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동 ‘꽃할매네’

지역내일 2015-07-31

양평동 꽃할매네


정성 가득 할머니 손맛! 믿고 먹는 꽃할매네로 오세요~


 

 



평균나이 칠순의 할머니들이 일을 냈다. 이제는 편히 쉬어도 충분한 나이에 취업을 한 것이다. 큰맘 먹고 들어온 직장은 주먹밥 가게인 꽃할매네’. 이곳은 할머니 직원들만 일하고 있는 특별한 가게다. 수십 년 단련된 손맛을 앞세워 인생 2막에 도전한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정선숙 리포터 choung2000@hanmail.net


 

 



할머니들의 새로운 도전 주먹밥


양평동에 위치한 새로 생긴 오피스텔 건물 1층에 눈에 띄는 주먹밥 가게가 있다. 깔끔하게 단장한 매장 안으로 들어서니 작은 테이블 몇 개가 놓였고 화사한 주황색 티셔츠와 모자를 맞춰 쓴 할머니가 반갑게 손님들을 맞는다. 한쪽에 마련된 주방에는 할머니들의 손놀림이 분주하다. 어린 자녀들을 동반한 엄마부대가 들이닥쳤기 때문.


꽃할매네는 고소멸치 주먹밥, 데리야끼 치킨 주먹밥, 쇠고기볶음고추장 주먹밥 등 8가지 주먹밥 종류와 라면, 음료수 등을 판매하고 있다. 주문하면 즉시 만들어 따끈한 국과 함께 나오는데 주먹밥 하나가 간단한 한 끼 식사나 출출한 오후 간식으로 든든할 정도의 크기다.


가게는 근처에 초··고와 젊은 부부들이 많이 사는 아파트로 둘러싸여 있어 오픈 첫날부터 관심을 끌었다.


조미료를 쓰지 않고 국산 재료를 사용해 만든 주먹밥은 늘 배고픈 학생들은 물론 깐깐한 요즘 주부들 입맛까지 사로잡았다. 이곳의 모든 메뉴는 당일 만들어 당일 판매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그날 판매할 만큼의 재료만 준비해 주문이 들어오면 즉시 만들고 남은 재료는 전량 폐기한다. 밥도 조금씩 자주 준비해 항상 갓 지은 밥맛을 느낄 수 있다. 주부 김유라씨는 남편과 가끔씩 온다. 프리미엄 김밥 하나도 3~4천 원인데 이곳은 다른 곳에 비해 속 재료가 가득 들어있고 가격도 저렴해 좋다고 전한다.


 

 



어르신 일자리 창출과 건강한 먹거리 제공하는 착한 가게


꽃할매네는 영등포 노인종합복지관에서 영등포구청과 보건복지부가 지원하는 노인 사회활동 지원 사업을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다. 어르신들의 능동적인 사회참여와 소득보충의 기회가 된 꽃할매네는 어르신들에게 활기차고 건강한 노후생활을, 지역사회에는 저렴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영등포 노인종합복지관의 김수아 과장은 이윤을 남기기 위한 사업이 아니라 남는 것이 별로 없지만 어르신들이 일을 통해 활력을 찾는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낀다고 전한다.


주먹밥은 테이크아웃 시 1회용 그릇에 예쁘게 포장해주고 배달서비스도 할머니들이 직접 한다. 앞으로 맞벌이 부부와 젊은 주부들이 많은 지역의 특성을 고려해 주먹밥 외에 다양한 밑반찬을 만들어 판매할 계획이다.


 

 



평생 첫 직장, 첫 월급 받고 설레는 가슴


할머니들의 깊은 손맛이 더해진 주먹밥은 입소문을 타고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할머니들은 하루에 서너 시간, 3회 정도 조를 짜서 돌아가며 일하고 있다. 가게를 오픈하기 전 요리강사를 초빙해 위생교육부터 서비스 및 레시피 개발까지 철저한 준비과정을 거쳤다.


할머니들 중에는 평생 처음으로 직업을 가져보는 가정주부 출신들이 많다. 많은 돈은 아니지만 생애 처음으로 첫 월급을 타서 손주들에게 용돈 주는 기쁨을 누리고 남편한테 큰소리도 친단다. 아까워서 한 푼도 쓰지 못하고 차곡차곡 모아 목돈을 마련하겠다는 할머니도 계신다. 영등포구청 어르신복지과의 이희범 주무관은 할머니들이 일을 하면서 소속감이 생기고 삶의 질이 높아졌다사회의 일원으로 참여한다는 보람과 자긍심으로 웃음도 많아지고 밝아진 어르신들의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런 일들을 통해 우울증 및 치매예방에도 좋은 역할을 하고 있다라고 전한다.


 

 



 

 



 

 



최열자 어르신(75)


제 평생 처음 가져보는 직장이랍니다. 아직 첫 월급을 못 썼어요. 앞으로도 월급을 타면 차곡차곡 저축할 생각입니다. 내 나이에 돈을 번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이렇게 일을 할 수 있어서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 화합도 잘되고 재미있습니다. 주문이 많은 날은 잠시도 쉴 시간이 없어요. 몸은 힘들지만 오히려 바쁠 때가 더 좋답니다.


 

 



정영자 어르신(71)


그동안 직장을 다니다가 3년째 쉬고 있었어요. 이제는 일을 못하겠구나 생각했는데 이런 자리가 생겨서 정말 좋습니다. 소소하게 용돈도 벌 수 있고 가족들도 응원해주고 있어요. 월급은 모아놨다가 필요한데 쓸 예정입니다. 놀다가 일을 하려니 힘은 들지만 하루 4시간이라 할 만합니다.


 

 



공명자 어르신(70)



복지관 선생님이 오셔서 차근차근 잘 설명해주셔도 모르는 게 많고 힘들었는데 지금은 많이 숙달됐답니다. 첫 월급 받았을 때 무척 기뻤어요. 열심히 모아서 목돈이 되면 아들한테 보여주고 큰소리 칠 예정입니다. 일을 시작할 때 남편이 걱정했지만 남들도 다하는 일을 나라고 못하겠나 싶었지요. 손자 같은 학생들과 어린 손님들이 자주 찾아와주니 일이 더 즐겁습니다.


 

 



영등포 구청 어르신복지과 이희범 주무관



어떤 사업이 어르신들과 잘 맞을까를 고민하던 중 건강하고 안전한 먹거리로 방향을 잡고 주먹밥가게를 열게 됐습니다. 주위에 학교와 오피스텔 등 젊은 수요가 많아 간단한 요깃거리를 찾는 이들이 자주 오니 잘 선택한 것 같아요. 매일 나갈 곳이 생겼다며 즐거워하는 어르신들을 보면서 어르신들을 위한 이런 일자리가 더 많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낍니다.


 

 



위치: 영등포구 선유서로 59, 101호 관악고등학교 앞 힘멜하임오피스텔 1


문의: 02-6925-70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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