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거처, 대숲을 거닌다. 롯데갤러리 광주점이 여름 특별기획으로 전통 사군자의 화재(畵材) 중 하나인 대나무를 소재로 기획전시를 연다. 14일부터 7월17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전시의 주제는 ‘대숲을 거닐다’이다.
상상창작소 봄 주관으로 열리는 이번 전시에는 강행복(판화), 김선두(한국화), 김진화(서양화), 라규채(사진), 박상화(미디어), 송필용(서양화), 이기홍(서양화), 이구용(한국화), 장찬홍(한국화) 등 총 9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일찍이 대나무는 사군자의 화재로 등장하기 이전부터 송죽도, 죽석도 등의 형태로 혹은 화조화의 일부로 자주 쓰였다. 사군자 중에서도 가장 먼저 묵화로 그려졌으며, 특히 소재의 성질이 갖고 있는 상징성과 기법의 특수성으로 인해 화재로써 오랜 사랑을 받아 왔다. 롯데갤러리의 특별전시 ‘대숲을 거닐다’전은 전통에서 지금에 이르기까지 창작의 소재로 애용되고 있는 대나무에 관한 현재적 해석을 위한 자리이다. 더불어 남도의 정서가 짙게 배어있는 대숲을 통해 소재의 상징성을 새삼 가늠하기 위한 장이기도 하다. 잦은 외침과 정치 사회의 지난 격변 속에서 사람살이의 진심을 천명해온 남도의 ‘민낯’은 대숲이 품은 결기와 푸르름을 닮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움으로써 단단해지는 무소유의 가치처럼, 때로는 곧은 성정 안에 거친 바람을 담아내는 그 넉넉함과 같이 대숲이 지니는 고아함과 상징미는 새삼 시사하는 것이 크다.
현대적인 미감으로 분하거나 전통의 미의식을 계승하기도 하는 이번 전시의 취지는 쉼 없이 즉물적인 가치를 쫓는 우리네 삶을 다시금 돌아보는 의도다. 마디마디 비움으로 견고해지는 대나무의 올곧음과 같이 언제고 청아한 바람길 서슴없이 내어주는 그 마음자리처럼 대나무는 늘 한결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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