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_ 최근 인기 공부법_ 쓰면서 공부한다 ‘필사 스터디’
필사(必死)적인 필사(筆寫) 스터디… 눈으로 보고 손으로 읽고
공부에도 유행이 있고 공부 방법도 시대에 따라 변한다. 작가들이 좋은 글을 쓰기 위해 필사(베껴 쓰기)를 했던 것이 최근 중·고등학생들 사이에 새로운 공부 방법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베껴 쓰기는 단순히 지문만 베껴 쓰는 것이 아니라 필사를 하면서 잘못된 문법, 모르는 단어 등을 찾아 쓰면서 단원별로 정리를 하는 것이다. 새로이 주목받는 공부법, 필사에 대해 알아본다.
송정순 리포터 ilovesjsmore@naver.com
필사의 위력, 목표 설정·달성하는 성취감 느껴
‘필사’는 책을 그대로 옮겨 적는 것으로 사전적 의미로는 ‘베껴 쓰는 것’을 의미한다. 국어 교과서에 나오는 문학 작품이나 영어 지문, 수학 개념을 노트에 베껴 쓰고 모르는 부분을 찾아 덧붙여 쓰면서 공부하는 방법이다.
필사를 하는 데는 생각보다 시간을 많이 뺏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사를 하는 이유는 눈으로 보는 것보다 훨씬 기억에 오래 남기 때문이다. 예문을 눈으로 한 번 보고 손으로 쓰다보면 문장 암기 효과가 상당하다. 한 자 한 자씩 눌러 쓰려면 물리적 시간이 필요하고 그 틈에 생각할 수 있는 여유도 생긴다.
무엇보다 가장 큰 장점은 계획을 세워놓고 성취감을 느끼면서 공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루에 시 한 편, 영어 기사 한 편 등 목표를 정해놓고 달성하는 과정에서 성취감도 느낄 수 있다. 과목별로 필사 공부법을 살펴보자.
국어, 문학작품 필사를 시키는 이유
모 고등학교 국어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문학작품 필사를 시켰다. 만만찮은 일이기에 도전하고 싶은 학생만 신청 받아 진행 정도에 대한 확인만 했다. 선생님이 필사를 시킨 이유는 두 가지. 입시용 문학 공부와 차원이 다른 문학에 대한 깊은 맛을 보라는 것과 입시와 관련해 시험공부 대비와 학생부 기록이었다.
시험 문제는 작품의 일부를 지문으로 제시한 후 문제가 나온다. 작품 전체를 꼼꼼히 읽지 못할뿐더러 시험에서 작품의 일부분을 보면 어디서 봤는지 기억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필사를 하면 베끼는 과정의 수고로움 때문에 작품이 기억날 수 있다.
베껴 쓰기 공부법으로 국어에서 1등급을 받은 강서고등학교 서창현 학생은 한 학기동안 시간을 투자해 문학작품 베껴 쓰기를 했다. 창현군은 “이틀에 한 번씩 3시간 동안 교과서나 모의고사에 자주 출제되는 작품을 베껴 썼다”며 “평가원이나 교육청 문제에서 나올만한 유형은 현대시와 고전시를 구분해 베껴 쓰고 참고서나 자습서에 나와 있는 해설도 다 옮겨 적었다. 이 노트 한 권만 보면 시에 관한 모든 정보를 다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창현군이 베껴 쓰기 공부를 시작한 계기는 공부 잘하는 선배들이 베껴 쓰기 공부를 했다는 정보를 접하고 부터다. “선배들이 베껴 쓰기로 공부를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친구들과 함께 시작했다”며 “베껴 쓴다는 것이 다소 귀찮을 수도 있겠지만 하다보면 생각보다 지루하지 않고 작품을 베끼면서 얻을 수 있는 또 다른 것이 있기 때문에 도전해볼 만한 공부법”이라 소개했다.
수학 개념 쓰기, 원리를 확실하게 이해하게 돼
수학의 기본은 개념과 그것에 대한 증명의 이해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 이 개념과 증명을 어떤 방법으로 정리하느냐에 따라 공부법이 달라진다.
수학에서 베껴 쓰기는 오답노트를 작성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오답노트는 틀린 문제를 먼저 쓰고 개념을 적용하는 반면 베껴 쓰기 공부법은 교과서에 나오는 개념을 먼저 베껴 쓴 후 증명과 예시를 그대로 개념노트에 옮겨 적는다. 필사를 하면서 개념을 정리하고 증명을 하는 과정에서 개념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개념이 어디서부터 출발하는지 생각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겨 문제를 볼 때 ‘이 문제는 어떤 개념과 관련돼서 어느 곳에 사용하면 되겠구나’ 하는 점을 적용시켜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눈으로 읽는 것보다 2~3배 정도 시간이 더 많이 걸리지만 증명까지 쓰고 나면 개념의 원리를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다. 수학 개념 쓰기는 가장 무난한 공부 방법으로 실수가 많은 학생들이 하면 효과적이다.
필사로 영어 표현력 늘리기
영어 필사 공부법은 EBS ‘공부의 왕도’에서도 소개된 적이 있다. 영어 필사의 시작은 수업시간부터다. 수업시간 선생님의 말씀을 빠짐없이 받아 적고 수업시간에 다룬 지문을 그대로 필사하는 것이다. 노트의 아래편에는 수업시간에 필기한 내용을 바탕으로 선생님이 강조한 주요 구문, 단어, 문법 사항을 정리한다.
영어 문법도 베껴 쓰기를 하다보면 여러 번 읽게 되는 장점이 있다. 문제를 풀면서 지문을 읽고 필사를 하면서 지문을 또 읽는다. 모르는 단어를 표시하면서 지문을 읽고 찾는 단어의 뜻을 가지고 지문을 읽는다. 마지막으로 문법 요소를 찾으면서 지문을 읽고 나면 기억에 오래 남게 된다.
한가람고 2학년 김승혁 학생은 초등학교 5학년 때 담임선생님의 권유로 노트필기를 시작하게 된 습관이 필사로 이어진 케이스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담임선생님과 중학교 1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을 정리하는 복습노트를 장려하셨는데 그것이 시초가 돼 노트필기를 열심히 하게 됐죠. 고1 때 인터넷 강의를 들으면서 인강 강사가 칠판에 필기하는 것처럼 노트에 필기하고 필요한 문법을 더 보충하니까 영어 문장에 어떤 문법이 쓰였는지 확인하기 좋더라고요.”
승혁군은 “필사를 하고 다시 정리하는 과정에서 웬만한 건 다 외우게 돼 확실히 공부가 된다”고 덧붙인다.
논술 준비도 신문 칼럼 필사로
수시 전형 중 하나인 논술을 준비하기 위해 필사하는 학생들도 있다. 논술 시험은 논리적인 글쓰기 능력을 알아보는 것을 목적으로 제시한 주제에 관한 자신의 주장이나 철학을 얼마나 설득력 있는 근거들을 제시하며 논리적으로 전개하는지에 따라 점수가 달라진다.
게다가 논술은 대체로 시사적인 문제를 다룬다. 매일 아침 신문을 읽고 칼럼을 베껴 쓰는 것만으로도 고려대 논술전형과 연세대 종합전형에 동시 합격했다는 박현영 학생은 “매일 아침마다 여러 개의 신문을 읽고 칼럼을 베껴 썼다”며 “같은 이슈에 대해 신문마다 시각차가 다른 것도 알게 돼 정치 경제로 시작한 사설 쓰기는 문화 예술까지 다양한 분야로 넓혀 다변화 된 사회에 대한 이해와 지식을 쌓을 수 있었고 결국 사교육 기관에 의지하지 않고도 논술전형을 자연스럽게 준비할 수 있었다”고 강조한다.
노트 제공: 강서고등학교 2학년 서창현 학생
한가람고등학교 2학년 김승혁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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