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신성장동력을 찾아서 - 전주 탄소산업
외롭게 버틴 10년 ''탄소산업 허브'' 눈 앞
세계 3번째 고강도 탄소섬유 공장 준공 … 지자체 주도 ''국가산업화'' 개가
13일 오후 2시 전북 전주시 팔복동 첨단복합산업단지 18만2000㎡ 부지 위에 들어선 효성 전주공장이 준공을 마치고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갔다. 이 공장에선 고강도(T700급) 탄소섬유를 연간 2000톤씩 생산한다. 앞서 전주시와 효성은 지난 2일 전주공장에서 생산할 탄소섬유 ''탠섬(TANSOME)'' 실물을 공개했다. 탠섬 출시로 우리나라는 일본, 미국에 이어 독자기술로 고강도 탄소섬유를 생산하는 나라에 이름을 올렸다. 전주산 탄소섬유 브랜드 ''TANSOME''은 한글로 ''탄소섬유''의 약자인 동시에 제품 생산 공정의 하나인''소성(태우는 과정·tanning)''과 ''특별함(something special)''이 결합돼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조 한다는 의미를 담고있다. 효성은 2020년까지 탄소섬유 분야에 1조2000억원을 투자하고 탄소섬유 생산 능력을 1만7000톤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지역진흥 사업, 국가핵심 사업으로
탄소섬유는 철보다 견고한 강도(10배)를 갖지만 무게는 5분의 1에 불과하다. 고강도 탄소섬유를 항공기·자동차 등에 접목하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다. 연비전쟁을 벌이는 차량에겐 더없는 대체소재가 될 전망이어서 ''21세기 산업의 쌀''로 불린다. 탄소산업의 세계시장 규모는 2011년 기준 20억달러로 이 중 60% 이상을 일본 회사들이 점유하고 있다. 특히 탠섬과 같은 고강도 탄소섬유는 생산국이 전략품목으로 규정해 기술이전 등이 엄격히 제한돼 왔다. 우리나라가 매년 2400톤(2011년 기준)의 탄소섬유를 전량 수입에 의존한 이유다. 전주공장의 모태가 된 파일럿 시설도 일본에서 플랜트를 블록으로 들여야 조립하는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전주시 탄소산업은 ''한국탄소융합기술원''의 역사와 맥을 같이한다. 전주시는 지난 2003년 부품소재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산하에 ''전주기계산업리서치센터''를 설립했다. 고가의 장비를 활용할 수 있는 장점 때문에 탄소나노섬유, 세라믹 복합재, 탄소 브레이크디스크, 항공기 연료통 등을 생산하는 업체가 자연스럽게 몰렸다. 2008년 10월 ''전주기계탄소기술원''으로 명칭을 바꾸면서 국내 최초의 탄소소재 전문연구 기술원으로 변신한다. 특히 그 해 대기업인 효성이 공동연구 작업에 동참 하면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전주시는 여기에서 한발 더나가 전주권을 탄소산업의 국가거점으로 키우는 사업에 도전했다. 2009년 독자적인 개발기술을 확보한 후 ''탄소밸리 구축사업''에 나선 것이다. 2010년 정부의 타당성 조사를 통과한 후 전북도·완주군과 함께 전주 첨단산단, 완주 과학산업단지에 553만7000㎡의 탄소밸리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2015년까지 국비·지방비 등 1991억원을 투입해 인프라를 구축하고, 관련 기업 100개 이상을 유치할 계획이다. 벌써부터 효성뿐 아니라 한화나노텍·애경유화·금호석유화학 등이 투자계획을 세우고 중견기업 20여 곳은 지역에서 공장을 가동 중이다. 지역산업 고도화를 염두에 둔 지역진흥사업이 국가산업인 ''탄소밸리''로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전주시청 최락휘 탄소산업과장은 "기초자치단체에서 자체 운영한 센터에서 출발한 연구개발 사업이 대기업 투자를 이끌어내고, 국가주도의 전략산업으로 확장된 보기드문 사례"라고 말했다.
"탄소산업 허브, 결코 꿈 아니다"
전주시는 탄소밸리 사업을 앞으로 3단계로 추진한다. 1단계로 2015년까지 소재 원천·응용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기반으로 2단계(2016~20년)에는 신산업 창출에 나선다. 이후 3단계는 해외 진출에 발벗고 나설 계획이다. 또 탄소산업 전문창업보육센터와 전문교육기관을 운영해 신산업 확장의 동력을 제공할 방침이다. 전주시는 2030년 쯤엔 전주시에만 탄소관련 중핵기업 20개 등에서 2만여명이 종사하는 시대가 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송하진 전주시장은 "전주에서 만들어진 탠섬이 우리나라 산업구조의 틀을 획기적으로 바꿀 것"이라며 "전주는 가장 한국적인 스타일의 전통문화와 최첨단 탄소산업이라는 성장동력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전주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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