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정도는 ‘왕재수’를 꿈꾸어 보자

생활 속의 색다른 느낌 8 - 경품대잔치

지역내일 2002-04-10
형곡동 ㅍ마트 앞 경품행사장. 200여명의 사람들이 모여 기쁨과 실망의 교차된 감정의 탄성을 자아내고 있다. 제법 동네 행사가 되었는지 노래자랑도 하며 진행하는 사회자의 재치가 기다리는 사람들의 지루함도 달래주는 듯 하다.
세일 행사기간동안 수도 없이 넣은 종이, 적게는 한두 장에서 많게는 수십 장을 들고 복권 추첨을 기다리듯 발표자의 손과 입을 향해 있는 시선들이 옛날 대학입학시험에 붙었는지를 가슴 조이며 게시판을 바라보는 수험생들의 모습을 생각나게 한다.
라면 한 박스에서 대형냉장고까지 상품을 내건 행사들을 쉽게 주변에서 접할 수 있으며 일상적으로 슈퍼를 드나드는 주부의 마음을 유혹한다. 이왕이면 한 개 더 사서 경품권 응모 금액을 맞추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주소와 이름을 써넣는 정성을 하늘이 알아줄까.

라면 한 박스라도 걸려만 준다면
행사기간동안 한달 치 아이 분유며 미리 사 놓아도 되는 것을 구입하여 경품권 10장을 들고 나온 주부 오연미(35)씨는 당첨된 사람이 부러우면서도 허탈하다. ‘라면 하나라도 걸리지’라는 아쉬움이 어디 그녀만의 심정이겠는가.
상품이 하나 둘씩 줄어가고 마지막 일등 발표를 앞두고 고조된 분위기, 사회자는 이름을 부르건만 그 자리에 참석치 않은 당첨자들의 불운을 박수로 보내고 “다음다음”을 외치는 관중들의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른다.
“일등한 사람은 도대체 어떤 운을 가지고 있었을까 무슨 꿈을 꿨을까 살면서 저렇게 재수가 좋을 수가 있는가”는 여운을 남기고 각자의 집으로 향하는 사람들은 내일도 ‘왕재수’를 꿈꿀 것이다.

경품의 매력에 빠진 사람들
언제부턴가 우리 주변에는 복권이나 경품 등 일확천금을 꿈꾸는 한탕주의가 사람들의 소비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IMF이후 더욱 커진 이러한 심리들을 이용하여 경품대행업체까지 생겨났으며 인터넷 문화 확산으로 집에서 부업으로 여러 사이트를 돌며 경품에만 응모하는 일반인들도 늘어나고 있다.
공단동에 사는 주부 이인영(26)씨는 이제 갓 결혼한 새댁. 학창시절부터 경품응모가 취미였던 그녀는 드디어 인터넷 한 사이트에서 마티즈 승용차를 타는 행운을 잡았다.
“노력의 결과”라고 하는 그녀의 말이 더욱 재미있는데 “작은 것 한두 가지는 걸려봤어도 이렇게 큰 것은 처음”이라며 “5년만에 낚은 대어로 한 살림 마련했다”고 한다. “앞으로도 이 취미생활을 더욱 전문적으로 즐겨볼 것”이라고 한다.
반면 경품에 당첨되고도 씁쓸한 경우도 있는데 이춘희(40·형곡동)씨는 경품 추첨 행사장에서는 발표되지 않아 떨어진 줄 알았는데 다음날 정수기에 당첨되었다고 연락이 와 기쁜 마음으로 달려가 상품을 받아왔다. 신나게 집에 설치하고 설치자의 설명을 들으니 기계 값 보다 필터 값이 더 들어 갈 것 같아 당첨에 대한 기분이 오히려 정수기 한대를 강제판매 당한 것 같아 불쾌했다고 한다.

장난처럼 응모했던 게 김치냉장고 당첨
우연한 기회에 슈퍼에 들러 받은 몇 장의 경품권, 정확한 확률분석과 운 좋은 사람의 선택 등을 고려하여 행사기간 중간 기간쯤에 “우리 신랑 운대 풀려라”는 조금은 장난스런 마음으로 단 한 장을 추첨함에 넣었는데 김치냉장고를 타게 되었다는 김인자(31·상모동)씨. 태어나서 처음으로 이런 횡재를 건진 자신이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경품 따윈 자기의 생활과는 상관없는 것으로 알았는데 정작 되고 보니 “다음에 또 해 보랴”라는 기대심리도 생긴다고 한다.
시대나 세대를 막론하고 공짜는 항상 기분이 좋다. 그래서인지 공짜를 기대하는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다.
복권 전문점이 생기고 경품대행업체가 생겨나는 것이 유행인 것을 보면 사람의 심리가 참 묘한 면도 있다. 그 도가 지나치면 병이 되겠지만 생활이 단조롭고 다람쥐 쳇바퀴 도는 듯한 하루를 시장을 드나들며 기분 좋게 접할 수 있는 경품행사라면 한번 그 즐거움을 만끽해 보는 것도 생활의 윤기를 더할 것이다.

윤은희 리포터 gangcholyu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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