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식문화가 바뀌고 있다. 마치 통과의례처럼 펼쳐지던 불건전한 졸업풍토에서 벗어나 축제처럼 즐기는 졸업식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 반가운 일이다. 의례적이고 딱딱한 졸업식이 아닌 재미와 감동이 있는 아름다운 마무리, 우리지역 이색졸업식 현장을 찾아보았다.
이난숙 이상희 정희경 리포터
-3학년 담임선생님들이 깜짝 공연 준비한 일산중학교
지난 2월 10일 오전 9시, 일산 중학교 강당에서는 졸업맞이 ‘축제 한마당’이 열렸다. 이날 행사는 졸업생 전원이 학사 복을 입고 참석한 가운데 1~3부로 나눠 진행됐다. 졸업생 대표의 사회로 진행된 1부 행사는 졸업생의 모습을 담은 ''브라보 마이 스쿨(Bravo My School)'' 관람과 반별 장기로 자축했고, 재학생도 준비한 무대를 선보이며 선배들의 졸업을 축하했다. 특히, 1부 마지막 순서는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깜작 무대로 참석인원 모두를 놀라게 했다. 교복을 입은 3학년 담임선생님들의 등장, 일명 ''일산 중학교 신인 아이돌'' 데뷔 무대였다. 졸업생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대중가요에 담아 공연한 특별 이벤트였다. 선생님들은 TV 속 아이돌 못지않게 환호를 받으며 데뷔 무대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분위기를 바꾼 2부 행사는 재학생 대표의 사회로 진행됐다. 이홍규 교장은 “국적은 바꿀 수 있어도 모교는 바꿀 수 없다. 어디에서나 일산 중학교를 빛낼 수 있는 자랑스럽고 당찬 인물이 되기를 바란다”는 축사와 함께 대표 졸업생에게 졸업장을 수여했다. 이어 졸업식의 의미를 되새기는 다양한 행사가 계속 됐다. 부모에게 감사함을 전하는 ''사랑의 편지'' 낭독과 각반 학부모와 학생 대표가 참여한 세족식은 졸업식장의 분위기를 경건하게 했다. 세족식을 마치고 내려온 학부모 백순천(일산동) 씨는 "감격스럽다. 훌쩍 자란 아들이 대견하고 자랑스럽다” 라며 그 감격을 숨기지 못했고 “우리 시대의 졸업 풍경과 많이 다르다. 과거에 헤어짐을 아쉬워하는 스승과 제자의 모습을 볼 수 없어 아쉽다. 하지만 시대가 변한 만큼 달라진 졸업 문화가 새롭고 신선하게 느껴진다”라고 전했다. 3부는 졸업생의 앞날에 행운이 가득하길 기원하고 ''행운권 추첨'' 으로 2시간 20분의 졸업 행사를 마무리 했다.
-걸개그림 그리며 공동 축제 준비한 발산중학교
지난 2월 9일 오후 2시, 발산중학교 대강당 어울마루는 졸업생과 축하객으로 발 디딜 틈 없었다. 인파를 헤치며 3학년 12반 담임 조경주 선생님이 자신의 반 아이들을 하나하나 안아주고 있었다. 선생님의 따뜻한 포옹을 받은 최현진 양은 “감동이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졸업식장 뒤편에는 졸업생 전체 13반을 나타내는 걸개그림이 드리워져 있었다. 며칠 전부터 각 반 급우들이 함께 모여 제작했다는 걸개그림 아래에서 학부모들은 아이의 솜씨를 확인하려는 듯 길게 목을 뺐다.
개근상을 포함한 교내외 상장 수여식을 미리 전날 끝내고 당일에는 영상으로 대체했다. 덕분에 늘어난 시간은 축제 공연으로 채워졌다. 졸업생 자축 밴드 연주에 이어 자신의 학급을 알리는 반가 공연이 펼쳐졌다. 겨울 방학을 앞두고 13개 반이 경연을 치러 우수반을 가렸다고 한다. 최우수상을 수상한 10반 아이들이 전원 무대에 올라 최신 유행 춤 ‘셔플 댄스’로 흥을 돋우었다.
졸업식 축제의 백미라 할 수 있는 담임교사 축하 공연. 미리 녹음해 둔 ‘이젠 안녕’ 노래가 흘러나오자 미키 마우스 단체티를 맞춰 입은 담임선생님들이 하나 둘 무대에 등장했다. 졸업하는 제자를 위해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준비한 선생님들의 ‘깜짝 선물’에 아이들은 환호성으로 화답했다. 졸업생 문솔 양은 “생각지도 못했는데 놀랐다. 우리 선생님 정말 멋있다”며 즐거워했다. 학부모 강미경(강선마을) 씨는 “졸업식이 딱딱하거나 슬프지 않고 마치 축제 같다. 아이들이 자신의 졸업식을 스스로 준비하는 과정을 지켜보았는데 대견스럽다”고 전했다.
졸업식을 마친다는 알림 방송이 나오자 아쉬움의 탄식 소리가 터져 나왔다. 손자의 졸업을 축하하러 온 이필래(84세) 씨는 “선생님이 공연도 하고 아이들이 같이 기뻐하니 참 좋다”며 흐뭇해했다.
-학급별 추억의 동영상으로 감동 준 성사고등학교
지난 2월 13일 오전 10시 30분, 성사중학교 강당에서 제4회 성사고등학교 졸업식이 열렸다. 식이 시작되기 전, 이제 곧 헤어질 친구들과의 포토타임에 바쁜 졸업생들이 갑자기 환호성을 지르며 열광했다. 신나는 음악과 함께 무대에 오른 후배들이 댄스공연을 펼쳤기 때문. 이어 성사고의 ‘장기하와 미미시스터즈’(?) 그리고 백댄서들의 열정적인 공연이 이어졌다. 식전 분위기를 후끈 달아오르게 한 무대공연이 끝나고 본격적인 졸업식이 시작됐다. 내빈 축사도 간단하게, 또 상을 받는 학생들은 미리 교장실에서 상장수여식을 해 학생들이 지루하게 여기던 졸업식순을 줄여 시종 환호와 웃음으로 진행됐다.
졸업식의 하이라이트는 방송반 후배들이 준비한 ‘성사고등학교에서 3년’이란 동영상. 제주도 수학여행부터 예체능대회와 스승의날 그리고 후배들의 응원을 받으며 수능시험장을 들어서던 모습들에 잠시 추억에 젖는 모습들이다. 이어 학급별로 제작한 영상이 흐르는 동안에는 3학년 2반 성은아, 박주희 양의 눈가가 촉촉이 젖어들었다. “우리들에게 저런 시간이 있었나 영상을 보니 그때 생각이 나요.” 이제 졸업식이 끝나가고 있다.
마지막으로 졸업장 수여도 “졸업생 모두가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졸업장을 영상으로 띄우고 전체 학생이 단상에 올라가 한 명 씩 수여받아 의미를 더했다.
졸업식이 끝나고 교문 밖까지 퍼레이드를 펼치는 모습을 지켜보던 학부모 김종순 씨에게 소감을 물었다. “재미도 있고 감동도 있었어요. 아까 아이들 한 명 한 명의 모습을 담은 동영상이 흐를 땐 엄마들도 여기저기서 눈물을 흘렸어요. 근엄하고 딱딱한 졸업식보다 훨씬 좋네요.”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