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생활 60년 ‘회혼례’ 올린 송병광·서옥주 부부

전문 주례사가 보낸온 노부부 이야기

지역내일 2001-12-20
얼마전 본 신문사로 보내온 보도자료(?)에는 종이에 붓글씨로 빼곡히 적은 ‘주례사’가 적혀있었다. 신문사로 왠 주례사를 보내온 것일까?
결혼 60주년을 맞은 한 노부부의 회혼례을 알리기 위해 주례사 선생님이 직접 신문사를 방문한 것이었다. 한 예식장에서 주례를 하고있는 머리가 희끗한 주례사 선생님 오태석씨(65). 오태석씨는 얼마전 중, 고등학교 교장을 역임하고, 현재 한국국어연구회 회장직을 맡고 있으면서 2년째 결혼식 주례를 하고 있다며 자신의 이력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안동에서 회혼식 잔치를 치루는 경우는 아마도 이번이 처음 일거야” 라며 “결혼식이 6일날 오전 11시에 있으니까 기자양반, 한번 와봐요”라며 좋은 미담을 나눌 것을 재촉했다.
회혼식이 있은 후 다음날, 현대식 예복을 입고 주례사 앞에 서있는 노부부의 회혼례 사진이 한 장 배달되어 왔다. 주례사를 보내온 오태석씨가 보내온 것. 주례사에는 두 사람의 일생과 두 사람의 앞길을 축복하는 메시지가 적혀 있었다.
지난 6일 안동시내 한 예식장에서 일제시대 그 어려운 시절에 백년가약을 하고, 다시 일가 친척들 앞에 서게 된 두 사람은, 바로 송병광씨(78)와 서옥주씨(78)다.
그날 새 신부가 된 서옥주 할머니는 열여덟에 ‘연지곤지 찍고, 족두리 쓰고 가마 타고’ 당시 혼례 풍습대로 낯선 가문으로 시집을 갔다. 그러나 신랑과의 결혼생활도 잠깐.
그녀의 남편인 송병광 할아버지는 일제시대 당시 의성 농업실수(현 의성공고)학교를 졸업하고 강원도 삼척으로 취직되어 가더니, 다시 일본으로 징용을 가게 됐다.
혼자 남게된 할머니는 농사와 길쌈으로 억척스럽게 가정을 돌보며 육남매를 키워야 했다는 것. 광복이후 일제 징용에서 남편이 돌아오고 나서 봉화, 안동에서 공직생활을 하게되면서 어려운 고비를 넘기고, 순탄한 생활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날, 회혼례를 치루며 주례사 앞에 선 그들은 함께 한 시절을 회상하며 분명 눈시울을 적셨을 것이다. 그리고 주례사가 전하는 그들의 인생 역정은 비록 짧지만 그들의 인연은 길고 남음이다.
“두 분은 하늘이 맺어준 천생연분이요, 천우신조가 맺어준 부부로 동심일체로 생사고락을 같이 하였으며 근면과 사랑으로 사람의 도리를 다 하면서 보람과 멋지게 삶을 형성하였습니다. 두 분께 부탁드립니다. 호랑이는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이름을 남기라 했습니다. 남은 청춘을 위하여, 값있는 인생을 위하여 송 선생님 명예를 걸고 지금부터 더욱더 사랑과 인정을, 지혜를 모든 분들께 멋지게 베풀어주는 삶을 부탁드립니다.”
바쁜 결혼식 일정의 한 식순으로 짜여있는 주례사는 어쩌면 흘려듣기 일쑤다. 여느 결혼식 주례사와 다를 바 없다고 느낄 지도 모르지만, 주례사 오태석씨가 전하는 회혼례 주례사는 이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 따뜻한 축하메시지로 다가왔으면 한다.

이향미 리포터 icebahpool@orgi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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