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다.
겨울은 옆구리가 시려 외롭다지만 봄은 그 기운이 너무 활동적이라 집에서 살림만 하는 주부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어디론가 봄바람을 타고 떠나고 싶은 충동, 혼자서 어디든 가고 싶지만 딸린 식구들 걱정에 풍선처럼 뜨는 마음을 가라 앉힌지 한해 두해가 아니다.
더욱이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여행이라도 할라치면 걸리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신랑이 속한 사회로의 융합은 당연하지만 아줌마들의 사회로 신랑을 끌어들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에이, 여자들 가는데 내가 뭐’ 내지는 ‘여자들끼리 아이들 데리고 갔다오렴’이 그나마 긍정적인 신랑들의 반응이다.
친구가 한국을 떠난다기에
형곡동에 사는 주부 이순희씨(35). 결혼 한지 8년, 7살된 아들 하나 그리고 결혼 후 더구나 아이를 기르며 만난 여러 친구들,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정겹게 느껴질 정도로 그녀에게 있어 모두 소중한 사람들이다. 소중한 사람들과 차 한잔 나누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다보면 함께 밤을 새며 재잘거리던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픈 충동도 느낀다.
신랑과 아이들 그리고 자신의 이웃사촌이 함께 하는 획기적인 무언가가 없을까를 고민하던 그녀는 드디어 기회를 잡았다.
그녀에겐 두 친구가 있다. 결혼 전부터 만나던 친구이자 때로는 다정한 언니였던 장선향(36·북삼)씨, 그리고 천방지축 철은 없지만 나름대로 색깔을 가지고 살고자 노력하는 김미화(35·인동)씨, 서로에게 아이가 생기면서 어떻게 키울 것인가, 또는 집에서 생기는 사소한 마찰부터 의논하고 충고하며 지내온 사이들이다. 서로에게 힘이 되고 의지가 되는 관계로 아이들은 형제처럼 지낸다. 한 달에 한번씩 만나 항상 생활의 활력이 되던 그녀들에게 신랑의 해외파견근무로 5월이면 한국을 떠나 외국으로 이사를 가게 되는 장선향씨. 같은 나라인 서울도 친구 찾아 가기 힘든 게 현실이지만 외국으로 간다니 무척이나 낯설고 마음이 허전하다. 그래서 평소에 가족모임도 몇 번 주선하고 해서 서로 잘 알고 있는 세 가족의 기념여행을 모의, 신랑끌어 들이기 작전을 펼쳤다.
아줌마들의 세계로 신랑을 끌어들인다면
1박 2일의 여행지를 미리 정하고 신랑들의 의향을 물었다. 이순희씨 신랑은 ‘너네 끼리 다녀오렴’으로 찬물을 끼얹고 장선향씨네는 ‘떠나기 전 인사할 사람이 너무 많아서’ 일정에 차질이 생길 것 같고 김미화씨네는 ‘남자 아무도 안가네, 나 혼자 어떻게’로 가고 싶은 마음을 진정시키는 묘한 분위기로 돌아간다. 그럴 수는 없다는 결심으로 그네들은 디데이전날 신랑들의 관심 끌기 작전을 개시했다.
이순희씨는 바쁜 와중에도 맛 나는 식사에 세일하는 백화점에 가서 신랑 여름 샌들에 운동복까지 건아 하게 한턱 쓰고 안 가려는 맘 돌려놓기에 온갖 정성을 기울여 성공의 기쁨을 전하기 위해 친구에게 전화했다니 김미화씨 왈 ‘우리 신랑 안가는 쪽으로 설득시켰는데, 어쩌지?’라니 이게 웬말 인가. 다른 신랑들 안 간다고 하니 우리끼리라도 가자는 일념으로 김미화씨는 이순희씨와 정 반대의 작전을 펼치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쉬고 싶은 맘을 억누르고 아이들과 자신이 놀러간 뒤에 혼자 남아있을 신랑을 위하여 이른 아침부터의 등산을 시작으로 고기 먹고 싶다는 신랑을 위해 짠순이 김미화씨 고깃집에서 외식을 한 뒤 온 가족 노래방 뒤풀이까지 마친 뒤였다고 허탈해 하니 서로 어이가 없어 웃고 만다. 이런 일이 어찌 그녀들만의 에피소드이겠는가. 어찌되었든 몰아치는 폭우가 그녀들을 도와 빗길 운전이 걱정된 신랑들이 따라 나서 그녀들의 작전은 성공했다.
물론 여행도 즐거웠다고 한다.
얼마 만에 가져본 그녀들만의 시간인가
따라온 신랑들 덕분에 아이들을 두고 멋진 커피숍을 찾아 초저녁의 외출도 감행해 보고 홀가분한 기분으로 앉아서 여유로이 커피향도 즐겨본 얼마만의 그녀들만의 시간이었던가.
평소에 보는 사람들이었건만 뭔 할 이야기들이 그리도 많았던지… 새삼 결혼전 분위기 좋아하던 자신들, 어느새 아이들의 틈바구니에서 신문 한 장 제대로 볼 수 없는 아줌마의 비애를 느낀다. 그녀들은 밤을 꼬박 새워 이야기하고 또 이야기했다. 새벽이 되어감을 느끼며 잠이 들었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이순희씨의 머릿속에 어젯밤의 대화 ‘식탁 예절’이 잔잔히 물결친다. 아이들이 걷기 전까지는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행동을 하는 아이들을 내버려두는 부모를 보며 ‘우리는 저리지 말자’라고 하던 자신들이 그런 부모가 되어 있음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한 친구의 지적이 나도 별수 없는 아줌마구나, 밥 먹는 동안만이라도 아이들로부터 편해보자는 생각이 남들의 시간을 방해 했구나를 다시금 생각게 한 지적이었다.
나도 아줌마!!!
아줌마시리즈가 있을 만큼 우리는 아줌마를 바라보는데 인색하다. 지하철에서 자리가 비면 저쪽 끝에서도 달려와 앉을 만큼 무대포와 안면몰수의 대명사 아줌마. 이순희씨도 그런 아줌마로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잠시 생각이 머물렀지만 아줌마가 되어 가는데도 이유는 있다. 아마도 아줌마들에게도 사회참여의 기회가 자유롭고 육아의 스트레스가 없다면 이따위 비하망언은 없었으리라.
가족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기쁜 발걸음으로 이순희씨 승전보를 전하는 전령의 기분을 느낀다. 아줌마들의 세계도 존재하고 존중받을 수 있다. 신랑의 사회만을 바라보고 기다리지 말고 건강한 자신의 세계를 만들라고 마치 여성운동가라도 된 듯 다른 사람들에게 외치고 싶음을 느낀다.
윤은희 리포터 gangcholyun@hanmail.net
겨울은 옆구리가 시려 외롭다지만 봄은 그 기운이 너무 활동적이라 집에서 살림만 하는 주부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어디론가 봄바람을 타고 떠나고 싶은 충동, 혼자서 어디든 가고 싶지만 딸린 식구들 걱정에 풍선처럼 뜨는 마음을 가라 앉힌지 한해 두해가 아니다.
더욱이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여행이라도 할라치면 걸리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신랑이 속한 사회로의 융합은 당연하지만 아줌마들의 사회로 신랑을 끌어들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에이, 여자들 가는데 내가 뭐’ 내지는 ‘여자들끼리 아이들 데리고 갔다오렴’이 그나마 긍정적인 신랑들의 반응이다.
친구가 한국을 떠난다기에
형곡동에 사는 주부 이순희씨(35). 결혼 한지 8년, 7살된 아들 하나 그리고 결혼 후 더구나 아이를 기르며 만난 여러 친구들,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정겹게 느껴질 정도로 그녀에게 있어 모두 소중한 사람들이다. 소중한 사람들과 차 한잔 나누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다보면 함께 밤을 새며 재잘거리던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픈 충동도 느낀다.
신랑과 아이들 그리고 자신의 이웃사촌이 함께 하는 획기적인 무언가가 없을까를 고민하던 그녀는 드디어 기회를 잡았다.
그녀에겐 두 친구가 있다. 결혼 전부터 만나던 친구이자 때로는 다정한 언니였던 장선향(36·북삼)씨, 그리고 천방지축 철은 없지만 나름대로 색깔을 가지고 살고자 노력하는 김미화(35·인동)씨, 서로에게 아이가 생기면서 어떻게 키울 것인가, 또는 집에서 생기는 사소한 마찰부터 의논하고 충고하며 지내온 사이들이다. 서로에게 힘이 되고 의지가 되는 관계로 아이들은 형제처럼 지낸다. 한 달에 한번씩 만나 항상 생활의 활력이 되던 그녀들에게 신랑의 해외파견근무로 5월이면 한국을 떠나 외국으로 이사를 가게 되는 장선향씨. 같은 나라인 서울도 친구 찾아 가기 힘든 게 현실이지만 외국으로 간다니 무척이나 낯설고 마음이 허전하다. 그래서 평소에 가족모임도 몇 번 주선하고 해서 서로 잘 알고 있는 세 가족의 기념여행을 모의, 신랑끌어 들이기 작전을 펼쳤다.
아줌마들의 세계로 신랑을 끌어들인다면
1박 2일의 여행지를 미리 정하고 신랑들의 의향을 물었다. 이순희씨 신랑은 ‘너네 끼리 다녀오렴’으로 찬물을 끼얹고 장선향씨네는 ‘떠나기 전 인사할 사람이 너무 많아서’ 일정에 차질이 생길 것 같고 김미화씨네는 ‘남자 아무도 안가네, 나 혼자 어떻게’로 가고 싶은 마음을 진정시키는 묘한 분위기로 돌아간다. 그럴 수는 없다는 결심으로 그네들은 디데이전날 신랑들의 관심 끌기 작전을 개시했다.
이순희씨는 바쁜 와중에도 맛 나는 식사에 세일하는 백화점에 가서 신랑 여름 샌들에 운동복까지 건아 하게 한턱 쓰고 안 가려는 맘 돌려놓기에 온갖 정성을 기울여 성공의 기쁨을 전하기 위해 친구에게 전화했다니 김미화씨 왈 ‘우리 신랑 안가는 쪽으로 설득시켰는데, 어쩌지?’라니 이게 웬말 인가. 다른 신랑들 안 간다고 하니 우리끼리라도 가자는 일념으로 김미화씨는 이순희씨와 정 반대의 작전을 펼치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쉬고 싶은 맘을 억누르고 아이들과 자신이 놀러간 뒤에 혼자 남아있을 신랑을 위하여 이른 아침부터의 등산을 시작으로 고기 먹고 싶다는 신랑을 위해 짠순이 김미화씨 고깃집에서 외식을 한 뒤 온 가족 노래방 뒤풀이까지 마친 뒤였다고 허탈해 하니 서로 어이가 없어 웃고 만다. 이런 일이 어찌 그녀들만의 에피소드이겠는가. 어찌되었든 몰아치는 폭우가 그녀들을 도와 빗길 운전이 걱정된 신랑들이 따라 나서 그녀들의 작전은 성공했다.
물론 여행도 즐거웠다고 한다.
얼마 만에 가져본 그녀들만의 시간인가
따라온 신랑들 덕분에 아이들을 두고 멋진 커피숍을 찾아 초저녁의 외출도 감행해 보고 홀가분한 기분으로 앉아서 여유로이 커피향도 즐겨본 얼마만의 그녀들만의 시간이었던가.
평소에 보는 사람들이었건만 뭔 할 이야기들이 그리도 많았던지… 새삼 결혼전 분위기 좋아하던 자신들, 어느새 아이들의 틈바구니에서 신문 한 장 제대로 볼 수 없는 아줌마의 비애를 느낀다. 그녀들은 밤을 꼬박 새워 이야기하고 또 이야기했다. 새벽이 되어감을 느끼며 잠이 들었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이순희씨의 머릿속에 어젯밤의 대화 ‘식탁 예절’이 잔잔히 물결친다. 아이들이 걷기 전까지는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행동을 하는 아이들을 내버려두는 부모를 보며 ‘우리는 저리지 말자’라고 하던 자신들이 그런 부모가 되어 있음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한 친구의 지적이 나도 별수 없는 아줌마구나, 밥 먹는 동안만이라도 아이들로부터 편해보자는 생각이 남들의 시간을 방해 했구나를 다시금 생각게 한 지적이었다.
나도 아줌마!!!
아줌마시리즈가 있을 만큼 우리는 아줌마를 바라보는데 인색하다. 지하철에서 자리가 비면 저쪽 끝에서도 달려와 앉을 만큼 무대포와 안면몰수의 대명사 아줌마. 이순희씨도 그런 아줌마로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잠시 생각이 머물렀지만 아줌마가 되어 가는데도 이유는 있다. 아마도 아줌마들에게도 사회참여의 기회가 자유롭고 육아의 스트레스가 없다면 이따위 비하망언은 없었으리라.
가족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기쁜 발걸음으로 이순희씨 승전보를 전하는 전령의 기분을 느낀다. 아줌마들의 세계도 존재하고 존중받을 수 있다. 신랑의 사회만을 바라보고 기다리지 말고 건강한 자신의 세계를 만들라고 마치 여성운동가라도 된 듯 다른 사람들에게 외치고 싶음을 느낀다.
윤은희 리포터 gangcholyu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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