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과 육아에 잠시 뒤로 밀쳐뒀던 배움의 욕구가 새록새록 올라올 때가 있다. 그래, 나도 성장한다! 배움을 위해 마음을 단단히 먹은 주부들에게 반가운 소식을 전한다. 바로 가까워서 좋은 우리 동네 ‘홈클래스’다. 홈클래스는 집 가까운 곳에서 진행돼 거리 부담이 적고 내 상황을 헤아려 맞춤 강의가 가능하다. 여차하면 회원을 초대해 내 집에서 모임을 가질 수도 있다. 공통 관심사를 가진 동네 이웃과 사귈 수 있고 더불어 실력까지 키울 수 있으니 일석이조. 대부분 소그룹으로 진행돼 가족적인 분위기에서 개인 집중 교육을 받기도 한다. 오늘은 누구 집에서 무엇을 배우나, 이웃집 찾아가는 편안한 마음으로 딩~동 초인종을 눌러 보았다. 이상희, 정희경 리포터
백송마을 가정식 요리 홈클래스
“요리 팁이 쏙쏙, 맛보는 재미 쏠쏠~”
백석동 백송마을에서 만난 박은경 강사는 유쾌했다. “포기하지 마세요, 포기김치!”를 외치며 시작한 강의를 숨 한번 돌리지 않고 두 시간에 이르도록 활기차게 이어갔다. 여덟 명의 회원들은 한 마디라도 놓칠세라 귀를 세우고 숨을 죽였다. 이론 강의가 끝나자 8인분의 김치 재료가 테이블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절인 배추는 엎어서 물기를 빼야지요. 양념을 버무린 후에는 속이 보이게 똑바로 눕혀야 해요. 김치는 공기와 접촉하면 골마지(발효 식품에 피는 흰색 곰팡이)가 생겨서 못써요. 뚜껑 닫기 전에 요렇게 얌전히 우거지 이불을 덮어줘야 합니다.”
감칠맛을 위해 황태로 육수 내기, 설탕 대신 매실 엑기스 쓰기, 유산균 발효를 위해 깍두기에 요구르트 넣기 등 김치 담그기에 유용한 팁들이 쏟아졌다.
“레시피만 보면 힘들어도 직접 해보면 훨씬 쉽지요. 포기김치와 물김치에 들어가는 풀의 농도차를 느껴보세요. 하나는 뚝뚝, 또 하나는 주르륵. 물김치의 간도 직접 보세요. 재료에 붓기 전에 어느 정도 짜야 하는지.”
이 홈클래스에 3년째 참가한다는 김성연(후곡마을)씨는 “레시피가 간단해서 이해가 쉽고 집에 가서 해보기도 수월하다”고 했다. “강사님 인심이 후해서 재료를 푸짐하게 장만하세요. 집에 돌아갈 때는 한아름씩 안고 가지요. 또 수업이 끝난 후에는 그날 만든 음식으로 홈파티를 해요.”
이날에는 홈파티용으로 찰진 현미밥과 기름기 쏙 빠진 돼지고기 수육이 마련돼 있었는데 여기에 방금 담근 김치를 곁들여 먹을 참이라고 했다.
한정아(백마마을)씨는 박은경 강사와 집이 가까운 덕택에 개인 지도를 받기도 했단다.
“황태갈비를 배운 날, 집에 가서 복습하는데 홀랑 태워버린 거예요. 사정을 말씀드렸더니 집에 직접 와서 가르쳐주셨어요.”
박은경 강사는 가정식 요리 강의 경력 8년차다. 매주 요일별로 강의 일정이 잡혀 있는데, 이날의 김치 수업은 수강생들의 열화와 같은 요청으로 이루어진 ‘특강’이라고 한다.
앞치마를 두르고 수업 시간 내내 ‘열공’하던 이소희(행신동)씨는 “김장철에 매번 얻어먹기만 했는데 이제 내 손으로 직접 담가 보려 한다”며 밝게 웃었다.
대상 : 성인
장소 : 백석동 백송마을 5단지
시간 : 오전 10시 30분∼12시 30분
수강료 : 월 15만원
문의 : 010-3200-0536
후곡마을 우쿨렐레 홈클래스
“통통 튀는 우쿨렐레의 매력에 푹 빠졌어요”
“가스레인지 불 끄러 갈 때도 메고 가요.”
일산동 후곡마을에서 만난 우쿨렐레 홈클래스 회원들은 지금 한창 배우는 재미에 빠져 있다. 부엌일을 하면서도 우쿨렐레를 손에서 놓지 않는다는 양경남(풍동)씨의 말에 자신도 경험한 일이라는 듯 다들 고개를 끄떡인다. 백현숙(김포)씨를 따라온 아들 현우(6세)도 “우리 엄마는 밤에 잠도 안 자고 우쿨렐레만 한다”고 일렀다. 백현숙씨는 베트남으로 출장 간 남편이 생일을 맞자 전화를 걸어 화상으로 생일 축하곡을 연주해 주었다. 아직 초보인지라 연주 중간에 “잠깐만, 코드 좀 다시 잡고!”를 외쳐야 했다며 웃었다.
“모임을 시작한 지 두 달 남짓 되었어요. 한창 재미있을 때죠. 왕초보라도 석 달만 익히면 웬만한 곡은 연주할 수 있어요.” 강사인 이현희씨는 대학생 때 클래식 기타에 매료됐다. 2년 전 처음 만난 우쿨렐레에 빠져 지금은 다른 사람에게 이 작은 기타의 매력을 알리려 힘쓴다.
“우쿨렐레는 현이 네 개로 기타보다 간단하고, 크기도 훨씬 조그맣지요. 휴대가 간편한 게 가장 큰 장점이에요. 통통 튀는 음색이 맑고 아름다워요.”
이 홈클래스는 일주일에 한 번씩 회원들의 집을 번갈아가며 수업하는데, 개인 사정에 맞춰 시간과 장소를 적절히 조절하고 있다. 아이를 데리고 오면 함께 돌보아주기도 한다. 엄마가 수업을 받는 동안 혼자 떨어져 심심해하던 현우가 칭얼거리자 회원들이 다같이 ‘곰 세 마리’를 연주해 주었다.
수업은 시종 화기애애하게 진행됐는데 이현희 강사의 지시에 따라 호흡이 척척 맞았다. 연주 연습을 할 때는 누구 한 사람 딴청 피우는 일 없이 눈을 빛냈다.
“지금은 다들 서툴지만 열심히 연습하다 보면 무대에서 연주회를 열 날이 오지 않을까요? 개인적으로는 우쿨렐레 지도자 자격증에 도전해 보고 싶어요.”(양경남씨)
“회원들의 실력이 좋아지면 재능 나눔 봉사를 다니려고 합니다. 무엇보다 우쿨렐레가 널리 알려져 아이들이 쉽게 접하고 배웠으면 좋겠어요. 아이들에게 꼭 맞는 악기거든요. 새 학기에는 일산 지역 초등학교에서 방과후수업을 진행할 예정이에요.”(이현희 강사)
대상 : 성인(아이 동반 가능)
장소 : 4인 이상 그룹 결성 시 출장 가능
수강료 : 월 6만원
문의 : 010-5207-3062
교하동 와동리 홈패션 홈클래스
“한 땀 한 땀 부담 없이 배워요!”
파주시 교하동의 홈패션 홈클래스는 주부들의 사랑방 같은 곳이다. 작은 방에 마련된 작업실은 수업을 이끌어 가는 박현정 강사가 만든 방석, 가방, 유아복 등이 전시돼 있다. 박현정 강사는 “오늘은 홈패션과 유아복 수업이 있는 날”이라며 “수업은 홈패션, 유아복, 성인복, 자유반으로 나눠 있지만 개인 사정에 따라 유연하게 운영한다”고 말했다. 전직 유치원교사였던 박 씨는 홈패션과 유아복에 관심이 많아 결혼 전 취미로 홈패션 전 과정을 배웠다.
주부들이 사랑방처럼 홈패션 홈클래스를 즐겨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수강생 박정희(교하동)씨는 이렇게 전한다. “학원 수업은 주어진 시간 안에 진도를 끝내야 하기 때문에 따라가기 바빠요. 모르고 지나가는 것이 많아져 포기하는 경우도 생기지요. 홈클래스는 어려운 내용을 그때그때 상세히 배울 수 있어 실력이 확실히 좋아져요. 이 수유 쿠션은 뱃속의 아기를 위해 이틀 만에 만들었답니다”.
박현정 강사는 “홈클래스는 강사와 수강생이 함께 만들어가는 수업”이라며 “수강생과 협의해 수업내용을 조절하기 때문에 마음 편히 재미있게 수업을 할 수 있다”고 전한다. 홈클래스의 또 다른 장점은 ‘실용적인 수업’이다. 수강생 이미옥씨(교하동)는 “얼마 전 딸아이가 필통이 갖고 싶다고 해서 그날 수업 시간에 필통을 만들었다”며 “엄마표 필통을 선물받은 딸아이가 너무 행복해 했다”고 전했다. 박현정 강사의 꿈은 이웃과 함께 ‘공방까페’를 운영하는 것이다. “홈클래스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부지런함이 중요합니다. 남보다 많이 보고 고민해서 새로운 감각을 창출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부지런히 일하다보면 머지않아 이웃과 함께하는 ‘공방까페’를 운영할 수 있는 날이 오겠지요”.
대상 : 성인
장소 : 교하동 와동리 가람마을11단지 동문굿모닝힐아파트
시간 : 매주 월~금요일 오전 10:30~오후1:00(시간 조절 가능)
수강료 : 월 4회 10만원(재료비 포함)
문의 : 010-5283-4749
금촌동 떡케이크 만들기 홈클래스
“아이스크림, 아니죠. ‘떡으로 만든 돼지바’예요”
“8조각으로 만들어진 설기는 젖은 면보자기로 쌓아 두어야 굳지 않아요”. 강래량(금촌동) 강사의 설명에 수강생들은 집중하고 있었다. 수업내용은 아이들의 건강 먹거리인 ‘떡 돼지바’. 수강생 고은림(금촌동)씨는 “맛있게 먹는 아이들의 얼굴이 떠오른다”며 웃었다. 강래량 강사는 “떡은 빵을 만드는 방법보다 간단하고 사용하는 조리기구도 단순해서 쉽게 배울 수 있다”고 말한다. “결혼 전 취미로 전문학원에서 배웠어요. 결혼 후에 아이들의 건강 먹거리를 찾다가 다시 떡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떡을 만들 때는 충분한 양을 만들어 가까운 지인들에게 선물했어요. 맛을 본 지인들이 떡만들기 수업을 제안했고, 그 후로 홈클래스를 운영하게 됐어요. 이웃들에게 배움을 주며 자기개발도 할 수 있어 매우 잘한 일이라 생각해요”. 강씨의 수업은 입소문과 블로그를 통해 알려지면서 수강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수업내용은 수강생과 협의해 정한다. 단, 설기와 찰떡 만들기는 떡만들기의 기본이 되기 때문에 첫 번째 수업으로 배우게 된다. 시간별 수강인원은 소수로 제한한다. 수강생 고은림씨는 “정원이 소수이기 때문에 자세히 배울 수 있고 수시로 궁금한 것을 물을 수 있어 좋다”며 홈클래스의 장점을 말했다. 대학생 최은희(금촌동)씨는 “언니들과 수업을 하며 나누는 이야기 속에서 주부들의 생활을 간접적으로 체험한다”며 “방학동안 좋아하는 떡을 직접 만들고 싶어 수강하게 됐다”고 전했다. 2시간 반이 지나서 ‘떡 돼지바’가 드디어 완성됐다. ‘떡 돼지바’를 시식하는 시간, 그들은 함께 어우러져 이야기 꽃을 피웠다. “배움에서 끝나지 않고 이웃과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것도 홈클래스의 큰 매력”이라고 수강생들은 말한다. 강래량 강사는 “홈클래스를 운영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이웃들을 만난 것은 행운이라 생각한다”며 “앞으로 부지런히 보고 배워서 수업의 질을 한층 높이고 여유가 생기면 ‘떡까페’도 운영하고 싶다”는 희망을 전했다. 강사와 수강생으로 만났지만 그들은 이미 ‘먼 친척보다 가깝다’는 ‘이웃사촌’이었다.
대상 : 성인(아이 동반 가능)
장소 : 금촌2동 풍림 아이원
시간 : 매주 월~금요일 오전10:30~오후1:00(시간 조절 가능)
수강료 : 월 12만원(재료비 포함)
문의 : 010-2626-7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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