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탐방길-전주 왜망실·재전 마을과 묵방산

도심속의 시골마을을 찾다! 여기 전주 맞아?

자연의 푸르름과 차 한 잔으로 심신의 피로 풀어

지역내일 2013-07-09 (수정 2013-07-09 오후 3:41:18)

내리쬐는 뙤약볕에 농부의 손이 분주하더니 일년농사의 반을 뚝딱 해 치웠다. 연둣빛의 여린 벼 싹이 짙은 초록의 옷으로 갈아입은 요즘, 전원을 만끽하려 떠나보는 여행.
따뜻한 햇살도 쉬어가는 바람도 목을 축여주는 단비도 그 모든 것들이 소중한 곳, 전주시라 하기엔 어리둥절한 도심속의 낯선 시골풍경이다.
잠시 머리를 식히며 쉬어 가고 싶을 때 멀지 않아 잠시 짬을 내 찾아봐도 좋을 곳, 전주시 우아2동 왜망실 마을을 찾았다.  



전원생활을 꿈꾸는 이들이 찾는 곳, 왜망실·재전 마을
전주역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전주시의 전원마을 왜망실과 재전마을. 찾아 본 이라면 이곳이 전주인가 하는 의문을 누구나 가질 터인데. 아중저수지까지는 제법 발걸음을 했을 전주시민들도 저수지 끝 철길 아래(관암교)를 지나 마을로 들어서 본 이는 흔치 않을 것이다.
“원래 왜망실 마을은 ‘왜막실’이라 불리었다고 해. 정유재란 때 일본 왜병이 전주로 쭉 진입해오다 혹시 관군이 잠복하고 있을까봐 댐을 넘어가지 못하고 골짜기를 넘다 거기서 매복하고 있던 관군한테 참패를 해서 많이 죽었다고 해. 그리고 그 패잔병들이 두리봉과 묵방산 골짜기에 막을 짓고 살았다고 하여 ‘왜막실’이라 불렀대”라며 함께 한 지인이 말한다.
근거있는 역사적 사건인지는 모르겠지만 ‘왜’와 ‘막’이란 글자가 들어가는 걸로 봐서 제법 신빙성이 있는 듯하다.
왜망실로 들어서는 길가에는 시원한 여름을 보낼 수 있는 개울을 낀 가든과 큰 느티나무 두 그루가 우리를 반긴다. 멀리 가지 않아도 가벼운 드라이브로 자연을 가까이 할 수 있는 곳이다. 차량으로 왜망실·재전마을을 지나 재전저수지까지 기어가듯 움직여본다.



차한대 지나갈 수 있는 있을 정도의 좁은 논밭길 곁으로 개울물이 흐르고 제법 제 자리를 찾은 벼들이 ‘어서오라’는 듯 손짓한다.
이곳이 명당자리임을 알고들 찾았는지 제법 그럴싸한 전원주택들이 들어섰다. 영락없는 시골 풍경에 더해진 현대적인 주택이지만 이곳이 전주시이기에 이상할 것 없는 노릇이다.



묵방산, 아는 이만 오르는 곳! 제대로 된 안내판 세워주세요!
왜망실과 재전 마을을 지나 다다른 곳은 재전저수지. 그다지 큰 물그릇을 가지진 않았지만 안개낀 날이면 제법 운치가 있을 법한 저수지다.
저수지 둑을 따라 묵방산 산행을 시작해 보는데, 마침 때 아닌 횡재를 만났다.
사람들의 손길과 발길이 잦지 않은 재전저수지 가장자리로 산딸기가 지천이다. 아직 산행은 시작도 안했는데 마치 종착점에 다다른 듯 발길 옮길 생각도 없이 산딸기 수확에 열중이다.  



묵방산(530m)은 전주와 소양면 상관면의 경계에 있는 산이다. 묵방산을 아는 이들은 대부분 아중역 뒤로 이어진 등산로에서 시작을 많이 하나 오늘은 마을 주민의 안내대로 재전주수지에서 산행을 시작해 본다.
하지만 시작부터 난관이다. 산딸기 삼매경에 빠진 것도 그렇지만 제대로 된 길을 찾기가 쉽지 않다. 등산객이 많지 않아서인지 진입로에는 풀이 무릎만큼 자라 뱀이라도 만날까봐 무섭다.
“제대로 된 안내판도 없는 것 같고 이러다가 길 헤매겠어. 뱀도 길도 모두 우리 편으로 만들어야 하니 정신 똑바로 차리고 걸어”라며 함께 한 언니는 노파심에 한마디 거든다.
길인가 싶어 무작정 오르다 만난 능선, 사람들이 지난 흔적이 있어 반갑다.
“이 고개만 오르면 바로 묵방산이예요. 그런데 더 가야 묵방산이라고 바위에 새겨져 있는데 그 곳이 바로 묵방산이예요. 그곳에서 왼쪽으로 내려가면 다시 마을이 나와요”라며 길가다 처음만난 등산객이 알려준다.
‘제대로 된 안내판 하나 보기도 힘들었는데 정상 표지석도 잘못 됐단 말인가?!’
곧 입이 불퉁불퉁 해졌지만 능선을 따라 걷는 하산길이 그늘지고 상쾌해 발걸음이 가볍다.



여행으로 지친 노곤함은 산골카페에서 날려버려
하산길에 잠시 목을 축이며 쉬어가고자 들린 재전마을의 카페 ‘산아래(063-242-0108)’. 이름 그대로 병풍처럼 둘러싸인 산 아래 카페가 자리하고 섰다.
5년전 이곳에 남편과 함께 둥지를 틀었다는 주인. 농가를 개량한 듯 찻집이 방 칸칸으로 나누어져 손님을 맞는다.
겉모습과 정원은 제법 도회지 멋이 풍기지만 사랑방 노릇을 하는 찻방은 예전 우리네 그 시골집처럼 작은 쪽방이다.
마당에 세워진 산아래정자는 오가는 이의 발목을 붙잡기에 손색이 없다. 쏟아 붓는 수다로 정신건강을 다스리는 주부들에게 세상 짐 잠시 내려놓고 쉬었다 가면 딱 좋은 곳 ‘산아래’.
“옛날엔 진짜 시골마을 시골집이었을텐데. 그래도 참 좋다! 그리고 소담하고 아담해 정이 가네!” 라며 함께 한 동무가 말한다.
빽빽하게 들어선 도시의 빌딩숲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는 현대인들. 전원 산 들 모두 도시를 벗어나 한참을 달려야만 당도할 것 같은 곳이지만 도심에서 채 10분거리도 안 되는 곳에서 만날 수 있는 시골정경이다.
소가 있어 쟁기질을 하지 않아도 손자에게 부채질을 하며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는 할머니의 모습을 찾아 볼 수 없어도 잠깐의 짬으로 마음의 평안을 얻고 돌아올 수 있는 곳, 오늘 여행은 전주시의 또 다른 얼굴을 만나 보는 시간이었다.


김갑련 리포터 ktwor04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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