을 재미있어하는 학생)''가 많아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자녀가 ‘수재자’가 되길 원한다면 먼저 학부모가 수학이란 과목을 이해해야 할 것이다.
구정아 원장 정현수학전문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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