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러브스토리... 재수 시절 이야기다. 그때는 수능 끝나고 대학별 본고사를 준비하던 시절이었다. 한 해 동안의 재수가 거의 끝나갈 무렵인 11월경에 한 여학생이 입학을 했다. 거의 끝물에 새로 재수학원에 들어온 여학생이 언뜻 이해가 되지 않아 친구들은 소곤소곤 거렸다. 한눈에 반한 그녀는 그저 평범한 옷인데도 얼굴은 환하게 빛나고. 게다가, 눈은 반짝반짝 빛나는 게 참 예사롭지 않았다. 그래도 고백을 할 수가 있나요?. 마음속으로만 좋아했고. 조용히 공부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시간은 흘러, 나는 대학에 입학을 하였고 까맣게 잊었던 그 여학생을 교양과목에서 발견하였다는 완전 정장차림의 변신한 아가씨였다. 변신이 아니라 그게 본 모습이었을 거다. 이때다 싶어 여러 작업(?)의 노하우를 발휘하여 여학생에게 접근하는데 성공했고 어찌나 짜릿한 기분이던진 사랑의 감정이 이런 거구나 싶었다.
대화를 하면서 알게 된 것은 재수생이 아니라는 사실. 춘천의 한 여고를 졸업할 예정이었는데, 수능에서 춘천 전체수석을 하였고, 이 아이를 S대학교에 진학시키기 위해서 학교에서 재수학원에 위탁교육을 시킨 것이었다. 그러니까 고3 학생이 재수생들과 끼어서 공부한 것이다. 대학에 들어와서도 줄곧 공부만 하였는데 제가 작업(?)을 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도서관에서 그녀의 앞자리에 자리를 잡고 공부를 하는 것뿐이었다. 얼마나 힘들던지..
그녀는 얼마나 시종일관 성실히, 열심히, 꾸준히 하던지 그녀에게서 배운 것은 최고의 공부 자세는 겸손이라는 것이었다. 그 후 어찌어찌하다가 저는 군대에 가게 되었고, 남자가 군대를 가면 러브스토리의 그 뒷얘기는 어떻게 되는지 다들 아시지요? *^^*
두 달 전쯤에, 제가 운영하는 학원에 희숙이가 입학을 하였다. 중3때 제가 잠깐 지도하였던 인연이 있는데 이번에 다시 만난 것이다. 희숙이는 고등학교에 전체수석으로 입학을 하였고, 지금도 유지하고 있다. 같은 반 아이들도 잘하지만 희숙이 만큼 잘하지는 않는다. 강의는 쉬우면서도 심화로 가는 수준이더라도 다 알고 있는 희숙이에게 미안할 때가 있다. 그런데도 수업을 아주 꾸준히 들어주고, 하라는 숙제는 다하고, 스스로 하는 공부량도 많고. 시험전날까지도 출석을 하여서 하라는 대로 다 하는 걸 보면 너무나 기특하다.
수학시험을 마치고 문자를 보내왔다. 서술형에서 별 문제만 없으면 100점을 받을 것 같다는. 어찌나 흐뭇하던 지요. 제가 이 아이에게서 배운 것은 ‘겸손’이다. 더군다나 저의 썰렁한 농담에 가장 크게 웃어주고, 반응하고 그럼에도 더욱더 열심히 가속화시켜 공부하고. 사소한 것도 놓치지 않고, 작은 것에도 주의하며 치밀하고 치열하게 질주하는 모습을 보면서 18년 전 그녀를 떠올렸다. 떠올린 김에 궁금하여 네이버를 검색해보니, 치과병원을 운영하는 원장이 되어 있다.
얼마 전에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선영이에게서 문자 한통을 받았다. “선생님, 오늘부터 학원 안 갈게요. 시험 끝나고 갈게요” 물론 시험이 얼마 안 남아서 혼자 공부할 것이 많다는 의미이다. 혼자 결정하고, 그 결정 사항을 선생님께 간단히 통보해왔다. 어머니와 통화를 한 후에 내린 결론은 선영이의 예민해진 감수성을 건들지 않기로 했다. 선영이도, 학교에서 전교권 안에 드는 소위 공부를 잘하는 아이다. 반에서는 일등을 하고, 전교에서는 10등 이내를 유지하는데 요즘 들쭉날쭉하다. 수학시험에서 한두 개를 틀리는 패턴인데, 지난번 중간고사에서는 백점을 맞아서 칭찬을 들었다. 최상위를 향한 가장 강력한 질주는 겸손하게 노력하는 것. 정말 최종적인 승리는 끝까지 일관되게 성실하게 노력하는 것에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지만, 선영이는 이미 그 정도는 알고 있다고 말하는 듯 했다.
재수시절 만난 주변사람들의 모임을 18년간 지속해 오고 있다. 이중에는 한의사도 있고 대형병원의 대표원장도 있고, 국내 잘나가는 S전자 책임연구원, 잘나가는 작가도 있다.
내가 이 사람들에게서 배운 것은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아니 이미 올라섰어도 체화되어 있는 겸손하게 노력하는 자세이다. 섣부른 판단인지 모르겠지만 선영이는 최고가 되기에는 아직은 어설픈 프로라는 생각이 든다. 전국권에 들고도 겸손한 아이들이 있다는 점에 비추어보면 비록 전교권에 들지만 아마추어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선생님이 어설픈 프로를, 한 시대를 풍미할 수 있는 작품으로 만들어 보겠다는 각오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준다면 행복할 것 같다.
고등부 수학전문 드림라이너
원장 김성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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