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러 외우려고 하면 그렇게 어려웠던 영어단어, 팝송을 들으면 귀에 쏙쏙 들어오던 기억 있으신지요? 고양문화의집 ‘팝송교실’은 그런 추억을 가진 7080세대들이 예전에 자주 듣던 올드팝송을 다시 부르면서 영어와 친해지는 그런 강좌입니다. 학창시절로 다시 되돌아간 수강생들은 열심히 영어 가사를 따라 부릅니다.
비록 영어발음은 꼬이고, 흥에 도취하다보면 기타반주 따로 노래 따로 생각대로 되지 않지만 그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팝송교실을 자랑합니다. “세상에 이렇게 신나고 재미있는 강좌 있으면 나와 보라 그래.”
-영어시간이야? 음악시간이야? 노래를 부르는 동안 영어 저절로 익혀져
지난 목요일 오전, 고양문화의집 3층 문화관람실. 일렉기타의 화려한 연주에 맞춰 팝송을 생음악으로 부르는 분위기로 봐선 영락없는 ‘라이브 공연장’이다. 하지만 노래를 부르면서 그저 스트레스 해소를 하는 가벼운 강의라고 생각하면 오산. 이세주 강사는 즐겁게 팝송을 배우면서 우리와 다른 서양문화를 이해하고 더불어 영어실력을 키우는 것이 강의목표라고 한다. 이 날의 강의는 종강을 앞두고 지금까지 배운 팝송을 복습하는 시간으로 진행됐다. Hotel California, Surfin USA, Hang on sloopy, Detroit city 등 7080세대의 감성을 자극하는 올드 팝송을 연속해서 부르는 분위기는 딱 학창시절 음악시간 분위기. 30~70대까지 나이도 성별도 다른 수강생들이 하나가 되어 올드팝의 매력에 빠져든다.
고양문화의집 ‘팝송교실’은 팝송 한 곡을 정해 영어가사를 해석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예전 학창시절로 되돌아간 수강생들은 열심히 영어 문장을 익히고 가사를 따라 부른다. 이어 발음 교정, 콩글리쉬를 잉글리쉬로 바꾸기 위한 ‘입 풀기’ 시간이 이어지고 2부 강의는 신나는 가창시간. 가사에 담긴 감정을 살려 팝송을 부르는 순서로 강의가 이어진다. 이세주 강사의 일렉기타 반주에 맞춰 다같이, 때로는 앞으로 불려나와(?) 노래를 부르다 보면 어느 사이 2시간의 강의시간이 훌쩍 흘러가버린다는 수강생들. 그들이 팝송교실을 찾는 제일 큰 이유, 즐겁고 재미있게 즐기면서 영어를 배울 수 있기 때문이란다.
“팝송교실 원년멤버로 3년 째 수강하고 있어요. 매번 재수강을 신청하는 이유는 이세주 선생님이 늘 새로운 곡들을 강의하시기 때문에 매번 들어도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어서 재수강을 안 할 수 없지요. 그리고 또...콩글리쉬가 단번에 잉글리쉬가 될 수 있나요. (웃음) 아직 영어가 미흡해서가 또 다른 이유지요. 가사를 음미하다보면 박자 놓치고, 발음 꼬이고 그러면 기타반주와 노래가 뒤죽박죽 웃음이 터져 나오죠. 즐겁게 웃다 보면 스트레스도 풀리고, 올드팝송을 주로 부르니 학창시절 추억에도 젖어보고, 그러다보면 자연스레 영어도 익히고...팝송교실은 제게 활력을 되찾아주는 엔돌핀이죠.” (회장 이도혜 씨)
“직장을 퇴직하고 생활의 변화가 많았어요. 무료하기도 했고요. 그러다 직장생활 하느라 못했던 것들을 해보자 하고 시작한 것이 ‘팝송교실’이죠. 3년 째 팝송교실을 수강하고 있는데 지금은 팝송교실을 시작하지 않았으면 어떻게 했을까 싶을 정도로 제 삶의 활력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나이 들수록 인적 네트워크를 새로 쌓기 힘든데, 나이와 성별을 떠나 친구도 만들 수 있고...나이 들어 연주할 수 있는 악기 하나 있어야겠다 싶어 기타도 3년째 배우고 있는데, 나중에 기타 치면서 멋들어지게 팝송 한 곡 부르는 것이 꿈입니다.” (박영규 씨)
“저도 팝송교실을 수강한 지 3년 째 되네요. 영어를 다시 시작하기로 마음먹고 여러 곳의 영어강좌를 찾아다녔어요. 그런데 팝송교실이 있더라고요. 팝송을 해석하고 연음처리 등 이선생님이 잘 가르쳐주시니 영어실력이 많이 늘었어요. 일부러 단어 외우고 배우려고 하면 이 나이에 어렵잖아요. 팝송을 통해 영어배우기, 다른 주부들에게도 적극 권하고 싶어요.” (하수련 씨)
“제 나이가 70이에요. 직장암, 간전이암까지 2년 째 항암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죠. 몸이 아프니까 한없이 우울해져 즐거움을 찾으려다 팝송교실을 알게 됐습니다. 고교시절 동경하던 음악을 즐기는 동안 아픔도 잊어버렸어요. 팝송교실이 아니면 누가 환자인 내게 살갑게 말을 걸어주고 다가오려 하겠어요. 여기 오니 수강생들이 용기도 주고 웃음도 주니 오길 너무 잘했다 싶어요. 이만하면 아름다운 삶 아닙니까?” (임미대자 씨)
“호텔에서 24년 근무도 했고, 커피에 관심이 많아서 고양문화의집 ‘커피이야기’를 등록하러 왔었어요. 그러다 팝송교실을 알게 됐는데 매주 목요일이 기다려질 정도로 푹 빠졌습니다. 나이와 성별을 떠나 음악으로 공감하는 시간, 팝송만이 아닌 선배와 동료들의 좋은 이야기를 들으면서 인생 공부도 하는 그런 시간이죠.”(강미연 씨)
“인생을 즐겁게 살아보기 위해 팝송교실을 찾았어요. 학창시절 부르던 올드팝송을 부르는 동안 추억에 잠기기도 하고...요즘 잠시 시골에 내려가 있는데 매주 목요일 이 시간을 위해 올라올 정도로, 팝송교실은 제게 행복을 주는 시간입니다.” (박정임 씨)
-팝송교실 이세주 강사, 영어에 능숙한 경력 살려 인기강사 등극
이세주 씨는 항공사 승무원 사무장으로 20여 년 근무하는 동안 외국 출장이 잦았던 터라 영어회화에 능통하다. 또 대학 재학시절에는 그룹사운드 멤버로 활동했고, 60년 대 후반 미8군 그룹사운드로 활동할 정도로 다재다능한 경력을 가진 인물.
이런 경력을 살려 퇴직 후 2003년 4월 행신동 고양여성회관에서 ‘팝송영어’ 강사로 활동하게 된 그는 강좌를 통해 그가 가진 재능을 100% 발휘할 수 있었다. 대학시절 향수를 자극하는 7080 세대의 올드 팝송을 통해 쉽고 재미있게 배우는 영어 강좌는 주부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어 벌써 8년째 스테디 강좌로 자리 잡고 있다. 또 3년 전부터 탄현동 고양문화의집이 문을 열면서 이곳에서도 ‘팝송교실’강좌를 맡게 됐다. 고양문화의집 팝송교실 강좌 역시 인기 만점, 수강생들의 입소문을 타고 그의 강좌는 나날이 인기상승 중이다.
그날 강의할 곡의 음악적 요소는 물론 그 곡의 배경과 관련된 사연까지도 꿰뚫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2시간의 강의를 위해 그 몇 배의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는 이세주 씨. “요즘 학생(?)들 저보다 박식하고 노래 잘하는 학생이 많아요. 강사가 실력이 있는지 없는지 금방 들통이 나거든요.” 그는 글로벌 시대를 살아가는 주부나 직장인들에게 영어실력과 더불어 그들과의 문화적 차이를 알리는 일에 이전 직장생활 못지않게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단다.
이난숙 리포터 success6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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