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 없는 행복한 학교, 우리가 만들어가요”

저동중학교 ‘학교폭력예방 우수사례 공모전’ 최우수상 수상

지역내일 2013-01-06

학교폭력, 근본적 대안은 소통과 인성교육


다툼, 괴롭힘, 따돌림... 학교폭력이 끊이지 않는 요즘입니다. 특히 2011년 대구 중학생 자살 사건 이후 잇따른 학생들의 자살로 학교폭력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올랐는데요.
저동중학교의 최복점 교장은 “학교폭력의 근본적 대안은 소통과 인성교육에 있다”며, “학생들의 배려·공감·협동심을 키우는 인성교육이 기본이 돼야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말합니다. 저동중학교는 지난해 고양시 행복학교에 선정되며,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인성교육에 힘써 왔습니다. 그 중에서도 ‘L-P Doctor’ 프로그램으로 폭력 없는 행복한 학교 만들기에 앞장서 교육과학기술부가 주관하는 ‘제2회 학교폭력 예방 우수사례 공모전’에서 교육부장관상을 수상했습니다. 겨울방학을 앞둔 수요일, 저동중학교를 찾아 학교폭력 근절 방안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이남숙 리포터 nabisuk@naver.com


학교폭력예방, L-P Doctor
저동중학교는 폭력 없는 행복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 불안한 학생들에겐 정서안전망이 되어주고, 갈등이 있는 학생들은 대화와 소통으로 해소하게 했다. 또, 학생들 스스로 돕고, 협력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에도 힘써 왔다. 그런 노력으로 탄생한 것이 학교폭력예방 프로그램 ‘L-P Doctor’다.
학생자치부장 정연희 교사는 “L(love)-P(peace) Doctor는 교실에서 일어나는 학생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또래간의 다툼, 괴롭힘, 따돌림 등을 적극적으로 중재하는 학생들과 학부모를 뜻한다”고 설명한다.
L-P Doctor에는 L-P또래 중조단, D-L-D(Daddy L-P Doctor), M-L-P(Mommy L-P Doctor)순찰대, 학생자치법정, 학생회캠페인, 효사랑 봉사단, 마음빼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다. L-P Doctor의 활동 지원은 정연희 교사를 비롯한 학생자치부 교사 6명이 맡았다. 
최복점 교장은 “학생부 선생님들은 1년 내내 연수와 교육을 받으며, 주말까지 반납하셨는데요. 선생님들의 그런 마음이 보태져 교육부장관상이라는 좋은 결과가 있지 않았나 생각됩니다”라고 격려했다. 


 


학교폭력에 대한 인식 달라져
저동중학교는 L-P Doctor 실시 이후 많은 변화가 있었다. 학부모와 학생이 유기적으로 협력해 학교폭력을 예방하고, 학교 주변의 유해 환경을 정화해 행복한 학교를 만들었다.
실제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생활지도 징계가 감소하고, 학교폭력에 대한 인식이 확연히 달라졌다. “학생들이 학교폭력의 개념과 심각성을 깨닫고, 피해자, 가해자, 방관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친구와 내가 다름을 이해하고, 친구에게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사소한 행동도 조심하게 됐죠.”(학생자치부 권문석 교사)
또, L-P Doctor의 일지를 통해 교실 상황을 자세히 알게 됐고, 학생들의 문화도 제대로 이해하게 됐다. 정연희 교사는 “LP 일지를 보면 하루 동안 일어난 폭력 상황과 집단따돌림 등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어 학생들과의 소통이 원활해진다”고 말한다.
최복점 교장은 “학교폭력의 근본적인 대안은 예방이며, 예방은 인성교육을 통해 가능합니다. 그러나 학교가 아무리 폭력예방 활동을 열심히 한다고 해도 학부모의 협조와 지원이 없거나 학교 밖 환경이 유해하다면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학교폭력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정, 학교, 사회가 연계해 긴 안목에서 추진돼야 합니다”라고 전했다.




LP 또래 중조단 박예은·이주원 학생
“교실 내 갈등, 우리가 해결해요”


LP 또래 중조단은 L-P Doctor의 중심축이 되었다. 그들은 학기 초에 선발돼 교실에서 발생하는 갈등에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예를 들면 하루 동안 소외당하고 따돌림 당하는 친구를 도와주거나, 갈등을 풀어주는 역할을 한다. 또, 친구들의 고민을 들어주는 상담사가 되기도 한다. 가장 중요한 역할은 교실 상황을 LP일지에 꼼꼼하게 기록해 담임교사에게 전달하는 일이다. 영화감독이 꿈이라는 박예은 학생(2학년 8반)은 LP 중조단 홍보 영상을 직접 만들었다. “홍보 영상은 약속이 어긋나면서 불신이 생긴 두 친구에게 LP 또래 중조단이 나타나 중재하는 상황을 연출했어요. 각 반에서 2명씩 선출된 LP들이 모여 그 역할을 분담했죠.” LP 또래 중조단은 틈틈이 의사소통과 갈등 해결을 위한 기본교육을 받았다. 또래 중조단 교육감상을 수상한 이주원 학생(3학년 2반)은 “사소한 장난으로 마음이 상하고, 싸움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친구들에게 알려줬어요, 서로를 공격하고 놀리는 장난으로 발전하지 않는지도 잘 살폈고요"라고 말한다.
LP 또래 중조단을 하면서 친구들과 친해졌다는 박예은 학생은 “학교폭력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서로 마음을 열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나와 다름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한다. 또, LP 중조단은 교내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사과데이’ 캠페인도 열었다.
“사과데이는 사소한 오해로 서먹해진 친구나 선생님이 있는 사람, 미안한 마음을 소심해서 먼저 말하지 못하는 사람, 친구와 다투고 아직 사과하지 못한 사람이 참여해 사과의 편지를 전하는 행사에요.”




학생자치법정 박수현·공성호·고재욱·이연경 학생

“자기반성을 이끄는 긍정적 처벌이에요” 


학생자치법정은 학생들이 중심이 돼 법정을 운영한다. 학생들 스스로 법관, 검사, 변호사, 배심원이 되기 때문에 직업체험의 장이 되기도 한다.
학생자치법정에서는 학생들이 다룰 수 있는 경미한 사안이나 초범만 다룬다. 벌점 10점 이상의 가벌점자들이 선도위원회의 징계를 받기 전에 거치게 된다.
검사를 담당한 학생회장 박수현 학생(3학년 11반)은 “벌점이 10점 이상이라고 해서 무조건 자치법정에 회부되는 건 아니다”며, “선생님께 상점을 받거나, 자신을 돌아보는 소통교실에 참가하는 등 벌점을 지울 수 있는 기회는 많다”고 설명한다. 전교부회장인 공성호 학생(3학년 1반)도 검사를 맡았다. “헌법재판소도 직접 가보고, 검사에 대해서 공부도 했어요. 가벌점자들의 행동의 변화가 보이면 정말 뿌듯합니다.”
변호가가 꿈이어서 변호사에 지원했다는 이연경 학생(2학년 5반)은 “파마를 해서 벌점을 받은 친구에게 벌점을 없애는 방법을 알려줬다”며, “자치법정이 열리기 전에 학생들 스스로 벌점을 상쇄하려는 노력이 늘어났다”고 말한다.
재판관을 맡은 고재욱 학생(3학년 1반)은 배심원 제도라 재판 진행만 맡았다며 아쉬워한다.
“법정 용어가 생소해 ‘퇴장해주세요’ 해야 하는데, ‘물러나주세요’라고 말해서 법정이 웃음바다가 된 적이 있어요. 판결의 예는 상습적인 지각으로 벌점 70점을 받은 친구에게 담임선생님께 모닝콜하기 형벌을 내렸어요. 아주 긍정적인 처벌이죠.”
학생자치법정에 회부된 가벌점자들은 다음 법정에서 배심원으로 활동해야 하기 때문에 자기반성의 효과가 크다.


 


효사랑 봉사단 단장 이재홍 학생
“봉사를 통해 친구의 소중함을 깨달았어요”


효사랑 봉사단은 관내 독거노인에게 밑반찬을 배달해 준다. 매월 첫째·셋째 토요일마다 학교 가사실에 모여 요리를 하고, 각자 맡은 밥과 반찬, 부식을 챙겨 독거노인의 집으로 간다. 겨울이 되면 김장 김치와 저장음식을 만들고, 동지에는 옹심이와 팥죽을 만든다. 추석과 설에는 명절음식을 준비해 함께 나눠먹고, 정월 대보름엔 오곡밥을 만들어 나눠먹고, 부럼도 함께 깬다.
효사랑 봉사단을 이끌고 있는 이재홍 학생(3학년 2반)은 “외로운 어르신들의 말벗도 되어 드리고, 안마와 가사 서비스도 하면서 친할아버지, 친할머니처럼 느껴진다”고 말한다. 그들은 한 달에 두 번 지속적인 돌봄 서비스를 통해 이웃과 조화를 이루는 삶을 배우고 있다.
저동중학교의 효사랑 봉사단은 2008년 이래 꾸준히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고양시 관내 10가구에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봉사단의 활동은 오전 10시부터 시작해 오후 2시까지 계속된다. “엄마와 한조가 되어 봉사를 하다 보니 가족과 친구의 소중함을 알게 됐습니다. 봉사는 제게 사람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상대방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게 하는 배려를 알게 했습니다. 제가 맡은 역할은 어머니께서 장을 봐오시면 재료 손질을 하거나, 채썰기, 볶기, 맛보기 등입니다.”
또, 효사랑 봉사단은 문화생활에 취약한 어르신들을 위해 문화체험 및 특색 프로그램을 실시하기도 한다.
“어버이날에는 카네이션과 선물을 증정하고, 여름에는 시원한 부채를 만들어 드립니다. 가을엔 정발산으로 단풍놀이도 가고, 구청의 도움으로 영정 사진을 찍어 드리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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