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없다면 험난한 세상의 다리를 어떻게 건널 수 있을까요. 어려울 때일수록 음악은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고 사랑을 받습니다. 이번 주 문화센터는 그랜드아카데미의 하모니카반을 찾아갑니다. 마음을 울리는 추억의 소리, 하모니카의 음색에 함께 취해보시죠.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휴대 간편하고 악보 없이도 불 수 있어
입으로 바람을 불고 마시며 소리를 내는 하모니카는 듣는 이에게 아련한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악기다. 두 손에 쏙 들어가는 작은 크기, 쉽게 음을 낼 수 있는 단순함으로 다가가기 쉬워 널리 사랑받는다. 그러나 하모니카를 배우는 이들은 ‘알고 보면 참 어려운 악기’라고 입을 모은다. 흔히 알고 있는 세로로 두 칸씩 나뉜 악기는 트레몰로 하모니카다. 복음하모니카라고도 불리는데 울리는 소리가 특징이다. 장조 별로 종류가 있는데 C장조 하모니카가 가장 널리 사용된다. 다이아토닉 하모니카는 블루스하프하모니카라고도 불린다. 밴딩 주법을 이용해 부는 것으로, 시각장애인 하모니카 연주자로 알려진 전제덕 씨도 다이아토닉 하모니카를 사용한다. 크로메틱 하모니카는 가장 큰 종류로, 피아노처럼 검은 건반이 있다. 레버를 당기면 반음을 연주할 수 있어서 초보자가 배우기에 어려운 종류이기도 하다.
크기가 작아 휴대가 간편하고, 악보를 볼 수 없어도 숫자보를 보며 연주 할 수 있는 것은 하모니카의 공통된 장점이다.
1시간에 한 곡씩, 향수를 연주한다
신현선 강사는 “노래를 못하는 분들, 보여줄 만한 특별한 장기가 없는 분들이 한 곡 정도 불면 향수를 느낄 수 있는 악기”라고 하모니카의 매력을 말했다. 박자관념이 없더라도 멜로디를 잘 아는 곡을 선택해 불면 근사한 연주곡을 완성할 수 있는 것이 하모니카의 장점이기도 하다.
그랜드문화센터 하모니카반은 분위기가 따뜻한 교실로 소문났다. 2년째 진행되고 있는 인기강좌로, 꾸준히 배우면 멜로디에 반주를 넣어 연주하는 수준까지 익힐 수 있다. 동요에서 가곡 트로트와 발라드까지 배운다. 쉬운 곡은 1시간, 어려운 곡은 2시간 이상 걸리기도 한다. 12월 등록 회원은 10여 명인데 1년 이상 하모니카를 배운 이들이 많다. 여러 음이 소란하지 않게 어울리는 하모니카처럼 잔잔하게 화합하는 교실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회원들은 매달 한 차례씩 식사 모임을 갖는다. 40대에서 70대까지 있어 인생 선배들의 알뜰 살림법 등 생활 노하우를 듣는 일도 적지 않은 재미다.
여럿이 함께 불면 더 좋은 악기
이들이 독학보다 문화센터를 택한 이유는 혼자 하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다.
강명숙 씨는 고등학교 때부터 하모니카를 배우고 싶었다. 10년 전 하모니카를 2년 쯤 배우다 직장에 다니면서 포기, 최근 다시 시작해 열심히 연마하고 있다. 그는 “혼자 불다 보니 버릇이 나쁘게 들었는데 문화센터에 나와서 고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베이스를 거의 못했는데 문화센터 강의를 들으며 알게 됐다. 박자 맞추는 노하우, 숨이 벅차게 되는 문제 등 혼자서 넘기 힘든 난관을 극복했다. 가장 좋은 것은 자기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다. 아이 셋을 낳고 기르면서 접어야 했던 악기의 꿈을 되찾을 수 있어 기쁘다. 강 씨가 가장 즐기는 하모니카 곡은 ‘섬마을 선생님’과 동요 곡이다.
김주현(가명) 씨는 유일한 남자 회원으로 “아름다운 선생님과 회원들 사이에서 아주 행복하게 하모니카를 배우고 있다”며 밝게 웃었다. 김 씨는 퇴직 후 배울 악기를 찾다가 하모니카를 알게 됐다. 소음에 민감한 아파트에도 하모니카는 잘 어울린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호흡 연습하다보면 폐활량 커져
악기는 배우는 이들마다 성향이 다르다고 한다. 신현선 강사는 “하모니카반 회원들은 마음이 여리고 따뜻하다”고 말했다. 인터뷰 내내 회원들은 금세 얼굴을 붉히며 자신의 짧은 연주 이력을 부끄러워했다. 1년을 배우고도 가족들 앞에서 연주해 본 일이 없을 만큼 수줍은 회원들이다. 그러나 악기란 것이 꼭 남들 앞에서 보여주기 위해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회원들은 “마음이 울적한 날 하모니카를 꺼내 불다 보면 다시 기분이 좋아진다”고 말했다. 어쩌면 이들은 자기 자신과의 내밀한 대화를 이 작은 악기를 통해 하는지도 모른다.
하모니카를 통해 건강을 되찾기도 한다. 하모니카는 호흡 훈련이 중요한데 꾸준히 하다 보면 유산소 운동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악기로는 유일하게 마실 때도 소리가 난다. 숨을 내쉬고 들이마시는 일은 인간이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다. 부는 호흡에 비해 들이 마시는 호흡에 정성을 들이기는 쉽지 않은데, 하모니카를 꾸준히 연주하면 두 호흡이 모두 길어진다. 폐활량이 좋아지면서 연주 할 때도 멜로디를 더 아름답게 낼 수 있다.
노래 대신 하모니카
남들 앞에서 피치 못하게 노래 한곡을 해야 할 경우에도 하모니카는 좋은 벗이 되어준다. 장숙희 씨는 “어지간히 노래를 못해서 노래방에 간다고 하면 도망갈 정도였다”며 웃었다. 그는 “하모니카를 배우면 음악을 가까이 접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추정열 씨는 “나이 들어서 악기 하나라도 다룰 수 있다는 성취감”을 느끼고 싶어 하모니카반의 문을 두드렸다. 인원수가 적으니 가족적이고, 악기도 큰 소리가 아니니 같이 합주하기에 좋다. 그는 주변 사람들에게는 하모니카를 배운다는 사실을 비밀에 부치고 있다. “한 곡이라도 완전히 소화하게 되면 알리고 싶다”며 수줍게 웃었다.
유미숙 씨는 백발의 할머니가 하모니카를 부는 모습에 부러움을 느꼈다. 그는 마음이 답답할 때는 한 번씩 자신 있는 곡을 골라 분다. 그는 “얼마 전 가족 모임에서 하모니카를 배우는 시숙님과 함께 연주를 하니 반갑고 동질감 있어 좋았다‘면서 ”누가 더 잘하는지 연습해서 시합하기로 했다“면서 밝게 웃었다.
갈라지는 듯 모이는 하모니카 음처럼 사람들 사이에서 따로 또 같이 즐길 수 있도록 돕는 하모니카의 매력은 끝이 없다.
하모니카반 신현선 강사
“악기 전문점에서 소리 듣고 고르세요”
신현선 씨는 “작지만 아름다운 소리로 귀를 즐겁게 하면서 마음을 움직이는 악기”라고 하모니카를 칭찬했다.
하모니카를 고르는 노하우는 ‘소리를 듣고 고르는 것’이다. 너무 저렴한 종류는 악기 상태가 좋지 않은 경우가 있으므로 악기 전문점을 찾아 소리를 들어보고 선택하는 것이 노하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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