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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한 그녀, 힘이 되는 가족

지역내일 2002-04-03
“8살 딸아이와 남편이 제일 큰 힘이지요. 이해와 격려는 물론 집안 일까지 많이 도와주고 있어 고마울 따름입니다”
한솔교육 일산지국 2지구 지구장인 김은정씨(35세). 그녀는 1인 다역을 해내는 슈퍼우먼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김씨 역시 맞벌이 주부의 애환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교하지구에 사는 그녀는 행신동 사무실로 아침 7시 50분이면 아이와 함께 출근길에 나선다.
36개월까지는 친정어머니에게 육아를 맡기고 주말에만 만날 수 있었던 딸아이. 이후 놀이방을 오락가락하며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그 가운데도 건강하고 착하게 자라준 딸 혜린이는 지금도 방과후엔 큰 형님 댁에서 오후시간을 보낸다. 그런 딸에게 늘 미안하다는 김은정씨.
그래도 그녀가 여느 맞벌이 주부와 조금 구분되는 게 있다면 당당하다는 것이다. 자신감 있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인 그녀는 타고난 성격도 있겠지만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자’는 자신 스스로의 다짐을 매일 점검하고 반성하는 적극적인 삶의 태도에 있는 듯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성실’

한솔교육에 몸담은 지는 2년. 신기한 한글나라 지도교사로서 남보다 배로 열심히 일한 결과 그녀의 성실성은 일찍 눈에 띄게 되었고 그 공을 인정받아 지난해 지구장이 됐다.
대학을 졸업하고 모 유명 음악출판사에서 10년 동안 일했던 그녀는 졸업과 동시에 취직한 첫 직장에서 결혼과 출산을 모두 겪어내며 열심히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평생 몸담을 곳이라 생각했던 그곳에서 남녀차별이라는 큰 벽과 부딪힌다. 능력과 성실성을 인정받았다 생각했는데도 승진의 기회가 상대적으로 훨씬 적을 수밖에 없던 구조에 결국 사표를 결심했다. 그 후 퇴직금으로 유제품 유통업을 시작했으나 개업과 동시에 찾아온 IMF로 권리금도 찾지 못한 채 1년만에 좌절을 맛보고 한솔교육의 지도교사가 되어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각오로 열심히 일했다는 김씨.
지금은 저녁 7시에 근무가 끝나지만 초기 방문수업이 많을 때는 아침 9시부터 저녁 9시까지 파김치가 되어 집에 들어와도 집안 일을 모두 마치고 식구들이 잠든 후엔 꼼꼼히 수업계획을 체크하며 내일을 준비했단다.
“남편과도 10년 연애 끝에 결혼하고 첫 직장도 10년을 다닐 정도로 무엇이든 하나를 시작하면 어영부영 하는 성격이 못 돼요. 이왕 하는 거 아주 잘해야 만족할 수 있지요”
그녀는 일 욕심이 많다. 아니 일이 없으면 병이 난다. 첫 직장을 그만두고 두 달간 집에 있을 때는 거의 환자모습으로 변해 있었다고 한다. 흔히 말하는 살림 사는 재미에만 푹 빠져 있지 못하던 김씨는 그 당시 엄마가 행복해야 가정이 행복해진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달았다고. 지금도 주말에는 아이와 함께 연극이나 등산 등 여가 활동을 열심히 할 정도로 모든 일에 적극적이다. 김치도 직접 담가먹고 집들이까지 흔한 출장뷔페 없이 몇 십 명의 손님을 혼자 치렀다. “다 잘할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요리를 좋아해서 손님초대를 좋아하고 일이 아무리 바빠도 남편식사는 꼭 만들어 놔요. 그래야 맘도 편하고요”
지금 그녀는 만족한다.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지금의 직장이 그녀의 마지막 정열을 불사를 수 있는 비전 있는 곳이라는 확신과 무조건 믿고 지지해주는 남편과 딸이 있는 든든한 울타리가 있기에.
전미정 리포터 flnari@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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