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여전히 내 애인이야”

●48년 월북한 남편 김강현씨와 남측 아내 안정순씨

지역내일 2002-05-02
/금강산=공동취재단
기자출신으로 지난 4년 평양에서의 남북대표자 연석회의에 김구 여운형 대표들을 동행 취재했다 평양에 눌러 앉았던 북측 김강현(76)씨.
김씨는 2일 금강산여관 5층 12호실에서 반세기 세월을 수절해 온 남측 아내 안정순 할머니(74)를 만나 손을 꼭 부여잡고 부부간의 애틋한 정을 나눴다.
“당신은 여전히 내 애인이야. 우리가 갈라지고 싶어 갈라졌나”라며 아내를 위로했다.
안 할머니는 당시 기억이 되살아나는 듯 “당신은 결혼뒤에도 너무 자상했었다. 한번이라도 만나려고 기도 많이 했다”며 남편을 향한 애틋한 심정을 전했다.
결혼한지 5년되던 어느날 아침식사를 마치고 집을 나선뒤 소식이 끊겼던 남편을 52년만에 만나 켜켜이 쌓인 그리움을 말로만 표현하기는 어려운 듯 안 할머니의 얼굴에는 연신 눈물이 흘러내렸다.
지난해 이미 서신을 통해 남편이 북측에서 재혼해 딸 넷을 두었다는 소식을 접하고서도 그리움의 눈물은 멈출줄 몰랐다.
안 할머니의 그리움은 사실 50여년 동안만이 아니다. 생이별 이전부터 남편 김씨는 ‘큰 일’에 매달려 살아온 탓에 언제나 그리움의 대상이었다.
당시 혜화동에 있었던 경제전문학교를 졸업한 남편 김씨의 공식직업은 기자였다. 여운형 선생이 만든 중의일보에서 기자생활을 하던 김씨는 지난 4년 평양에서 남북대표자 연석회의가열렸을 때 25살의 어린나이로 남조선 청년대표로 참석해 김일성 주석을 만나기도 했다.
또 당시 근무했던 신문사가 진보적이라는 이유로 4번이나 옥고를 치러야 했다.
남편 김씨는 북으로 올라온 뒤 곧바로 내각직속 중앙지도간부학교에서 근무하다 황북일보사에서 기자생활을 이어갔다. 그런 와중에 조국통일상과 다수의 훈장을 받는 등 북한 지도층 인사로 활동했다. 이런 탓에 이번 상봉기간 중 북측 안내원들은 남측 기자들에게 “김씨를 취재해 보는 게 어떠냐”며 추천하기도 했다.
눈물을 머금은 안 할머니는 “살아줘서 고마워요. 정말 보고 싶었어요”라는 말로 50년 세월의 그리움을 남편에게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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