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빛과 차향이 깊어가는 계절이다.
별과 차와 사람들의 모임, 이름만으로도 단아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별빛다회가 관심을 모았다.
지난 주말 단학 예단원 조덕화 원장을 중심으로 문하생과 회원들은 ‘창원시민들과 함께 하는 열두 번째 별빛다회’를 용지문화공원에 펼쳤다. 조 원장의 말대로 “찻잔에 가을을 담아 시민들과 함께 하는 귀한 마음 풍요의 자리”였다.
행사에 참가한 한 시민들은 감동과 마음의 풍요를 함께 나눴다.
단학 예단원은 어떤 곳이기에 12년을 한해도 거르지 않고 고운 자태로 가슴을 적시는 걸까.
열쇠는 단학 예다원 조덕화 원장의 순수 열정에 있다. 12년 외길을 걷게 만든 열정의 근거는 우리 것에 대한 지고지순, 함께 나누는 우리문화에 대한 사랑이다.
헌다와 큰절로 예부터 갖춰 시작하는 별빛다회
올해 별빛 다회는 고(故) 이명은, 윤경혁 선생께 헌다와 큰절을 올리는 예로 시작했다. 이명은 선생은 조 원장의 은사다. 1987년 남편 따라 창원에 와 여성회관 차예절반에 든 것이 첫 만남.
“안빈낙도와 정행검덕의 선비정신을 강조하는 가르침과 요란하게 떠벌리지 말고 조용히 숨 고르며 배움을 게을리 말라는 매서움 그대로 눈물 머금고 따랐죠.”
그 가르침은 단아한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조 원장의 철학 안에 고스란히 녹아들었다. 후학에게 전수돼 성공과 풍요의 씨앗이 되고 자랐다.
“폼생폼사 안합니다. 우려내고 삭이고 기다리는 아름다움을 단아함으로 발화합니다. 그렇게 영글어 가는 자기모습을 창원시민에게 나누고 들려주는 것이 바로 별빛다회입니다.”
큰절, 평절, 상례, 제례예절 시연, 해군 육군 공군 사관생도들의 생활다례와 말차 시연이 헌다 뒤를 따랐다. 절제된 부드러움과 차분함, 여백의 정서가 스민 채 음악과 차를 함께 우리는 2부로 이어졌다. 트럼펫과 기타, 부채춤이 차향과 함께 사람 사이를 너울대며 가을 하늘로 퍼져 올랐다.
“명월을 촛불삼고 벗으로 겸하여 흰 구름 자리 펴고 병풍으로 의지 하네 / 퉁소의 솔파 소리 다소량하고 맑은 향기 뼈를 맑히며 심간을 깨우느니 / 흰 구름 밝은 달 두 손 삼아 도인이 좌상하신 이곳이 절승이 되누나”
단학 예다원 조덕화 원장은 동다송 9송이 별빛다회의 근간을 이룬다고 말한다.
절대 포기해선 안 될 최고 찻자리
이렇게 큰 행사가 개인 열정으로 오랫동안 지속돼 왔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잘 모른다. 알 리가 없다. 아픔과 어려움도 컸다.
“다른 단체에 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어요. 올해는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만큼 힘들었죠.”
힘든 마음은 “아름드리 꽃 피고 똑 부러지는 이런 행사, 개인이 이끄는 차 단체로 이렇게 훌륭하고 멋진 행사를 치러낼 수 있는 것은 당신뿐”이라는 지인들의 다독임으로 녹였다. 그런가하면 “왜 사서 고생하나? 제발 그만둬라. 하지마라”는 안타까움도 함께 견뎌냈다. 차인들의 격려와 찬사가 큰 언제나 큰 힘.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고 올해도 울산과 포항 등 외부에서 찻자리를 도왔다.
“예쁜 다회를 보존해야죠. 멋진 찻자리에 함께 해 줘서 고맙다”는 그들을 향한 조 원장의 감사함 또한 깊다.
“이렇게 훌륭한 지역 전통 문화는 반드시 보존해야 한다는 주위반응이 큰 힘이 돼요, 폼 나게 잘 나가는 신생 후발에 비해 단아한 아름다움의 철학을 굳건히 지킬 수 있는 힘이 바로 서로의 마음을 잇는 순수함이에요.”
조 원장의 훌륭한 문화를 지키겠다는 신념은 별빛다회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미술관 앞 예다원, 100년도 훨씬 더 오래도록 남고파
“100년 보다 더 오래도록 소중한 우리 문화를 찻잔에 담아 남고 싶습니다.”
커피 문화 때문에 차가 사양 됐지만 찻잔에 우리 문화를 담아 보존하겠다는 조 원장의 열망은 무척 크다.
“차야말로 우리 문화로 가장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도구요 장치예요. 예다원이 돈이 목적이 아닌 우리문화를 지키는 신념을 지닌 문화공간으로서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곳이 되는 게 소망이에요.”
단학 예다원은 경남도청 후문 도립미술관 맞은편에 있다. 우리예절과 차, 말차 다화 다식 의례차와 선차 중국차를 배울 수 있다.
단학 예다원 교육문의 011-855-7307 (055)266-7307
윤영희 리포터 ffdd77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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