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먹고 버리는 아이스크림막대로 무엇을 만들 수 있을까? 풍동고등학교(교장 차종석) 유승목 교사가 지도하는 기술발명반과 창의공작토론반은 다리를 만들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만든 ‘다빈치 교량’의 원리를 응용한 것이다. 우드락과 자석, 전선을 이용해 만든 스피커와 헤드폰, 자석과 에나멜선으로 만든 자기부상열차도 만든다. 교과서에 나오는 내용들을 직접 만들어 보고 세상에 없는 발명품들도 만들어 내는, 손끝도 아이디어도 야무진 학생들이다.
교과서 밖으로 걸어 나온 기술공학
지난 2010년, 유승목 교사는 학생들과 함께 하는 동아리로 무엇이 좋을까 고민하다 자신이 맡은 기술교과를 접목해 보기로 했다.
“요즘 교육 트렌드가 창의성과 문제 해결력이에요. 기술교과 안에서 아이들과 함께 재미있게 해볼 수 있을 것 같아 시작하게 됐어요.”
발명과 프로젝트 학습을 연계해 진행하는 활동은 학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교과서의 글과 그림으로만 보던 내용을 직접 체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술발명반 동아리는 22명의 학생이 격주 토요일에, 창의공작토론반 방과후 교실은 15명이 매주 목요일에 모인다. 한번 모이면 정해진 3~4 시간을 훌쩍 넘기기 일쑤다. 대회에 참가하면 점심시간에도 틈틈이 모여 준비한다. 기술공학의 이론을 바탕으로 체험하는 동안 학생들은 기술과 과학, 공학에 대해 접하게 되었다. 전시회와 체험부스를 통해 다른 학생들에게 기술공학의 중요성을 알리기도 했다.
창의력과 문제해결력 쑥쑥
박미란(17) 양은 수업 시간에 해보지 못하는 실습을 많이 하고 싶어 기술발명반 동아리에 가입했다. 기존 보고서대로만 실습하는 동아리보다 창의적인 활동을 원했기 때문이다. 박 양은 “주어진 재료를 마음대로 통제하고 변형해서 만드니까 학교에서 키울 수 없었던 창의성을 방과 후에 채울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침묵의 알람시계, 트랜스포머 접이식 옷걸이 등 일상생활에서 느꼈던 불편을 덜어주는 아이디어로 학생들은 여러 대회에서 상을 받았다.
청소년 미래상상 기술경진대회, 과학실험 탐구토론 대회, 학생발명아이디어경진대회 등 다양한 대회에 나갔다. 여럿이 힘을 합해 주어진 과제를 해결하면서 숨겨져 있던 재능을 발견하기도 하고, 기술공학에 흥미를 느껴 진로를 새롭게 고민해 보기도 한다.
김정솔(17) 양은 미술반에서 창의공작토론반 방과후로 특기적성반을 옮긴 후 자신을 더 잘 알게 됐다고 말했다. 미술 분야로 진로를 계획했지만, 막상 배워보니 자신이 좋아한 것은 미술보다 만들기라는 것을 알게 됐다.
“창의공작토론반에서 직접 만든 것을 설명하면서 발표를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재료를 받아 만들면서 창의적으로 생각하는 방법도 배웠고 상도 받으니 뿌듯해요.”
프로젝트 함께 해결하며 내 꿈 찾고 협동심 길러
실험 실습은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끝나지 않는다. 생각을 현실로 만들려면 꼼꼼한 계획과 정확한 실행력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스파게티 면으로 25kg의 무게를 견디는 구조물 만들기의 경우, 근사한 도면도 좋지만 오차 없는 튼튼한 구조물을 실제로 만들어야 성공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학생들은 새로운 능력을 개발하기도 한다.
최영훈(18) 군은 기술발명반 동아리에서 활동하면서 성격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작품 만들 때 부품 하나만 빠져도 망치거든요. 그런 점을 신경 쓰다 보니 덤벙대고 허술한 점이 바뀌어서 좋아요.”
학생들은 하나같이 “사물을 바라보는 다른 관점과 시각을 배웠다”고 말했다. 새로운 발명품을 만드는 활동을 하다 보니, 주어진 대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어떤 점을 고칠지 어떻게 해야 편해질지 자꾸 궁리하게 되더란다.
또 실패를 거듭하면서 인내심을 배운다. 홍세관(18) 군은 “자기부상 열차를 만들 때 엄청나게 실패하다가 마지막에 간신히 성공한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팀을 짜서 활동하니 다른 친구의 아이디어에 귀를 기울이고, 더 좋은 발명품을 위해 의견을 나누며 사고의 폭도 넓어진다.
우리의 에너지는 ‘열정’
유승목 교사는 “학교 업무만 하기에도 시간이 빠듯하지만 재료와 수업 내용을 준비하다 보면 스스로 배우는 것이 더 많다”고 고백한다. 버스가 끊길 때 까지 집에 가지 않고 조금만 더 만들고 가겠다는 학생들, 쉬는 시간이라도 잠깐 하겠다는 학생들을 보며 뿌듯함을 느낀다.
열정적으로 활동하는 학생들과 밤늦은 시간까지 제자들을 지켜주는 지도 교사의 정성 덕분인지 교내 동아리 발표회에서 우수 동아리로 뽑히기도 했다.
학생들은 앞으로 해보고 싶은 활동이 더 많다. 김한니(17) 양은 방과후 특기적성 시간이 짧아 늘 아쉬움이 남는다. 큰 자동차나 날아가는 것도 만들고 싶기 때문이다. 홍세관(18) 군은 복잡한 회로를 이용한 만들기에 도전하고 싶다. 유승목 교사도 각각의 작품을 이야기로 연결한 합동 작품을 만드는 것이 꿈이다. 성적의 압박을 벗어나 창조의 기쁨에 푹 빠질 수 있는 기술발명반 동아리와 창의공작토론반 방과후 교실의 인기는 쉬 식을 것 같지 않다.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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