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17일, 대화동에 있는 고양국가대표야구훈련장에서 연습에 한창인 일산소방서 야구단 레드엔젤스를 만났다. 페트병에 담긴 생수에 살얼음이 앉을 만큼 추운 날씨였다. 레드엔젤스는 일산소방서(서장 김석원) 전·현직 직원들 33명으로 구성된 사회인야구단이다. 지난해 5월에 창단해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구조·구급·화재…겨울이면 더 바쁜 소방관들
소방관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일하는 직업이다. 현장에 직접 나가 뛰는 사람도 신고를 받고 제반 업무를 처리하는 사람도 인명을 다루는 일의 성격상 긴장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 중요한 덕목은 협동심이다. 소방서는 불만 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구조와 구급 업무도 맡는다. 분초를 다투는 위험한 현장에서 손발이 잘 맞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일산소방서는 체력을 관리하면서 협동심을 높일 수 있는 동호회 활동을 오래 전부터 고민해 왔다. 의논 끝에 시작한 것이 야구다.
대응구조담당 성기창 소방관이 회장을, 박성철 소방관이 주장을 맡았다. 서울 신일고 야구선수 출신의 방철주 소방관이 감독을 맡았다. 빨간 소방차에 천사처럼 사람을 구해 준다는 의미에서 이름을 레드엔젤스라 지었다.
성기창 회장은 "직원 단합과 체력증진은 물론 사회인 야구팀과 교류를 통해 소방을 널리 알리는 홍보대사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체계 갖추고 게임 집중하니 실력 쑥쑥
2교대 근무와 3교대 근무 팀이 섞여 있어 함께 모일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 한 달에 두 번 가량 모여서 연습하고 한 두 번은 게임을 진행한다. 1회 연습 시간은 2~3시간 정도다.
박성철 주장은 야구를 시작한 이후 “개인이나 소방서 차원에서도 상당히 큰 이득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초창기에는 불안한 실력이었죠. 과연 얼마나 잘할 수 있을까 의문도 들었어요.”
직원들은 근무일이 아니면 꼬박꼬박 훈련에 참가했다. 개인 레슨을 받는 직원도 있을 정도로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부천 양주 동두천 구리 소방서 야구단과 경기를 하다 보니 실력도 부쩍 늘었다.
“처음에는 오합지졸이었죠. 지금은 체계도 갖추고 일정정도 실력이 올라섰습니다.”
방철주 감독의 말이다.
이수석 코치는 “팀을 만든 지 얼마 안돼서 아직은 기술적인 면을 더 다듬어야 한다”고 말했다. 공격보다 수비에서 승부가 갈리는 사회인 야구단이다 보니 세세한 면의 훈련이 필요하다.
야구 할 때도 현장에서도 손발 척척
레드엔젤스의 강점은 뭐니 뭐니 해도 단결력이다. 현장에서 다져진 끈끈함이 경기에서 협동심으로 발휘된다. 집에 있는 시간보다 직장에서 함께 하는 시간이 많은 동료들이라 눈빛만 봐도 서로의 마음을 알 수 있다.
변내언 소방관은 “직장에서는 긴장하고 못했던 이야기도 운동하면서 나눌 수 있고 스트레스도 풀어 즐겁다”고 말했다. 야구하면서 서로 격려하고 일하며 못다 나눈 정도 느낀다.
현장에서도 야구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강원걸 소방관은 “야구단을 꾸린 이후 직원 간 우애가 돈독해 지고 현장 활동하면서 매우 부드러워 졌다”고 말했다.
응원차 야구장을 들른 전은숙 소방관은 “늘 긴장돼 있는 모습만 보다 자유롭게 운동하는 모습이 좋다”면서 내년에는 응원단을 꾸려 활동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소방관들은 사명감으로 어깨가 무겁다. 현장에서는 생명을 살려야 하고, 가족들에게는 슬픔을 줄 수 없기 때문에 자신의 안전도 스스로 지켜야 한다.
허주웅 소방관은 “불안하지만 제 일이고 좋아하는 일이니 열심히 한다”고 말했다. 이들에게 야구는 스트레스와 긴장을 푸는 좋은 친구다.
야구의 매력은 “딱!”
소방관들이 꼽는 야구의 매력은 뭘까. 김진수 소방관은 “배트에 공이 맞는 딱! 소리처럼 시원하게 스트레스가 날아간다”고 말했다. 박석완 소방관은 여러 명이 함께 하는 재미, 안영주 소방관은 다른 지역으로 가도 얼굴 볼 수 있는 친밀감을 매력으로 꼽았다. 문인호 소방관은 현장에서 부상 위험을 줄일 수 있게 운동이 되는 점이 좋다고 말했다. 열정적으로 그라운드를 달리는 붉은 천사들, 레드엔젤스의 마음은 겨울에도 뜨겁다.
미니인터뷰 - 등번호 99번, 99승까지 뛸래요
허주웅 소방관은 레드엔젤스의 에이스 투수다. 그는 “야구를 통해 팀워크가 좋아져 일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된다”면서 “지금까지 5승 했는데 99번 등번호 만큼 우승할 때 까지 열심히 하겠다”고 웃었다.
미니인터뷰 - 아빠가 야구해서 좋아요
안영주 소방관은 일산소방서에서 양주로 인사이동이 있었지만 여전히 레드엔젤스에서 뛴다. 연습이나 경기가 있는 날이면 가족들과 함께 야구장을 찾는다. 안 소방관은 아들과 공을 주고받으면서 “야구를 시작한 이후로 아이들과 더 친해져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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