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대와 서울대 미술대학의 학생 선발 방식이 달라진다. 서울대 미술대학은 2013년부터 모집정원 102명 전원을 수시모집 특기자전형으로 선발한다. 홍익대 미술대학은 실기고사를 완전 폐지, 그림을 잘 그리는 능력보다 창의적인 사고능력을 중요한 요소로 본다.
미대 입시의 큰 축이라고 할 수 있는 두 대학의 선발 방식이 달라지면서 미술입시의 경향에 점차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서울대 미대 100% 특기자 전형으로 선발
서울대 미대는 2013학년도부터 모든 모집정원을 특기자전형으로 선발한다. 서울대 미대 입시는 실기포함전형과 비실기전형으로 나뉜다. 실기포함 전형은 디자인학부, 동양화과, 서양화과, 조소과다. 1단계에서 기초소양 실기평가로 정원의 5배수를 선발한 후 2단계에서 학업능력과 학내외활동 및 면접 등 종합평가 전형으로 최종 합격자를 선발한다. 서양화과의 경우 포트폴리오 자료가 면접에서 참고 자료로 이용된다. 면접의 비중이 큰데, 1단계 기초소양 실기평가와 서류 평가 자료를 참고하여 심층적인 질의응답형식으로 진행된다.
단, 디자인학부와 서양화과는 수능 3개 영역에서 각각 3등급 이내의 최저학력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동양화과와 조소과는 수능 1개 영역에서 3등급 이내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디자인 학부 등 모든 학과에서 수리 영역은 반영되지 않는다.
디자인학부 정원 6명은 비실기전형으로 선발한다. 1단계에서 서류전형으로 3배수를 선발, 2단계 면접 후 최종 합격자를 선발한다. 단, 수능 2개 영역에서 2등급 이내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홍익대 미대 실기보다 창의적 사고력 우선
홍익대대는 2013년부터 실기고사를 완전 폐지한다. 홍익대 미대는 2009년 입시에서 이미 실기고사 대신 면접을 통해 자율전공 학부생 71명을 선발한 바 있다.
홍익대의 변화는 갑작스러운 것이 아니다. 지난 2009년 실기 전형에서 각종 의혹이 불거져 검찰의 조사로 이어지면서 ‘사교육만 살찌우는 실기고사 대신 실제로 창의력 있는 미술 인재를 뽑겠다’는 방향으로 학생 선발 방식을 차츰 변경해 왔다.
2013년부터는 서류와 면접으로 학생을 선발하는데 서류에는 미술활동보고서가 포함된다. 미술과 관련된 활동을 어떻게 해왔는지 보는 것이다. 내신의 중요성도 높아진다. 수시는 2등급 안팎, 정시는 2.5등급 안팎이다. 수능은 3등급 이내가 안정권이다.
서울대와 홍대 미대 입시의 변화가 말해주는 것
서울대 미대 응시 항목에는 ‘자기소개서’가 포함되어 있다. ‘서울대가 왜 당신을 뽑아야 하는 지 1천자 이내로 쓰시오’, ‘교외 활동 사항을 세 가지로 쓰시오’ 등이 그간 제시되었다.
실기에서는 추상과 구상 문제를 한 문제로 합쳐져서 나오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조선 시대 민화를 보여준 후 ‘현재 살고 있는 주거 공간을 제시된 이미지를 바탕으로 디자인하시오’라는 문제를 내는 식이다. ‘공간은 천천히 움직이고 있다. 시간은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그것을 상상해서 조형물을 만들고 아이디어 스케치를 제출하시오’ 와 같이 사고력을 테스트하는 유형이 제시되기도 한다.
홍익대 면접의 1단계는 미술소양평가다. 예를 들어 정선의 금강산전도를 제시한 후 조형물을 만들고 의도를 설명하라는 문제가 제시된다. 또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화가 이쾌대의 ‘파란 두루마기 입은 자화상’을 보여준 후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자화상을 그린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 묻기도 한다. 해당 그림, 미술사 등 전문적인 지식 없이는 통과할 수 없는 과정이다.
두 대학의 입시 전형의 변화가 말해주는 것은 기본적인 표현력의 바탕 위에 창의적인 사고능력을 갖춘 학생을 뽑겠다는 것이다.
실기는 꾸준히 관리, 다양한 활동으로 예술의 개념과 다양한 지식 쌓아야
고양시미술학원연합회 신희철 입시미술분과장은 “입학사정관제로 바뀌어도 실기의 중요성은 달라지지 않는다. 운동선수가 체력을 관리하듯 표현력은 꾸준히 일정 수준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입학사정관제가 도입되면서 기계처럼 반복해 그림을 그리는 방식의 실기 준비는 지양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거기에 덧붙여 “전시를 보고 토론하는 등 현대 디자인이나 예술의 개념, 미술에 대한 제반 지식들을 학교와 학원 이외 다양한 활동들을 통해 쌓아 나가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자신이 하고 싶은 분야에 대해 관심을 갖고 꾸준히 지켜보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자동차 디자인 분야에 관심 있다면 주요 디자이너의 작품과 특징을 꾸준히 지켜본다면 면접 시에도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 신희철 분과장은 또 “미술에 대한 막연한 생각을 갖고 시작했다가 상처를 받는 학생들을 보면 안타까웠다”면서 “자신이 왜 미술을 하고 싶으며 뭘 하려는지 뚜렷할수록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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