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파이팅

환경사랑이 바로 이웃사랑

지역내일 2002-04-25
화정동 은빛마을에 사는 주부 최안젤라(37세)씨 집 현관에는 늘 크고 작은 예쁜 천 가방이 걸려있다. 검은 비닐 대신 담아오는 장바구니는 이젠 가족의 필수품으로 된지 오래다. 휴지대용으로 쓰도록 예쁜 통에 담겨진 20여장의 헌 천 조각들도 항상 준비해두는 물품.
최씨가 이렇게 친환경적인 생활을 한데에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모임’에 가입하고 환경에 관한 동화책을 자주 접하면서다.
그러다 재작년 고양시로 이사오던 해 비영리 단체인‘한살림’이라는 친환경농산물공급처를 알게되면서 최씨 가족의 환경사랑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그녀는 특히 아토피성 피부염으로 심한 고통을 겪었던 작은아들의 치료를 위해 먹거리부터 생활용품까지 집안에서의 생활을 하나하나 바꿔 나갔다.
우선 아이들과 함께 환경모임에 적극 참여하고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의 쇼핑은 하지 않으면서 유해한 인스턴트 음식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아이들은 이제 치킨이나 피자는 생일 같이 특별한 날에만 먹는 음식으로 인식됐다. 그래도 나물 반찬은 비빔밥이나 김밥 속에 넣는 위장전술?을 펼쳐야하기도 한다. 이러한 정성으로 초등학교 1학년인 작은아들의 아토피성 피부염은 놀라울 정도로 회복됐다.

자동차 대신 책을 사는 행복

최안젤라씨 부부는 결혼해서 줄곧 자동차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번듯한 내 집까지 마련한 지금도 둘 다 자동차 사기에는 도통 관심이 없다. 가족외출시 약간의 불편은 크게 이들 생활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전부터 바자회를 이용한 물품구입 재활용가구 이용하기 옷이나 신발 물려받기 세탁소 옷걸이 돌려주기 절전형 콘셋트 쓰기 목욕물로 손빨래하기 렙이나 호일 대신 뚜껑 있는 그릇 쓰기 싸인펜이나 볼펜심 갈아 쓰기 등 절약정신이 집안 생활 곳곳에 배여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 가족이 사치 아닌 사치를 부리는 대목은 바로 월 10만원 정도의 도서 구입비. 주말이나 평일 여가시간엔 누구 하나 강요하지 않아도 네 명 모두 독서삼매경에 빠져 있는 광경을 흔히 목격할 수 있다. 학원에 다니지 않는 아이들은 방학이면 천연염색이나 전래놀이를 즐길 줄 알고 영어는 엄마, 수학은 아빠에게 보충지도를 받는다. 특히 요즘은 자격증 시험준비에 열심인 아빠의 모습이 산 교육이 되고 있다.
이들 가족이 찾는 주말 나들이 역시 대형 놀이공원 대신 옆 동산이나 역사유적지 등 자연의 훼손이 덜 해진 곳이다.
최안젤라씨는 올해 초등학교 4학년인 큰아들이 활동하고 있는 환경청소년단에서 어머니 회장을 맡게 됐다. 내성적이라 처음엔 겁도 났지만 이젠 식구들만이 아닌 내 이웃을 위해 환경사랑을 펼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아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을 바꾸었다.
이런 그녀가 약간의 고민에 빠질 때가 있다. “혹시나 이웃에게 까다로운 사람으로 비쳐질까 조금 걱정도 돼요. 그래서 엘리베이터에서 이웃을 만나면 이전 보다 더 환한 웃음으로 인사를 건네지요. 환경에 대한 공부를 하면서 이웃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깊어진 것도 사실이고요. 가까운 내 이웃에게 자연의 소중함을 알리고 싶은 거죠”
염색이나 스프레이 사용을 안하고 세탁 시에는 섬유유연제 대신 약간의 식초를 쓴다는 그녀는 점점 인공향내가 싫어지고 자연 향이 더 좋아지듯 자신 또한 자연을 닮은 사람이 되어 이웃과 함께 정을 나누려 한다. 환경 사랑이 곧 이웃사랑이기에.
전미정 리포터 flnari@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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