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② 신산업 ‘정보기술의 미래’

인간세상으로 내려온 ‘꿈의 디지털’

지역내일 2002-01-01 (수정 2002-01-03 오후 3:27:22)
미국 업무출장에서 돌아오자마자 김 과장은 집에서 아내와 열번째 결혼기념식을 치렀다.
미국에서 인터넷으로 미리 주문해둔 포도주와 상어 요리는 아내를 위한 ‘깜짝 선물’이다. 포도주 첫잔을 내려놓은 아내는 벽걸이형 고화질디지털 텔레비전(HD-TV)를 켰다. 결혼 전에 봤던 영화‘메트릭스’를 주문형비디오(VOD)로 보기 위해서였다.
화면이 밝아지자 메일 수신안내 목소리가 들렸다. 아직 미국에서 남은 일을 처리중인 최 부장이 환율변화와 수출변동에 대한 현지 자료를 보낸 것이다. 김 과장은 즉석에서 짧고도 명쾌한 분석자료를 만들어 회신했다.
영화를 보던 중에도 메일 도착음이 울렸다. 화면을 중단시키고 인터넷 화면으로 전환하자 딸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린이 캠프를 떠난 딸의 축하 음성메일이었다. 휴대폰 카메라로 찍은 동영상 화일도 딸려왔다.
병원에서 보내온 메일은 며칠 전 김 과장이 사무실에서 보낸 원격건강진단의 답신이었다.
아내의 것도 있었다. 카센터에서 보낸 그 메시지는 자동차 점화플러그에 이상이 있다는 내용이었는데, 걱정하던 아내는 즉시 정비 예약서를 접수했다.

개인 가정 사회생활 변화시켜
정보통신 전문가들이 구상하는 미래의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최근 정통부의 5대 국책기술개발사업을 주도하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미래의 정보통신에 대해 인간화·지능화·이동화·고도화를 핵심으로 꼽았다. 이를 통해 개인과 가정 및 사회생활 전반에 걸친 다양한 욕구가 충족되고 안전하며 편리한 복지사회를 구현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개인생활에서는 고도의 정보통신서비스를 일상적으로 활용하는 수준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주거·근무·학습·레저·취미 등 모든 개인생활에서 정보통신 서비스를 누린다는 의미다.
특히 멀티미디어 휴대통신과 가상현실 서비스는 인간 친화적인 모습을 띄고, 이용자는 여가시간 증대와 편리성으로 물질적인 풍요를 향유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와 함께 가정생활에서는 인공지능과 정보통신기기의 발달로 안락하고 자동화된 가정생활을 영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초고속통신망과 네트워크를 이용한 원격교육·원격진료·재택근무 등 원격서비스 이용이 활발해진다. 이는 최근 이루어지는 여성인력의 사회참여와 독신인구의 증가로 인한 가족관계 변화와 다양한 새로운 생활양식 확산의 계기가 된다.
사회생활에서도 사람들은 전자정부 구현 및 전자상거래 활성화로 사이버 사회의 출현도 예고된다.
특히 인류의 수명이 늘어나면서 고령화 사회로 바뀌고 있는 추세여서 생활환경의 편리성과 자동화에 대한 요구도 높아지고 의료·복지와 관련된 기술이 점차 중요해진다.
하지만 개인 프라이버시 침해, 정보의 오·남용에 대한 감시 등 지식가치 정보보호문제 등에 대한 관심은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3단계 정보통신은 인간중심
국내 정보통신 주요 국책과제를 수행중인 ETRI의 엔지니어들은 통신서비스의 발전단계에 비추어 현재 정보통신 서비스 수준을 1단계로 보고 있다.
개인화·다양화를 핵심으로 하는 현 단계에선 유·무선상 음성과 데이터 및 인터넷 서비스의 결합을 통해 현대의 개인화된 라이프스타일과 욕구를 충족시킨다.
2단계(2002년~2006년)는 정보통신 수단의 지능화와 가상화가 핵심이다. 원하는 서비스를 원하는 시간에 제공받을 수 있는 양방향성의 주문형(On Demand) 서비스가 발달하고, 지능형 멀티미디어 서비스가 본격 제공되는 시기다.
3단계(2007년~2011년)는 정보통신의 인간화·실감화가 이루어지는 때다. 실감형 3D 통신과 방송이 융합되는 등 고도화된 휴먼인터페이스를 통해 인간중심적 서비스를 누릴 수 있을 전망이다.

■ 정보기술 어떻게 발전하나
꿈의 디지털 사회를 위해 정부와 연구기관 및 업체들이 고민하는 기술적 과제는 현재 정보통신기술의 발전 추세에 비추어 크게 고속화·유무선통합화·이동화·대용량화·지능화 등 5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최근 새로운 정보통신기술의 발전 경향은 지능화와 인간화다. 사람과 기계간의 양방향성을 강조하고, 사용자의 편의성을 앞세우는 휴먼 인터페이스 기술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와 함께 고속화에도 점차 우선시 되고 있다. 현재 일반적으로 이용되는 인터넷 통신은 초당 메가비트(Mbps)를 전송하는 수준이다. 컴퓨터에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저장장치인 플로피 디스크가 1.4메가다. 하지만 미래의 멀티미디어 정보를 운용하기 위해 기반통신망은 테라비트(Tbps)~수십 테라비트급으로 고도화돼야 한다.
유·무선 통합화도 일반적인 기술 추세다. 3세대 이동통신인 IMT-2000을 포함해 4세대 이동통신에서도 유·무선 통합은 중요한 과제중 하나다. 이동통신망과 인터넷망, 지능망 등 기존 유선망을 통합해 ‘이음매 없는 통신망’(Seamless Network) 추구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동화 추세는 통신단말기의 대용량화와 초소형화 경향에 따른 것이다. 최근 장비제조기술의 고집적 다기능 저전력화도 중요한 기반이 됐다.
통신기술의 대용량화 추세는 테라급 파장분할다중방식(WDM) 전송기술 확보로 광통신망이 실용화되면서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분산처리 컴퓨팅과 중앙전산처리장치(CPU) 등 대용량 처리기술이 기초로 됐다.

■ 해외 정보기술개발 동향
미국 일본 유럽 등은 이미 정보통신기술의 미래를 전망하고 중장기 연구개발 프로그램에 따라 다양한 기술개발에 나서고 있다.
미국의 경우 범정부적 IT 연구개발 프로그램을 제시하는 등 연방정부주도의 중장기 계획을 추진중이다.
이미 1998년 클린턴 전 대통령이 MIT 연설에서 정보통신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한 이후 대통령 정보자문위원회(PITCA)는 IT 비전을 제시한 보고서를 제출했다.
이후 연구자들은 새로운 기술도전 과제로 데이터 전송속도를 수십 메가비트급의 목표를 설정하고 프로그램을 추진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2월 ‘21세기 정보통신기술 연구개발 기본방향’ 보고서를 통해 차세대 초고속 네트워크, 모바일통신, 휴먼커뮤니케이션, 환경보존, 우주개척 등 5대 프로젝트 추진을 위한 기반 구축에 나섰다.
또 지난해 1월에는 ‘e-제팬’전략을 통해 세계를 선도하는 정보통신 인프라 구축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유럽도 이미 2000년에 전자유럽을 위한 정보사회 실현계획을 수립해 미·일에 대비한 경쟁력 격차해소 대안을 제시했다.
또 유럽은 제5차 프래임워크에서 정보사회 기술프로그램을 추진키고 하고 정보사회 구축을 위한 서비스와 시스템 구현, 전자상거래 기술개발 등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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