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만큼 서로 자연스럽게 친해지게 하는 수단이 있을까? ‘놀이를 통한 관계향상 프로그램’은 매해 여름 고양교육지원청 Wee센터에서 초등 고학년 학생들의 대인관계 향상을 위해 진행되는 방학 프로그램이다. 올해는 8월 11일과 18일 이틀 동안 부모와 아이가 한 팀으로 15가족이 참여했다. 사는 곳, 다니는 학교와 나이가 다른 아이들이 모여 얼굴을 맞대고 엄마, 아빠와 몸을 부딪치며 신나게 놀이 속으로 빠진 그 즐거운 현장으로 가보았다.
권혜주 리포터 lovemort@hanmail.net
놀이 통해 서로 협력하고 응원하며 친해지는 시간
8월 18일 오전 10시 고양교육지원청 Wee센터에 각 학교에서 온 아이와 부모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이틀 동안 진행되는 ‘놀이를 통한 관계향상 프로그램’의 마지막 시간이다. 첫째 시간은 서로 얼굴을 익히고 천천히 친해질 수 있는 가벼운 게임으로 수업을 시작했고 둘째 시간은 ‘신뢰와 화합’을 주제로 서로 몸으로 많이 부딪치며 더 적극적으로 친해질 수 있는 게임들로 진행됐다.
부모님과 마주 보고 손가락을 맞붙여 눈 감은 사람이 눈을 뜬 사람의 리드로 서로 손가락이 떨어지지 않도록 글자를 쓰고 그 글자를 알아맞히는 첫 번째 게임은 두 사람의 호흡과 속도, 마음을 맞추어야 하는 게임이기에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그다음으로 전체를 두 팀으로 나눠 신문지를 바닥에 깔고 그 위에 팀원이 모두 올라서면 이기는 게임이었다. 각 팀의 아이들만 참여하는 경기로 처음은 순조로웠지만, 신문지의 면적을 점점 줄여나가면서 어려워졌다. 좁은 신문지에 모두 올라가기 위해 형님은 동생을 업고 가마를 태우는 등 서로 협력하며 아이디어를 냈고 부모님들은 응원을 보냈다. 팀원들이 릴레이로 문장을 전달해 맞추는 게임, 몸짓으로만 표현한 단어를 맞추는 게임 그리고 야외에서 펼쳐진 아이와 부모의 이인삼각 릴레이와 6명이 6개의 줄이 달린 판을 잡고 공을 많이 튕긴 팀이 이기는 경기까지 어느 팀 할 것 없이 서로에게 응원과 박수를 보냈고 저절로 웃음이 터지는 게임이 이어졌다.
신나게 놀면서 자녀와 더 가까워지는 시간 갖기를
2시간 동안 프로그램을 이끈 유재선 선생님은 “요즘 대부분의 부모님은 성적으로 아이들을 대하고 그쪽으로 많이 밀어붙이죠. 그러면서 노는 것은 뒷전으로 하게 됩니다. 하지만 노는 것 안에 더 많은 귀중한 자원들이 있습니다. 사회에 나가서 필요한 기능은 학업적인 부분보다는 대인 관계적인 기능이 훨씬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요”라고 말하며 ‘부모들이 너무 성적에 연연하지 말고 아이들을 더 많이 뛰놀게 하고 자녀들과 더 친해질 수 있는 시간을 많이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부모와 아이가 같이 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취지는 자녀와 부모간의 관계개선도 있지만, 단체 활동을 통해 여러 아이 중에서 자신의 자녀를 볼 수 있는 객관적인 시각도 기르고 다른 아이들의 모습과 행동을 보며 자녀와의 관계에 도움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란다. 모든 게임이 끝나고 프로그램을 마치면서 소감을 쓰고 얘기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부모들은 아이들과 했던 게임들을 떠올리며 웃음 지었고 아이들은 ‘친하지 않은 아이들과 아주 친해졌으며 단체놀이를 해서 좋았다’고 ‘다음에는 밥도 먹으며 온종일 했으면 좋겠다’며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우리 아이가 이렇게 적극적이고 칭찬을 좋아하는지 몰랐다’는 엄마 그리고 ‘우리 엄마가 이렇게 잘 놀 줄 아는 사람인지 몰랐다’는 아이. 모두에게 이번 방학은 서로를 좀 더 알게 되고 서로에게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Mini Interview
유재선 선생님(미술치료&놀이 프로그램 전문 상담사)
“요즘 학생들은 학교 끝나면 학원가기 바쁘고 친구와 놀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문제행동으로 많이 나타나는 것 중 하나가 대인관계에 대한 것이죠. 핵가족 시대에 사는 요즘의 아이들은 친구와의 갈등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잘 알지 못합니다. 부모와의 관계도 그렇죠. 이 프로그램의 취지는 놀이하면서 자연스럽게 더 가까워지고 서로를 배려하는 것 등을 배우는 것입니다.”
박은영·김태현(목암초 5) 모자
“평소 아들과 많이 부딪치고 사이가 좋지 않아 관계를 좀 회복하고자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칭찬과 격려를 더 많이 해줘야겠다고 느꼈어요. 집에서는 늘 ‘하지 마’, ‘너, 왜 그래’ 같은 얘기만 하거든요.”
“엄마는 뭐든 귀찮아하고 잘 놀아주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여기 와서 이렇게 활발하게 저랑 놀아주시니까 기뻤어요.”
심재목·심정선(백석초 5) 부자
“일 때문에 주말에는 아이들과 있을 수 없고 또 평일에는 아이들이 학교수업, 방과 후 활동 하느라 바쁘고 그래서 방학을 맞이해 아이와 좀 더 가까워지고 싶었죠.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아이와 공통적인 얘깃거리도 생기고 그동안 나누지 못한 얘기들도 나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아빠가 집에서는 아주 엄하고 무서운데 이곳에서 몸 부딪치며 같이 놀면서 아빠와 한 발짝 더 가까워진 것 같아요.”
최성혜·김윤서(행신초 4) 모녀
“아이와의 놀이라고 해서 아이의 양육태도를 관찰하는 그런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했는데 100% 몸을 써서 아이와 노는 프로그램이라 정말 즐겁게 참여했습니다. 다른 초등학교 아이들과 만나서 친해질 수 있는 기회가 된 것도 좋았던 것 같아요. 시간이 좀 짧아서 아쉽고 이런 프로그램이 지속적으로 진행됐으면 좋겠습니다.”
“엄마와 이인삼각 놀이와 원반 올리기 경기하면서 이겼을 때의 기쁨과 또 넘어지면 어떡하나 하는 불안감을 같이 느낄 수 있어 좋았어요. 엄마가 이렇게 즐거워하는 모습을 처음 보는 것 같아요.”
박희성·가영(화정초 4) 모녀
“일을 하다 보면 평소에 아이를 위해서 시간을 내기가 힘든데 이 프로그램이 그런 기회를 준 것 같아요. 하면 되는데 그동안 그렇게 못한 것 같고요. 수업 들으면서 이곳에서 배운 게임을 집에 가서 많이 해보려고 노력했고 집에서는 아빠, 언니, 동생과 같이하니까 아이가 더 즐거워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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