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선진국인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부러워한 것은 한국의 교육열이다. 자식을 잘 키우기 위해 유독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한국의 부모들. 과도한 교육열이 문제가 되곤 하지만 오로지 인적자원뿐인 우리나라가 오늘날의 경제성장을 이룩한 것은 바로 그 교육열 덕분이기도 하다. 특히 지혜로운 교육열은 아이는 물론이고 학교와 사회에도 의미있는 기여를 한다. 개교한지 5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가좌고등학교가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학부모들의 뜨거운 교육열 덕분이라고 한다. 내 아이 남의 아이, 모두를 소중히 여기고, 학생들이 바르게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빨간 조끼(학부모회 활동복)를 입게 된 가좌고등학교(조의구 교장) 학부모회를 소개한다.
양지연 리포터 yangjiyeon@naver.com
엄마들 덕분에 교내 흡연이 사라졌어요
가좌고 학부모회가 결성된 것은 2011년 8월이다. 학교폭력이나 왕따라는 단어가 신문을 장식하던 그 당시, 어떻게든 아이들과 학교에 도움을 주고 싶다는 엄마의 마음으로 자체봉사활동을 시작했다.
“학교폭력과 왕따, 교내 흡연 등 학생들이 겪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이 신문지면에 날마다 등장했지요. 그런데 학생인권조례로 선생님들은 운신의 폭은 좁아져,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생활지도도 주저하셨어요. 신문지상의 이야기가 남의 학교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아이들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문제겠구나 생각하니, 도움이 되고 싶었어요. 뜻을 함께하는 엄마들이 조를 짜서 당번을 서며 학교 도우미 활동을 시작했지요.”(서태진씨)
고등학생이면 다 큰 아이들인데 엄마가 학교까지 찾아가 도우미 활동을 한다는 사실에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실제 봉사에 참여하는 엄마들도 ‘무슨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싶은 마음으로 활동에 참여했다고 한다. 하지만 엄마들의 활동은 곧이어 성과로 나타났다. 가좌고 학부모회에서는 오전 11시40분부터 1시까지 교내를 돌며 안전도우미 활동을 한다. 봉사활동 초기에는 순찰을 돌다보면 학교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우는 경우가 종종 발견됐다. 박양숙씨는 “처음엔 남자 화장실에 들어가는 것이 망설여졌는데, 엄마의 마음으로 화장실에 들어가 담배 피우는 학생들을 계도했다”며 “지금은 화장실은 물론이고, 교내에서 담배를 피우는 학생들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가좌고 선도위 징계 사례를 보면 학부모회 활동 이후 교내 흡연 적발은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한다. 박양숙씨는 “학생들이 달라지는 모습을 볼 때, 엄마로서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교복 수선도 척척해주는 엄마들의 손길
가좌고 학부모 상주실은 학부모들의 쉼터이기도 하지만 교복 수선실과 다름없다. 학부모회에서는 2012년부터 학생들을 위해 교복 수선을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재봉틀 사용이 능숙한 학부모회 회원들이 상주하며 하루에 20장 정도의 교복을 무료로 수선해주고 있다.
“공동구매로 교복을 구입하다보니 교복의 질이 생각보다 좋지 못해 교복이 찢어지거나 터지는 일이 자주 생겼어요. 학생들은 교복을 수선하기 위해 점심시간에 외출을 하기도 했지요. 외출을 하다보면 동네 편의점에 들러 음식을 사먹기도 하고, 일탈의 유혹에 빠지기도 쉬웠어요. 무엇보다 수선비도 아까웠죠. 학교에 교복 수선을 해보겠다고 이야기를 드렸더니, 바로 재봉틀을 구입해주셨어요. 이제는 학생들이 교복 수선을 위해 동네 세탁소에 가지 않고 당연히 학부모 상주실로 옵니다.”(승정화씨)
가좌고 학부모회에서는 졸업생들로부터 교복을 기증받아, 찢어진 교복을 덧댈 때나 부자재가 필요할 때 활용하고 있다. 학부모회의 교복수선은 앞으로도 지속될 계획이라고 한다. 유선희씨는 “처음 학교 활동을 시작했을 때는 학교에 가는 일이 부담스럽기도 했다”며 “그러나 찢어진 교복을 수선해주고, 감사의 인사를 꾸뻑하는 학생들을 볼 때면 마음이 참 뿌듯하다”고 전했다. 또한 “학생들과 학교발전에 도움이 되는 학교봉사활동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봉사할 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학부모회 활동을 추천했다.
학교도 성장시키는 엄마의 마음
가좌고 교내 자습실은 주중은 물론이고 주말까지 언제나 열려있다. 주중에는 선생님들이, 주말에는 학부모회에서 지키미로 활동한다. 이명희씨는 “신설학교라 좋은 학교시설을 적극 활용하면 좋을 것 같아 학부모회에서 자습실 주말 지키미 활동을 시작했다”며 “돈을 주고 외부 독서실을 이용하기보다 학교에서 공부하는 것이 학생들에게도 더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가좌고 교내 자습실은 운영이 잘 되기로 소문 나있다. 인근 지역 중학생 학부모들 중에서는 가좌고 교내 자습실을 둘러 본 후 학교를 지원한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명숙씨는 “주말이 분주할 때도 있지만 공부하는 학생들을 격려하고 지원하기 위해 기꺼이 주말 당번을 서고 있다”며 “이는 아마도 엄마의 마음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가좌고는 이제 5년이 된 신설 학교다. 신설학교는 면학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쉽지 않다. 또한 학교 운영이 안정적인 궤도에 들어서려면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가좌고는 일산 도심에서 벗어난 위치적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중학생 지원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고 한다. 가좌고 민경환 교감은 “학부모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학교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됐다”며 “하루도 빠짐없이 학교에 나와 봉사활동을 해주신 학부모회 덕분에 학교가 이제는 건강한 틀을 갖추고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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