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 주부 파이팅!

모자가정 여러분, 우리 힘내요!

지역내일 2002-05-06
“가족행사가 많은 5월이면 저희 모자는 오히려 말수가 줄어들어요. 휴일이면 외출보다 집에 주로 있는데 제 아들이 워낙 속이 깊어 어려서부터 아버지 얘긴 꺼내지 않았어요. 지금도 제가 가슴 아파할 이야기는 일체 꺼내지 않으니까 오히려 그 점이 맘 아프지요”
고양시 사리현동에 사는 김성은(49세 가명)주부. 그녀는 9년 전 사업부도로 남편이 행방불명 된 후 홀로 현재 중학교 3학년인 아들을 키우며 살고 있다.

하루 일당 벌기 위해 아들과 하루종일 전단 돌리기도

대부분 모자 가정에서 겪고 있는 경제적 고통이 김씨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83년, 사업실패를 비관하며 빚 독촉에 시달리던 남편이 말없이 집을 나간 이후 유일한 8평 빌라를 담보로 경험 없이 세탁편의점을 운영하다 도리어 빚만 지고 혹독한 현실에 내몰려야 했다는 김씨.
그 후 빵, 요구르트 배달 사원 등을 전전하다 결혼 전 법률사무실과 건설회사에서 법률 행정 세무경리 쪽의 해박한 지식이 있던 경력을 살려 회사 문을 두들겨 보았으나 헛수고였다.
“한번은 식당 일을 해보려고 행주산성 일대의 음식점을 다 돌았지만 써 주질 않더군요. 그런데 어느 식당 주인이 아주머니 적성에 맞는 일이 아닌 것 같다며 자신에게 맞는 일을 찾아보라고 권유하기에 오래 고민하다 매일 수십 개 회사에 이력서를 제출해보았어요. 나이가 많아 자격조차 안되더군요. 면접 통보가 오지 않아도 미리 달려가 열심히 일할 수 있다고 통사정을 해보았지만 소용없었어요. 어느 날은 포기하고 하루 일당을 벌기 위해 아들과 하루종일 전단을 돌리며 눈물로 밤을 새운 일도 있어요”
그 후 학습지 회사에서 일하다 1년 간은 모 신문사 지국에서 경리로 일할 수 있었지만 그 일도 지국사정에 의해 얼마 전 그만두게 되어 다시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는 중이다.

“의젓한 자식이 있으니 행복합니다”

이렇듯 어려운 현실이지만 그녀가 삶을 희망적이고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확실한 이유는 바로 믿음직한 아들이 옆에 있기 때문이다. 과외 한번 받아본 적 없지만 공부도 잘하여 전교 50등 안에 드는 모범생인 아들은 앞으로 천문학 교수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한다. 김씨는 어려운 형편에도 교우관계가 넓고 학교생활이 무척 밝다고 대견해했다.
“얼마 전에 선생님이 주신 컴퓨터 무료 티켓이 인연이 되어 정보처리기능사 시험까지 합격했어요. 시험 때면 독서실 한달 끊어주는 게 전부지만 공부도 잘해요” 지나온 이야기로 눈시울을 붉힐 때와 달리 아들 얘기가 나오자 환하게 자랑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행복한 엄마의 모습으로 돌아간 김성은씨.
그래도 형편만 되면 영어 수학 단과 학원을 보내주고 싶은 심정을 말하며 앞으로의 꿈도 경제적인 성공을 이루면 교육사업을 하고 싶다고 전한다. “환경이 어려운 아이들이 마음껏 공부 할 수 있는 학원을 만들고 싶어요. 근데 우리 아들도 생각이 같더군요. 아마 그 아이도 표현은 안 했어도 원하는 학원 공부를 못하고 있는 것이 한스러웠던 것 같아요”
김씨는 생활비는 물론 아직 남아있는 채무관계로 어려운 현실인데도 긍정적인 사고로 자신과 같은 모자가정 어머니들에게 용기의 말을 전했다.

“도움의 손길 기다리기보다는 스스로 일어나 열심히 살아요”

“재작년 문촌9복지관의 모자 여름캠프를 다녀온 후 느낀 점이 많았어요. 우선 나보다 더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많은 걸 보면서 우리 두 모자는 감사해야할 이유가 많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또 하나 어떤 어머니들은 어려운 처지를 비관하여 자포자기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해 무척 안타까웠는데, 우선 건강이 허락한다면 자식을 위해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기보다는 스스로 일어나 열심히 살자고요”
전미정 리포터 flnari@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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