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털에 대한 공부를 하는 학회가 백범기념관에서 열렸다. 의사들이 털에 관심을 갖게 되는 이유 중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대머리의 발생과정이나 원인을 이해하고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려는 데 있다. 드물게는 저자와 같이 털을 제거하는데 관심이 있는 의사도 있고 털 자체에 호기심이나 관심을 가진 의사들이나 연구진들도 많다.
털은 태아에서 발생된 이후 성장하다가 잠시 성장을 멈추고 일정기간의 휴식기를 거치면 다시 성장을 시작하는 특이한 기관으로 마치 하나의 독립된 생명체처럼 움직인다. 더욱이 각 부위마다 한 번에 연속적으로 성장을 유지할 수 있는 기간이 다르고 굵기도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털에도 다른 조직처럼 줄기세포가 존재하고 다양한 종류의 세포들이 성장과 퇴행에 관여해 복잡한 변화를 보이게 된다. 학회의 발표 중에는 털의 성장에 털 자체의 세포 이외에도 다양한 주변 조직들도 유기적으로 관여하고 있다는 발표도 있었다. 늙은 쥐의 털을 젊은 쥐의 피부에 이식하면 더 잘 자란다고 한다. 털 주위의 지방 조직들도 털의 성장에 일부 영향을 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털은 많아도 고민, 적어도 고민이지만 사람에서는 정확하게 증명된 털의 기능이 없다는 것도 특이한 사실이다. 최근에는 의료에도 전문화와 세분화의 트렌드가 생겨서 대머리를 털을 옮겨 심어서 치료하는 모발 이식 전문 병원들이 많아지고 있고, 저자의 경우는 반대로 털을 제거하는 제모 시술만 하는 제모 전용 피부과에서 근무하고 있다.
털은 수직으로 자라는 경우는 매우 드물고 옆으로 누워서 자라나오는 털이 대부분인데 그 각도가 사람마다 부위마다 다르다. 머리카락의 경우는 머리결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털은 태아에서 얼굴부위부터 생기기 시작해서 허리와 다리 쪽으로 퍼져간다고 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다리털은 아래를 향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머리카락의 경우 스타일에 따라서 그 사람의 이미지가 크게 변하기 때문에 우리의 일상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고 그래서 우리는 거리마다 미용실이나 이발소를 볼 수 있다.
털은 직관적으로 보면 매우 간단해 보이지만 복잡한 과정을 거쳐서 성장과 퇴행을 반복하기 때문에 이해하는데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고 상당한 공부도 필요하다. 언어적으로 보면 털을 심고 뽑고 하는 의료행위가 쉬워 보이지만 털만 뽑은 지 12년이 지난 의사 입장에서 보면 털은 정말 다루기 힘든 조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JMO피부과의원
고우석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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