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의 숨소리까지 느낄 수 있는 우리 동네 공연장
기타를 잡은 손가락의 은은한 튕김, 살짝 긴장하며 모아보는 마이크 앞 보컬의 입술. 작은 숨소리를 참아가며 반짝이는 관객들의 눈... 요즘 같이 수천 명의 관객들이 모이는 대형공연에서는 절대로 느껴 볼 수 없는 모습이다. 사실 공연을 보러 가기위해서는 옷을 갖춰 입고 먼 길 나서는 마음의 준비가 필요했다. 하지만 이젠 동네에서 가까이 공연을 즐길 수 있는 곳이 있어 찾아가 보았다.
‘스페이스 내안’은 54석 규모의 소극장이다. 좌석이 가지런히 줄맞춰 설치돼있고 무대 한 편에는 드럼과 커다란 스피커가 보인다. 오픈한 지 1년 정도 됐고 작년 3월부터 본격적인 공연이 무대에 올려졌다. 지금은 조금씩 입소문이 나서 공연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은 인디밴드들의 공연이나 학생들의 동아리 발표회, 미술전시회 등이 꾸준히 열렸다. 작고 아담한 공연장은 무대에서 공연하는 출연자들과 관객 간의 거리가 가까워 눈빛 마주치며 호흡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그 열기는 수천석의 대형 공연장 못지않다.
스페이스 내안의 홍성헌 대표는 체코에서 정통 연극을 공부하고 와 극단에서 일 해온 연극배우출신이다. 홍 대표는 “늘 무대에 서는 입장이다 보니 공연 공간이 부족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체감했다”며 “작은 공연장이 만들어져 손쉽게 이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취지에서 스페이스 내안을 만들게 됐다”라고 전한다. 또한 “무대에 선다는 것이 거창하고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인 것처럼 생각하지 말고 자신이 취미로 가지고 있는 부분을 살려 표현해 보는 기회로 삼았으면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동안은 인디밴드들의 공연이 주로 이어졌고 오카리나 동호회 학생들의 공연도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은 싱어 송 라이터인 가수가 자신이 작곡한 곡들을 불러보는 데뷔 공연이었는데 관객들의 호응이 좋았고 공연을 마친 가수가 기뻐하는 모습을 잊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스페이스 내안에서는 공연을 하는 밴드에게는 대관료를 따로 받지 않는다. 대신 관객들에게 입장료를 받고, 전체 대관하는 방식은 상담 후 정하게 된다.
홍 대표는 작년 양천구의 이웃 만들기 프로젝트 사업에 응모, 선정돼 지원금을 받아 ‘우리 동네 학예회’라는 공연을 기획하고 무대에 올렸다. 지역의 주부기타동호회, 색소폰 연주자, 청소년댄스동아리, 지역 합창단까지 12팀의 공연이 이뤄졌는데 출연자나 공연을 구경하러 온 주민들이 만들어낸 공연장의 분위기는 열광적이었다고 한다. 홍 대표는 교육 프로그램들을 많이 만들어 지역주민들과 나누고 싶고 스페이스 내안이 다양한 문화 예술가들의 사랑방이 됐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위치 양천구 목동로 173 (진명여고 맞은 편)
문의 010-2902-1695
www.facebook.com/spacena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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