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촌마을 삼익세탁소 백태현, 정영숙 부부

수선의 달인 남편과 세탁의 달인 아내

지역내일 2015-07-26

문촌마을 4단지 삼익아파트 상가에 위치한 33㎡(약 10평)남짓의 삼익세탁소. 보기엔 여느 세탁소와 다름없지만 이곳의 주인장 부부는 정작 그들이 사는 일산보다 전국적으로 더 입소문이 난 인물이다. 세탁소를 찾는 고객보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택배로 세탁물과 수선할 옷들을 보내올 정도로 세탁계의 달인으로 불리는 이들은 백태현(61), 정영숙(54)씨 부부. 하지만 지금의 달인이 되기까지 힘든 일도 많았다는 부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이난숙 리포터 success62@hanmail.net








옷과 40여 년을 동고동락한 남편


옷과 함께 한 세월이 40년 이라는 남편 백태현씨는 원래 양복기술자였다. 한 벌에 100여 개 이상의 원단조각을 이어 지어야한다는 양복사란 직업은 꼼꼼한 성격의 그에게 딱 맞는 일이었다. 꼼꼼함과 타고난 솜씨로 그는 양복사가 된 지 7년만인 1981년 당시 맞춤복의 메카 서울 명동에 ‘브니엘’이란 양복점을 차릴 수 있었다. 양복 한 벌을 만드는데 필요한 기술을 습득하는데 적어도 3~6년이 걸리는데다 옷 좀 만들 줄 안다고 인정을 받으려면 10여 년은 수련을 쌓아야 하는 과정을 단기간에 넘어선 것.


뿐만 아니라 고객의 취향부터 치수까지 정확히 짚어 까다로운 요구에도 척척 오차 없이 옷을 만들어내 유명 인사들도 그의 양복점을 자주 찾았다. “어느 날 한 눈에 봐도 범상치 않은 분이 양복점에 오셨는데 주문이 퍽 까다로웠죠. 주문대로 오차 없이 옷을 만들어드렸더니 옷이 정직하다며 이후 자주 찾아오셨어요. 그 분이 조순 부총리셨지요.” 고객만 백씨의 손기술에 반한 게 아니다. 당시 국내 패션계 양대 산맥인 제일모직과 LG상사에서도 그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하지만 백 사장은 회사체질이 아니라는 이유로 정중하게 거절했다. 그런 고집과 자부심으로 운영한 양복점은 손님으로 붐볐고 부부는 양복점을 운영하면서 1년이면 집을 한 채 살 수 있는 돈을 모으기도 했다.


 




사양길에 접어든 양복점 접고 세탁업에 뛰어들어


하지만 1990년대 기성복이 등장하면서 맞춤옷은 사양길에 접어들었다. “위기였지요. 그래서 남편에게 세탁소로 업종을 바꾸자고 제안했지만 남편은 쉽게 수긍하지 않았어요. 양복 만드는 일을 접게 되면 기술을 잃게 되리란 우려 때문이었죠.” 아내 정씨는 남편의 의견을 따랐다. “가장이기도 하지만 그 이전에 23년간 옷만 만들어온 양복사라는 것을 존중해주고 싶었어요. 그런데 우연찮게 세탁소를 차리게 되는 계기가 찾아왔지요.(웃음)”


1996년 일산신도시에 아파트를 분양받게 되면서 양복점을 정리하고 일산으로 주거지를 옮기게 된 것. 그렇게 지금의 상가에 ‘삼익세탁소’를 차리고 19년 째 부부이자 동업자(?)로 한 길을 걷고 있다. 기성복이 대중화되면서 위기를 맞았던 부부, 하지만 1년 후 IMF가 터지면서 모두가 힘들 때 세탁소는 오히려 호황이었고 양복사인 남편이 옷 수선까지 맡아 ‘세탁 잘하고 수선 잘하는 집’으로 입소문을 탔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세탁의 달인’이 된 아내


옷 수선 솜씨야 금방 입소문이 났지만 세탁은 남들이 하는 것과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는 아내 정씨. “얼룩을 지우는데 주로 화학약품을 사용해요. 그러다보니 손이 엉망이 됐지만 그냥 견뎠죠. 그러다 남편이 신장기능이 안 좋아져 동의보감을 보면서 몸에 좋다는 약재를 많이 다렸어요. 그러면서 천연약재의 효능을 알게 됐고 그 효능을 세탁에 이용해보면 어떨까 생각 하게 됐지요.” 물론 처음부터 쉽지는 않았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천연재료로 껌이나 녹물, 혈액 등 쉽게 지워지지 않는 얼룩을 말끔히 제거하는 기술을 터득해나갔다.


“녹물은 잘 안 지워져 독극물을 사용해 지워야 해요. 그런데 감자에 청산가리 성분이 있다는 걸 알게 돼 이를 이용해 녹물을 빼는 방법을 연구했지요. 또 다리미에 탄 자국도 과산화수소를 발라 비빈 후 재빨리 물에 깨끗이 헹궈내면 감쪽같이 새 옷이 되거든요.” 명품 옷을 세탁기에 함께 돌려 흰 옷이 진한 붉은 색으로 변한 것을 들고 와 하소연을 하는 고객의 옷도 감쪽같이 원래의 눈부신 하얀 빛으로 되돌려 놓아 TV방송 ‘생활의 달인’에 소개되기도 했다.


 




대를 이어가는 ‘100년 세탁소’를 만드는 것이 부부의 꿈


부부는 세탁소 안은 물론이고 입구 복도까지 택배박스가 쌓여 있을 정도로 일이 많아 새벽 2~3시가 돼야 집에 들어가는 일도 많다고 한다. “일거리가 없어서 고민하는 것보다 일거리가 밀려서 고민하는 것이 훨씬 더 행복해요. 늘 감사하지요” 꼬박 서서 일하는 일이 고되기도 하련만 얼굴에 환한 웃음이 떠나지 않는 아내 정영숙씨. “열심히 살았지만 아이들에게 미안해요. 일하느라 아이들이 어릴 때 많이 돌봐주지 못해서...그래 그런지 우리 딸들은 시집가서도 엄마랑 꼭 가까이 살겠다고 해요.”


어려운 일도 많았지만 함께 헤쳐 나가며 열심히 살아온 부부, 하지만 자신들의 노력보다 세상에서 받은 것이 더 많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제는 그들의 기술을 필요한 이들에게 나누고 싶다고. “프랜차이즈를 하라고 권하는 분들도 있지만 꼭 필요한 사람에게 최소의 기술료 정도로 창업을 돕고 싶어요. 같이 잘 살면 좋잖아요. 그래서 그 분들이 우리에게 기술을 전수받았다 인정해주면 우리 기술이 100년을 이어가는 것이고...그것이 우리 부부의 희망사항입니다.” 부부는 이미 2명의 지역주민에게 기술을 전수해 한 명은 얼마 전 창업을 했단다. 세탁기술은 수거 세탁 보관 배달 등 세탁과정과 원단별 특징을 2개월 동안 가르쳐 준다.


문의 031-912-8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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