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20대, 진창에서 구르고 쓰러진다

지역내일 2002-01-23 (수정 2002-01-24 오후 4:48:17)
사람은 누구나 한 가지씩 꿈을 안고 산다. 가까운 친구 하나는 만화가가 꿈이었고, 다른 하나는 외교관을 꿈꿨었다. 제도권의 교육을 받으면서도 나름의 개성과 적성을 가늠하며 꿈을 지었다. 우리의 미래 역시 이러한 꿈과 관련된 것만을 그리며, 말 그대로 청운(靑雲)의 꿈 시절. 언제냐고? 나의 경우는 대학을 입학하기 전까지였던 듯.
초등학교 시절부터 조금 더 전 혹은 후까지 부모님의 바램을 꿈꾸다가 사춘기라는 시절이 촉촉하고 거친 바람으로 지나가면 우리는 좀더 구체화되고 현실적인 꿈을 꾼다. 여기까지는 그 정체는 흐리지만 순수한 모양의 꿈이다. 대학을 입학해 사회를 알게 되고, 학벌이나 자격증이 적성이라는 자리를 대체하면서 우리의 꿈은 단순해진다. 취직, 결혼, 안정된 가정, 편안한 노후이런 식으로.
대학엔 다양한 종류의 다양한 사람이 있다. 다양한 사람을 거치면 우리의 개성도 다양화 되야 할 것이 자연스런 계산인데, 여기에는 뭔가 복잡한 것이 있는지 이 다양성을 겪으며 우리는 더 단순해지고 더 빨리 사회화가 된다. 1학년 때 같이 사회를 비판하고, 장구 치고, 연극하던 친구들 3년 만에 모두 도서관에서 머리에 김 나게 취업공부하고 있다. 몇은 지난 대학시절을 후회하고, 몇은 어학연수를 떠나고, 몇은 아직도 방황하며. 학교에서 최고 학년인 4학년이 되니 행동반경도 작아지고 조심스러워지는 게 사실이다. 또 키워주신 부모님 은혜도 갚고 싶고, 내 스스로 돈도 벌고 사회의 일원이 되고 싶어진다. 그렇게 되기 위해 노력하면서 우리는 또 후회한다.
앞에 말했던 친구 두 명중 하나는 만화가가 되겠다는 꿈에서 관광업계 종사자로 꿈을 선회했다. 외교관이 되겠다는 친구는 이제 대기업 비서가 꿈이다. 이 변색된 꿈도 이루기 힘들어 꿈이다. 이 친구들이 사는 게 너무 재미없다고 한다. 한 친구가 먼저 왜 사냐고 물으니까 나머지 하나가 대답한다. 재밌어서 사는 사람 없다. 다 그렇게 사는 거지 애늙은이 같은 소리지만 우리는 그 말에서 위안을 얻고, 다시 현실에 몰두했다. 이게 대학 생활이고, 현실일까? 그렇다면 당초에 꿈이나 지망, 모험이라는 말은 왜 있는 걸까?
나 역시 이와 같은 상황에서 남다르지 않다. 매일같이 스스로에게 묻고 답하고 잊다가 다시 떠올리며 평범하게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대는 진창에서 구르고 실패하는 시기란다. 죽고싶도록 괴롭지만 그 시절이 없으면 나머지 인생도 없다 라는 말을 위안으로 삼으며 아직도 난 실패할 기회가 많이 남아있다고 스스로를 독려한다. 꿈꾸기를 아직 포기하지 않고 있다. 꿈꾸기를 포기하고 단순한 일상에 만족하려 할 때 우리는 나이를 먹기 시작한다. 도전하지 않고 안정을 찾을 때 마음은 더욱 허전하고 인생의 의미를 잃어 갈 것이다. 지금 상태의 도전과 꿈이 어려운 것은 당연한 것이다. 20대는 그러한 시기이기 때문에.
진창을 구르는 쿼터 백처럼 한 번쯤 온몸이 아프게 도전해 본 뒤에야 그 인생의 맛이 달라지고, 윤이 날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면 해본 뒤에 후회하자. 20대중에서도 최고로 깨지고 거뜬히 다시 일어 날 수 있는 때는 대학 시절 뿐이다. 지금도 무엇이든 할 수 있는데 쉽게 포기하고, 꿈을 잃고, 가슴 한 쪽의 바람을 안주 삼아 인생을 보내지 않아야 한다. 나 역시도.

/ 조수현 명지대 아랍어문학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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