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째 볼링 즐기는 행신동 커플볼링회

우리는 볼링 치는 이웃사촌

지역내일 2012-03-18

볼링장 벽에 ‘커플볼링회’ 현수막이 걸리자 빨간 티셔츠를 입은 중년 남녀들이 나타났다. 12년 째 볼링을 함께 즐기고 있는 커플볼링회 회원들이다. 이들은 매달 두 차례, 행신동 AMF볼링장에서 정기 모임을 갖는다. 강산이 한 번 바뀌고 2년이라는 시간이 더 흐르도록 함께 해 온 이웃사촌들의 정겨운 모임 현장을 찾아갔다.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축구가 맺어준 인연
순전히 축구 때문이었다. 덕양지역 축구동호회에 푹 빠져 있는 남편들이 주말에도 집을 비우는 일이 잦아져 아내들의 불만을 샀기 때문이다. 부부간 친목을 찾기 위해 함께 할 수 있는 운동을 찾다 2001년에 볼링을 시작했다. 볼링은 과격하지 않으면서도 전신운동이 돼, 평소의 운동 부족을 해결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종목이다. 지금은 남편들도 축구보다 볼링을 더 좋아하게 되었단다.
12년 세월을 함께 하면서 이들은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놀이를 열심히 찾아 다녔다. 처음에는 볼링이 아닌 산행으로 시작했다. 봉고차를 빌려 온 가족이 여행을 떠났던 선운사 여행은 아직도 회원들의 기억 속에 생생하게 남아 있다. 지역 축제가 열리는 곳에 짧은 나들이도 다녔다. 그러다 볼링으로 종목을 바꿔 매주 모이다, 2주에 한 번으로 바꿨다. 볼링을 안치는 주말에는 지금도 종종 나들이를 떠난다.


일 년에 생일잔치 열두 번
10살 안팎이던 아이들이 군대에 가고 대학에 가는 동안, 자녀들도 함께 키웠다. 어린이날에는 체육대회를 열고 여행에 동행하다 보니 자녀들끼리도 친하게 지내고 있다.
초창기에는 일 년에 생일잔치를 열두 번 열었다. 회원들은 케이크를 들고 생일 맞은 집으로 찾아갔다. 조촐한 식사 모임이지만 자주 왕래하면서 지내니 친형제보다 더 가까운 사이가 됐다.
주말을 함께 하는 여섯 가족은 그야말로 똘똘 뭉쳐 다녔다. 가족을 중심으로 생활하니 부부 사이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부부 싸움에도 볼링이 특효약이다. 미워서 눈 흘기다가도 스트라이크 나오면 어쩔 수 없이 손뼉 한 번 마주쳐야 한다. 잘 치면 세리머니를 하고 기분 좋으면 춤도 추고, 그러다 보면 갈등도 스르르 눈 녹듯 사라진다.


부부가 함께 놀기, 볼링이 딱 좋아
커플볼링회 회원들은 “볼링은 운동 효과도 있고 가족끼리 더 좋은 운동”이라고 입을 모았다. 서로 양보도 하고, 스트라이크 나올 때 격려하고 박수 치면서 놀다 보면 스트레스가 확 풀린단다. 게임에서 이기려고 하면 스트레스를 받지만, 친목에 뜻을 주면 사이를 돈독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커플볼링회도 처음에는 점수 경쟁을 하며 내기를 했다. 그러다 보니 씀씀이가 커지고 스트레스를 받아 방식을 바꿨다. 회비는 월 2만 원, 게임 비용은 회당 만 원이다. 자신의 점수보다 높게 나오면 그마저도 면제다. 회비로 조촐한 뒤풀이를 하고 나면 알뜰하게 모임 비용이 해결된다. 회비가 남으면 이벤트 게임을 벌여 가정에서 쓰는 생활 용품을 경품으로 준다. 실력이 높아지면 축하성금도 받는다. 여자는 180, 남자는 200점을 네 게임 연속으로 달성하면 5만 원을 준다. 물론 다시 뒤풀이 비용으로 내놓는다. 이래도 저래도 훈훈한 모임이다.


탈퇴비는 2천만 원 … 시니어부까지 함께 하고파
커플볼링회 회원들은 우스갯소리로 “탈퇴 하려면 한 사람당 2천 만 원씩 내라”고 말한다.  끝까지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의 우회적인 표현이리라. 고양시생활체육회 볼링 팀에는 60대, 70대 시니어부가 젊은이들 못지않게 활동하고 있다. 커플볼링회도 오랜 세월 함께 볼링을 즐기는 것이 꿈이다. 가족 여행도 계속 할 계획이다. 가깝게는 4월에 진달래 꽃 축제에 다녀올 예정이다. 가을 지리산 노고단여행도 벌써 잡혀 있다. 자녀들이 모두 대학에 들어갈 나이가 되면 해외로 여행 가자던 꿈도 곧 이루어질듯 하다.
12년 세월을 이어온 힘은 배려와 양보다. 육아부터 가족들 대소사를 함께 챙기며 그야말로 ‘숟가락이 몇 개 인지 다 아는 사이’가 된 이들이 진정한 이웃사촌이다.


박대현·민경심 부부
“인생 굽이굽이 볼링하며 함께 넘었죠”


1988년 4월에 결혼해 올해로 25년 차인 박대현·민경심 씨 부부는 인생의 우여곡절을 볼링모임과 함께 넘었다. 충남이 고향인 이들은 지인의 소개로 만나 지하철을 타고 다니며 연애를 했다. 민경심 씨 언니들은 시할아버지에 시동생까지 둘이나 있는 집에 큰 며느리로 가면 고생한다면 말렸지만 박대현 씨는 “장남은 결혼도 하지 말란 말이냐?”며 포기하지 않았다. 고생시키지 않겠다고 큰소리도 쳤다.


부모님 오랜 병치레 힘든 세월
고난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 왔다. 박대현씨의 아버님이 갑작스런 중상을 입어 장애 2급 판정을 받고 중환자실에 누워 투병을 시작하신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일 년 육 개월 동안 곁에서 병간호를 하던 어머님마저 쓰러졌다. 곁을 떠날 수 없는 중환자라 긴 여행은 꿈도 못 꿨다. 휴가는 아이들 방학 때 하루 쯤, 어머님 밥상을 미리 차려놓고 가까운 곳으로 짧게 다녀와야 했다. 아버님은 병원에 누워 14년을 살다 돌아가셨다. 8개월 만에 어머님도 저 세상으로 떠났다. 긴 세월 묵묵히 곁에서 함께 한 아내를, 박대현 씨는 “너무 사랑하는, 예쁜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저 미안할 뿐이라고.


볼링하며 부부애 깊어져
주말에 한 번씩 만나는 커플볼링회 회원들은 이 부부에게 큰 힘이 되어주었다. 부모님 두 분이 편찮으시니 다른 어려움이나 위기는 오히려 찾아올 일이 없었다.
“이 모임이 지난 세월을 보상해주는 기회가 되기도 해요. 서로 아픔 알아주는 사람들이 다른 데는 없어요. 누가 서로 이렇게 챙겨주겠어요.”
고마움, 애틋함, 미안함이 어우러져 이들 부부의 사랑은 긴 세월에도 여전히 보글보글 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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