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별 격차 축소 시급하다
장 상 환
경상대학교 교수 경제학
2월 14일 발표된 한국개발연구원 보고서 ‘비전 2011’이 교육분야에 폭풍을 몰고 올 내용을 담고 있어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비전 2011’은 경제의 세계화와 지식정보화로 지식과 기술이 향후 한국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된다고 파악한다. 그리고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시장경제의 구축’을 위해 기업 금융 노동 재정의 4대부분에서 정부규제 완화와 시장경쟁 강화를 강조함과 동시에 ‘지식정보경제에서의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로서 교육개혁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기술혁신 역량 배양을 위해 정부가 아니라 기업이 연구과제를 선정하도록 하고, 기여입학제 허용, 대학정원 관리제도 폐지, 자립형 사립고 확대 허용, 사립고와 학원 시장의 통합 등을 통하여 특성화 경쟁을 유도한다고 한다.
한편 교육부는 자립형 사립고에 대해서는 찬성하지만 기여입학제에 대해서는 강한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돈으로 학력을 사게 되는 사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비전 2011’대로 하면 교육에 대한 정부의 투자 축소로 기초과학 진흥이 위축되고 시장논리의 도입으로 교육 불평등은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교육은 국가백년지대계라고 하는데 연구과제를 기업이 선정하도록 한다면 기초과학분야의 연구는 뒷전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또 교육부문에 시장경쟁 도입을 강화하면 가난한 자들은 교육기회를 누릴 수 없게 된다.
시장논리 도입하면 교육 망친다
오늘날 한국 교육문제의 핵심은 무엇인가. 우선 대학생은 지나치게 많고 중소기업 생산직은 사람이 모자란다. 대학 진학률은 1970년 27%에서 1992년 35%, 2000년 68%(재수생 포함시 89%)로 뛰어 대졸 실업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다. 이에 따른 학부모의 교육비 부담과 대졸 실업자의 소중한 인생 낭비의 손실은 천문학적 규모이다. 또 대졸자는 많아도 국가경제의 질적 수준 향상의 핵심이 될 지식과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인력은 적다.
우수학생을 독점하는 서울대조차 교육여건의 미흡으로 입학한 학생들을 제대로 교육시키지 못하고, 최근에는 석사, 박사과정 입학생이 정원에 미달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우수 인력은 의대와 법대로 몰리고 있고, 자연대와 공대 학생들조차 사법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실정이다.
왜 이렇게 되는가. 첫째, 학력별 격차가 너무 심하기 때문이다. 기업에서는 학벌, 이른바 일류 대학출신 위주로 사원을 채용하고 대학 졸업을 하지 않으면 결혼하기도 힘든 상태가 되었다.
외환위기 이후 최근에 들어와서 학력별 격차는 더욱 심화되었다. 2001년 3분기 대졸 도시 근로자 가구의 월 평균소득은 349만4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87만7000원에 비해 21%이상 증가한 반면 고졸 근로자 가구의 소득은 248만원으로 6% 증가에 그쳤다. 학력별 사회적 격차가 이렇게 심하니 누구나 대학에 들어가려고 하는 것이다.
둘째, 정부는 교육투자가 부족하고 사학은 파행운영으로 기부금을 제대로 모으지 못해 교육여건이 너무나 열악하다. 정부의 교육비는 1997년 12조원대에서 답보상태에 있으며, 예산 중 교육비 비중은 1997년 18.9%에서 2000년 14.3%로 저하했다. 고등학교는 약 51%, 대학은 90%를 차지하는 사학은 온갖 부패와 비리의 온상이니 누가 기부금을 내려 하겠는가. 이렇게 대학생수의 팽창과 교육재정 악화로 교수 1인당 학생 수는 1980년 25.6명에서 2000년 58.9명으로 늘어나 고등학교 교원 1인당 학생수 20명보다 무려 세 배에 달한다.
교육 문제를 해결할 방도는 무엇인가. 첫째, 학력별 격차를 줄여야 한다. 부정부패 척결을 통하여 음성적인 소득을 취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비정규직의 차별 축소와 사회보장의 확충으로 굳이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생활할 수 있게 보장함으로써 대학입학자가 감소되어야 한다.
교육재정 확대해야 학교 제 구실
둘째, 교육재정이 확대되어야 한다. 공립학교에 대해서는 국가의 대규모 투자가 있어야 한다. 사립학교에 대해서도 사립학교법 개정을 통하여 학교가 설립자 내지 재단의 사유물이 아니라 실질적인 공립학교로 전환되도록 함으로써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을 수 있는 체제를 갖추고, 기부금이 많이 들어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사회정책의 도입과 실행에서는 문제해결의 긴급성, 문제해결 능력, 정책책임자의 문제해결 의지라는 세 가지 변수가 작용한다. 교육분야와 관련해서 볼 때 문제해결의 긴급성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문제해결 능력은 교육분야에 필요한 재정을 확보하는 일인데 이것은 재산소득 중과세나 국방비 축소 등을 통하여 충분히 조달할 수 있다. 다만 정책해결의 의지가 문제인데, 부유층들의 감세 주장과 사학재단의 기득권 수호 집착으로 볼 때 희망이 없어 보인다.
‘비전 2011’은 심하게 말한다면 우리 사회 지배세력이 국민들에 대한 책임을 포기하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민중들의 격렬한 계급투쟁이 필요할 것이다.
장 상 환 경상대학교 교수 경제학
장 상 환
경상대학교 교수 경제학
2월 14일 발표된 한국개발연구원 보고서 ‘비전 2011’이 교육분야에 폭풍을 몰고 올 내용을 담고 있어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비전 2011’은 경제의 세계화와 지식정보화로 지식과 기술이 향후 한국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된다고 파악한다. 그리고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시장경제의 구축’을 위해 기업 금융 노동 재정의 4대부분에서 정부규제 완화와 시장경쟁 강화를 강조함과 동시에 ‘지식정보경제에서의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로서 교육개혁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기술혁신 역량 배양을 위해 정부가 아니라 기업이 연구과제를 선정하도록 하고, 기여입학제 허용, 대학정원 관리제도 폐지, 자립형 사립고 확대 허용, 사립고와 학원 시장의 통합 등을 통하여 특성화 경쟁을 유도한다고 한다.
한편 교육부는 자립형 사립고에 대해서는 찬성하지만 기여입학제에 대해서는 강한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돈으로 학력을 사게 되는 사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비전 2011’대로 하면 교육에 대한 정부의 투자 축소로 기초과학 진흥이 위축되고 시장논리의 도입으로 교육 불평등은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교육은 국가백년지대계라고 하는데 연구과제를 기업이 선정하도록 한다면 기초과학분야의 연구는 뒷전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또 교육부문에 시장경쟁 도입을 강화하면 가난한 자들은 교육기회를 누릴 수 없게 된다.
시장논리 도입하면 교육 망친다
오늘날 한국 교육문제의 핵심은 무엇인가. 우선 대학생은 지나치게 많고 중소기업 생산직은 사람이 모자란다. 대학 진학률은 1970년 27%에서 1992년 35%, 2000년 68%(재수생 포함시 89%)로 뛰어 대졸 실업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다. 이에 따른 학부모의 교육비 부담과 대졸 실업자의 소중한 인생 낭비의 손실은 천문학적 규모이다. 또 대졸자는 많아도 국가경제의 질적 수준 향상의 핵심이 될 지식과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인력은 적다.
우수학생을 독점하는 서울대조차 교육여건의 미흡으로 입학한 학생들을 제대로 교육시키지 못하고, 최근에는 석사, 박사과정 입학생이 정원에 미달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우수 인력은 의대와 법대로 몰리고 있고, 자연대와 공대 학생들조차 사법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실정이다.
왜 이렇게 되는가. 첫째, 학력별 격차가 너무 심하기 때문이다. 기업에서는 학벌, 이른바 일류 대학출신 위주로 사원을 채용하고 대학 졸업을 하지 않으면 결혼하기도 힘든 상태가 되었다.
외환위기 이후 최근에 들어와서 학력별 격차는 더욱 심화되었다. 2001년 3분기 대졸 도시 근로자 가구의 월 평균소득은 349만4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87만7000원에 비해 21%이상 증가한 반면 고졸 근로자 가구의 소득은 248만원으로 6% 증가에 그쳤다. 학력별 사회적 격차가 이렇게 심하니 누구나 대학에 들어가려고 하는 것이다.
둘째, 정부는 교육투자가 부족하고 사학은 파행운영으로 기부금을 제대로 모으지 못해 교육여건이 너무나 열악하다. 정부의 교육비는 1997년 12조원대에서 답보상태에 있으며, 예산 중 교육비 비중은 1997년 18.9%에서 2000년 14.3%로 저하했다. 고등학교는 약 51%, 대학은 90%를 차지하는 사학은 온갖 부패와 비리의 온상이니 누가 기부금을 내려 하겠는가. 이렇게 대학생수의 팽창과 교육재정 악화로 교수 1인당 학생 수는 1980년 25.6명에서 2000년 58.9명으로 늘어나 고등학교 교원 1인당 학생수 20명보다 무려 세 배에 달한다.
교육 문제를 해결할 방도는 무엇인가. 첫째, 학력별 격차를 줄여야 한다. 부정부패 척결을 통하여 음성적인 소득을 취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비정규직의 차별 축소와 사회보장의 확충으로 굳이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생활할 수 있게 보장함으로써 대학입학자가 감소되어야 한다.
교육재정 확대해야 학교 제 구실
둘째, 교육재정이 확대되어야 한다. 공립학교에 대해서는 국가의 대규모 투자가 있어야 한다. 사립학교에 대해서도 사립학교법 개정을 통하여 학교가 설립자 내지 재단의 사유물이 아니라 실질적인 공립학교로 전환되도록 함으로써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을 수 있는 체제를 갖추고, 기부금이 많이 들어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사회정책의 도입과 실행에서는 문제해결의 긴급성, 문제해결 능력, 정책책임자의 문제해결 의지라는 세 가지 변수가 작용한다. 교육분야와 관련해서 볼 때 문제해결의 긴급성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문제해결 능력은 교육분야에 필요한 재정을 확보하는 일인데 이것은 재산소득 중과세나 국방비 축소 등을 통하여 충분히 조달할 수 있다. 다만 정책해결의 의지가 문제인데, 부유층들의 감세 주장과 사학재단의 기득권 수호 집착으로 볼 때 희망이 없어 보인다.
‘비전 2011’은 심하게 말한다면 우리 사회 지배세력이 국민들에 대한 책임을 포기하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민중들의 격렬한 계급투쟁이 필요할 것이다.
장 상 환 경상대학교 교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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