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아산내일신문>이 주목하는 2014 천안아산 키워드 1. 고교평준화

2016년 시행까지 2년 … “준비 기간 결코 길지 않다!”

평준화의 진정한 의미 고민할 때 … 합심해 대비해야 진정한 교육 발전 가능

지역내일 2014-01-11

“아이가 올해 중학교 2학년입니다. 천안지역 고교입시 비평준화 마지막 세대가 되는 거죠. 평준화가 되는 것은 반갑지만 정작 제 아이는 비평준화 제도로 고등학교에 진학해요. 앞으로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고등학교 선택을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리가 복잡하네요.”
천안시 두정동에 사는 김성은(42 가명)씨는 이제 중학교 3학년에 올라가는 큰 아이의 고입을 생각하면 머리가 아프다. 아이는 비평준화 세대라 기존의 입시대로 고등학교에 진학하지만 바로 다음해부터는 평준화로 고교입시가 진행되기 때문. 고등학교 선택의 기준을 무엇에 두어야 할지 계속 생각중이다.
지난해 12월 17일 천안 지역의 고교평준화 시행이 결정되었다. 시기는 2016년, 현재 중학교 1학년생들이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때부터다.
20년만의 큰 변화 앞에 학생과 학부모들은 환영 혹은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제 아이들이 고교 입시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겠다” “소위 명문고에 들지 못하는 아이들의 좌절감을 없앨 수 있게 됐다” 등 환영의 의견이 있는 반면, “이제 천안 교육수준의 하락이 눈에 보인다” “특목고 자사고가 있는 상황에서 우수 인재들은 특목고로 몰리지 않겠느냐” 등 우려의 의견도 제기되었다.
이에 대해 천안중학교 배영현 교사(천안고교평준화시민연대 정책국장)는 “현재 천안지역 중학교 3학년생 8000명을 전체로 봤을 때 지금 현재 수준에서 아이들에게 가장 올바른 교육을 펼칠 수 있는 것이라는 판단으로 고교평준화를 이야기했던 것”이라며 “고교평준화는 입시가 아니라 아이들의 원론적인 교육에 대한 고민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배영현 교사는 “시행 결정이 난 지금이야말로 고교평준화의 진정한 의미를 고민하고 준비할 때”라며 “시행이 2016년부터지만 2년이 그리 긴 시간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고교배정방식 학구설정 등 세부적인 사항에 대한 로드맵은 ‘천안지역 고교평준화를 위한 타당성 조사’ 연구 결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사진은 지난해 9월 12일 있은 ''천안지역 고입제도 변경방안 연구'' 수행을 위한 공청회. 

혼란 줄이려면 충남교육청 로드맵 마련 서둘러야 
대학 입시까지 큰 틀로 바라보고 평준화에 맞춘 교육으로 방향 검토 필요


고교평준화 실시가 결정되면서 학부모들은 학군배정과 고교배정방식 등에 궁금증을 드러냈다. 세부적인 로드맵이 발표되지 않은 상황이라 의견이 분분한 상황. 충남교육청 고교평준화 담당 장학사는 “충남교육청은 세부적인 사항이 담긴 로드맵을 준비해 제시할 예정으로 아직 발표 시기를 정하지는 않았다”라며 “내용은 천안지역 고교평준화를 위한 타당성 조사 연구 결과(표 참조)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당장 고입을 앞둔 학생(현재 중2)들의 경우 기존 명문고에 진학할지, 평준화에 맞춰 가까운 학교를 선택할지에 대해 혼란해 하는 상황이다. 일선학교 교사들은 이에 대해 현재 중학교 2학년들의 경우 비평준화로 고입을 치르기는 하지만 이후 평준화 시행에 따른 영향을 받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제시한다. 고등학교의 경우 대입 실적으로 판단되는 만큼 초반에는 기존 인식에 따른 고등학교 지망이 이어지겠지만 서서히 명문고에 대한 재편도 마련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민관합동위원회 구성 등 교육청 차원 준비팀 꾸려야 =


무엇보다 충남교육청이 로드맵 제시를 서두르고, 고교평준화 안착을 위한 준비에 빨리 돌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선호/비선호학교 또는 평준화에서 제외된 학교에 대한 지원 등에 대해 빨리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배영현 교사는 “경기도나 강원도 등 최근에 고교평준화를 실시한 곳의 사례를 보면 교육청 차원에서 예산 지원이나 교육과정 특성화 등 교육격차 해소를 위한 준비를 충분히 한 것을 알 수 있다”며 “학교 배정에 있어서 학부모들 불만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준비해 아이들이 원하는 고등학교에 진학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또한 배 교사는 “교통여건 개선도 중요한데, 강원도의 경우 학생들 통학 구간에만 운행하는 최단 노선을 마련하기도 했다”며 “타 시?도의 사례를 충분히 검토해 고교평준화 안착을 위해 준비하는 한편, 경기도의 사례처럼 추진과정에서 학부모들의 의견을 파악할 수 있는 ‘민관합동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교육청이 주도적으로 준비팀을 꾸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사교육에서도 고교평준화 시대에 맞춘 분석과 발빠른 대응에 나서고 있다. 닥터윤교육컨설팅 홍동호 소장은 “고교평준화 실시로 천안의 입시환경에 큰 변화가 올 것”이라며 “그동안 천안지역의 경우 입시가 고입과 대입으로 나뉘어 진행되었다면 이제는 고입에서 자유로워진 만큼 중학교 시기부터 큰 흐름으로 대입을 충실히 준비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동시에 충남교육청의 탄탄한 준비에 대한 중요성도 제시했다. 홍 소장은 “20년 동안 고교비평준화 적용을 받았기 때문에 중학교에서 고입을 위한 준비가 상당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교육청이 세부적인 내용을 빨리 결정하고 제시해야 그에 따라서 학교나 학생 학부모들도 평준화가 가져올 변화에 맞추는 교육으로 방향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입시에서 긍정적인 영향도 기대 =


고교평준화 실시 이후 입시에 끼칠 영향에 대한 관심도 크다. 프린시피아학원 강 석 원장은 고교평준화 정책이 상위권 학생들에게는 유리하고 중상위권 학생들에게는 불리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그동안 소위 명문고에 상위권 학생들이 몰리면서 중상위권 학생들은 그 외 고등학교에 진학해 내신에 우위를 점하고 대입에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런 가능성이 희박해질 수 있다는 것. 동시에 상위권 학생들은 고등학교에 가서도 계속 상위권을 유지하며 내신에서도 유리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본다면 긍정적인 영향이 크다는 의견. 강 석 원장은 “그동안 천안 지역은 고입이 끝난 시점에서 아이들의 숨고르기가 대입에 악영향을 끼쳤다”며 “명문고에 진학한 학생은 고입에 지나치게 힘을 뺀 나머지 지치고, 명문고에 진학하지 못한 학생은 좌절감에 빠지는 등 본격적으로 대입 준비를 시작해야 할 중3겨울방학을 허비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또한 강 원장은 “앞으로 고교입시에 지나치게 힘을 낭비하지 않게 된 만큼 중학교 때부터 대입에 대한 진로 고민 등을 천천히 진행할 필요가 있다”며 “실제 수시 입학사정관제에 대한 대비는 고등학교 진학 후 시작하면 늦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천안중학교 배영현 교사는 고교평준화를 입시에 대한 유?불리를 우선으로 고민하는 것에 우려를 표했다. 배 교사는 “교육에서 입시 실적이 굉장히 중요하기는 하지만 단지 그것을 위주로 고교평준화를 바라봐서는 안 된다”며 “아이들에게 진정 필요한 교육이 무엇인지와 학교 교육의 정상화를 위한 논의가 시작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나영 리포터 naymo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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