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 두근! 나의 꿈을 찾아서 - 김선경·육지은(영덕여고 3학년)

지역내일 2012-03-26 (수정 2012-03-26 오후 10:14:11)

불합리한 신호등 체계 수학적 증명으로 개선했어요


 


성남 중앙도서관 앞 3거리 횡단보도는 초록불이 켜지기가 무섭게 뛰어가는 사람들이 많다. 신호거리가 다른 곳에 비해 유독 짧기 때문. 미처 건너지 못해 도로 중간에 서있는 사람도 있을 정도로 위험천만한 순간들이 종종 발생하기도 한다. 보통 횡단보도에 초록불이 켜져 있는 시간은 35초가 평균이지만 이곳은 평균보다 10초나 적은 25초에 불과했던 것.  분당경찰서 교통과에 이러한 불합리한 신호체계에 대한 불합리성을 수학적으로 증명해 개선을 이끌어낸 학생들이 있다. 바로 영덕여고 3학년 김선경, 육지은 학생이다.


긴 도로에 비해 짧은 신호가 문제, 수학으로 풀어내다
“학교에 오가면서 항상 이 횡단보도는 너무 위험하다고 생각했어요. 자세히 관찰해 보니 다른 곳에 비해 도로의 거리는 긴데 시간은 더 짧더라고요. 초록불이 켜지면 어른들도 뛰어가야 하는 상황이니까요. 학교에서도 학생들에게 주의를 당부할 정도였어요.”
영덕여고 수학동아리 ‘매스메티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선경이와 지은이는 이 문제를 수학적으로 증명해보기로 했다. 일단 횡단보도의 시간이 어떤 기준으로 결정되는지를 알아보았다.
“신호등의 표준시간은 기본시간과 거리 당 시간 외에 평균 5초가 더 주어져요. 그러니까 18m 도로의 경우 기본 시간 7초, 거리 당 시간은 18초에 5초가 더해져 기존 25초에서 30초로 늘어나게 되는 것이죠. 그리고 여기에 사람이 걷는 속도도 고려해야 합니다. 사람의 평균 속력은 대략 4km/h. 이 모든 것을 종합해 봤을 때 학교 앞 횡단보도는 총 44초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어요. 여기에 우리의 걷는 속도를 고려하면 최소한 35초는 확보가 되어야 안전하게 길을 건널 수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곳 횡단보도는 25초로 턱없이 짧은 시간이다. 때문에 영덕여고 학생들을 포함한 시민들은 본의 아니게 무단횡단을 하게 되고 위험에 노출되는 상황이 만들어졌던 것이라고두 학생은 입을 모은다. 


불합리한 신호체계, 분당경찰서에 민원신청 후 결과 이끌어내
두 학생은 이 위험하기 짝이 없는 상황이 발생하는 학교 앞 횡단보도 신호체계의 불합리성을 수학적으로 계산한 결과물과 요청사항을 그대로 경기지방 경찰서 사이트에 민원을 올렸다. 
“며칠 후 우리의 민원에 대해서 경찰서에서 답변을 해주셨어요. 검토해 본 결과 30m나 되는 거리를 횡단하는데 주어진 시간이 25초밖에 배분되지 않아 어려움이 있는 점을 지적해 주어서 감사하는 말과 함께 곧바로 33초로 추가 설정토록 하겠다는 답변을 받아냈어요.”
단순히 건너다니기 불편하다는 생각에서 머물지 않고 원인을 파악하고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학생들과 시민들이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 두 여학생에게는 큰 보람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수확은 이를 계기로 수학이 더욱 흥미로워졌고 우리 삶에서 일어나는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학문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라고. 
“아마도 그냥 신호등이 너무 짧다고 문제제기 했다면 안 풀렸을 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수학적으로 정확하게 계산해 증명해 보였기 때문에 문제가 더 빨리 해결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전교생의 수학멘토, 점수위한 공부보단 수학을 즐기려 노력 
분당영덕여고에서 가장 인기 있고 전통 깊은 동아리 중의 하나인 ‘매스메티치’. 육지은 양은 1학년 때부터 3학년까지 3년째, 김선경 양은 2년째 매스메티치에서 활동하고 있다. 학교에서 이들은 수학멘토로 통한다.
“수학 성적을 높여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수학을 즐긴다는 표현이 더 맞을 거예요. 보통 학생들이 가장 열심히 하는 공부가 수학이지만 정작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는 모르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그런데 매스메티치 활동을 하면서 수학의 쓰임새가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이 놀랐어요.”
단순히 성적을 올리기 위해 문제를 푸는 것으로는 느끼기 힘든 수학의 즐거움을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얻게 되었다. 친구들에게 수학을 가르치는가 하면, 중간 기말고사 등 정기고사에 대비해 예상문제를 뽑아 전 학년에 배포하기도 하고 시험이 끝나면 한 명당 2~3문제를 맡아 답안과 해설지를 작성하기도 한다. 이런 활동은 하면서 지은이는 장차 수학선생님의 꿈도 갖게 되었다고.
“이렇게 다양한 수학활동을 하면서 제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알게 되었어요. 수학교사의 꿈을 꾸게 된 것도 그 덕분이죠. 수학 선생님이 되면 학생들이 즐기는 수학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싶어요.”


딱딱하고 재미없는 수학 즐겁게 접근하는 법 연구하고 싶어
선경이는 방학 때마다 동아리 친구들과 함께 복지관이나 지역 공부방에서 초등학생들에게 수학을 가르친다. 
“가르치면서 가장 많이 배우게 되는 것 같아요. 어떻게 하면 수학을 재밌게 잘 가르칠 수 을까 연구하게 되고 내 자신의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도 정확하게 알게 되기 때문이죠. 더 의미 있는 것은 수학교육 봉사를 통해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어린이들을 조금이나마 도와줄 수 있다는 기쁨을 얻는 것입니다.”
아는 만큼 보이게 마련. 생활 속에서 어떤 문제에 부딪히면 가장 먼저 수학적으로 해결할 생각을 하게 되는 것도 요즘에 생겨난 습관이라고 두 학생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뭐든 문제라 생각되면 해결방법을 찾아보게 되는데 특히 수학적으로 풀 수 있는 방법을 가장 먼저 고안해 내는 습관이 생겼어요. 우리 동네 신호체계를 바꾼 것처럼 앞으로도 바꿔보고 싶은 것이 많아요. 학생들이 수학을 딱딱하고 재미없는 공부가 아니라 가장 즐거운 공부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 주고 싶은 것도 그 중의 하나죠.”
두 학생의 말처럼 찾아보면 우리 주변 모든 것이 수학과 연결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맨홀 뚜껑이 동그란 모양인 것도 수학적인 계산에서 나온 것이다. 또한 우리 눈에 예술작품이 아름답게 보이는 것도 수학적으로 완벽한 비율을 갖추었기 때문이고. 민주주의 꽃인 선거 속에도 수학 확률의 원리가 숨어 있다.
“모든 공부가 그렇지만 수학은 특히 흥미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만약 수학이 어렵고 재미없는 친구들이라면 먼저 가장 좋아하는 주제를 수학적으로 접근해 보는 방법을 추천하고 싶어요. 모르면 무의미한 기호에 불과한 수학도 알고 나면 가장 쉽고 재미있는 언어로 바뀔테니까요.”
이춘희 리포터 chlee1218@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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