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장안의 화제인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의 한 대목.
드디어 마주앉게 된 두 주인공인 세종 이 도와 정기준은 일촉즉발의 긴장감 속에 그동안 가슴에 담아두었던 말들을 상대에게 쏟아낸다. 백성들을 위해 한글을 창제하였다는 세종과 그것은 결국 사대부를 겨냥한 왕권 강화책이 아니냐고 논박하는 정기준의 한마디 한마디는 비수보다 날카롭다.
진정으로 백성을 위하는 길은?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헤어지고 난 뒤다. 세종은 가슴에 박힌 정기준의 말들을 곱씹으며 진정 자신의 일이 백성을 위한 것인지에 대해 깊이 회의한다. 또한 정기준은 한글 창제가 실제로 백성들에게 필요한 것이 아닐까라는 고민을 하게 된다. 조선 500년 역사를 관통하는 왕권과 신권 대결의 한 단면에서 양 세력을 대표하는 두 영웅은 권력을 둘러싼 물러날 수 없는 한판 승부를 벌인다. 하지만 그 바탕에는 ‘진정으로 백성을 위하는 길이 무엇인가’라는 진정성이 깔려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드라마의 전개가 실제 역사적인 사실에 기반한 것인지에 대한 논란은 접어두자. 역사적 진실이 무엇이었든 권력 그 자체를 위한 권력 싸움에 머물렀다면 그렇게 오랜 세월, 그렇게 많은 사람의 지지를 받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교육 일선을 담당하는 사람들은 지금 어떠한 진정성을 가지고 있는가?
특목고와 일반고의 성적 향상도
최근 정부 발표에 따르면, 중3 성적을 기준으로 했을 때 특목고에 진학한 학생들의 성적 향상도가 일반고에 진학한 학생들의 성정 향상도보다 낮게 나온다. 결국 특목고에서 올리고 있는 대학 입시 실적들은 잘 가르쳐서라기 보다는 잘 하는 학생들을 모았기 때문이라는 상식이 다시 한번 확인된 것이다. 그 과정에서 본인에 맞지 않는 선택을 한 학생들은 학습 능력이라는 점에서는 오히려 후퇴를 하고 있는 것이 공교육에서 펼쳐지고 있는 안타까운 현재 상황이다. 문제는 이런 일이 학원에서는 더욱 심하게 재현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잘 가르치기보다 잘하는 학생 모으는 경쟁
진정으로 학생을 위하는 학원의 모습은 어떠해야 하겠는가?
너무 추상적인 얘기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성적 향상에 초점을 맞춰 보자. 학원은 이를 위해 최상의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모든 힘을 쏟아야 한다. 좋은 교재와 강의 기법, 최선의 커리큘럼과 학습 관리 방법을 갖추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런데 실상은 어떠한가?
아직도 많은 학원들이 학생들을 잘 가르쳐서 성적을 올리는 것보다는 잘하는 학생들을 모으는데 몰두하고 있다. 그래서 학생들이 소화하든 못하든 경쟁적으로 무리한 선행 프로그램들을 제시한다. 다른 학원보다 더 많은 과정을 동시 진행한다고 광고한다. 무한 학습이라는 미명하에 검증되지 않은 희한한 이름의 프로그램들이 팔리고 있다.
공장식 학습 모델은 하루 빨리 사라져야 한다.
우리의 소중한 아이들이 컨베이어벨트 돌아가는 생산라인에서 만들어지는 가전제품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장식 학습 모델이 아직도 성행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실제 그 속에 있는 학생들은 갈수록 지쳐가는 데도 불구하고 겉으로 보이는 빠른 진도표와 다양한 상차림에 현혹되어 경쟁에서 앞서간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잘 하는 학생을 따라 그렇지 못한 학생들이 옮겨다니기 때문이다. 한 두명이 소화할 수 있을까말까 하는 프로그램을 수십명의 학생들이 따라 하면서 ‘나도 언젠가는 저렇게 잘 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착각을 하고 있다.
자신에 맞는 방법을 통해 누구나 1등급이 가능
실제로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어처구니 없는 프로그램에서 허덕이다 탈출하여 자신의 현재 준비정도에 맞는 진도와 난이도를 통해 점차 성적이 향상되고, 끝내 1등급에 이르는 경우를 많이 본다. 더 중요한 것은 현재 최상위권 성적이 나오는 학생에게도 공장식 학습 모델은 맞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워낙 잘하는 학생이기에 잘못된 방식으로 공부해도 버틸 수 있었던 것이지, 올바른 학습 방법을 채택한다면 같은 시간 내에 더욱 커다란 실력 향상이 가능한 것이다.
진정으로 학생을 위하는 길
스스로 곰곰이 생각해보고 차근차근 의문점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에서 진짜 수학 실력이 쌓인다. 내신이든, 수능이든, 수리논술이든 어떤 문제를 만나도 해결이 가능하다. 이것이 공부의 유일한 원리이다. 이것을 깨닫고 몸에 배도록 도와주는 것이 학원에서 할 일이다.
다행인 것은, 전반적인 학원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진정성을 고민하는 선생님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교육적 가치는 외면한 채 그저 돈벌이 수단으로만 운영하던 학원들이 발을 빼면서 그 영향력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그저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켜오는 선생님들의 무게감이 커지고 있다.
세종과 정기준의 논쟁이 권력을 위한 권력 싸움이 아니고 진정으로 백성을 위하는 길을 모색하는 과정이었듯이, 모든 학원 선생님들의 열정이 단순한 돈벌이 수단이 아니라 진정으로 학생들을 위하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둘러싸고 더욱 치열하게 불타오르기를 기대한다.
베리타스룩스메
최재용 원장
서울대 졸업
19년간 대학 입시 지도
031-911-0796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