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약사밴드 ‘나르코틱스(Narcotics)’

약사들의 유쾌한 반란, ‘약밴을 아시나요?’

지역내일 2011-12-18

약사들이 유쾌한 반란을 꿈꾸고 있다.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하루 종일 약국경영으로 바쁜 그들이 밴드를 결성해 주위를 놀라게 하고 있다. 대학생 딸을 둔 50대 가장부터 갓 약사가 된 20대 청년까지, 세대를 아우르는 약사들의 밴드 ‘나르코틱스(Narcotics)’를 소개한다. 그들을 만나러 간 늦은 밤 9시, 스튜디오 ‘락’에서는 생애 첫 공연을 앞둔 나르코틱스의 열정적인 무대가 펼쳐졌다.


열정만은 우리가 최고
컴컴한 통로를 지나 터질 듯한 비트소리가 울리는 지하 연습실에 도착했다. 그 안에 막바지 연습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나르코틱스’ 밴드가 있었다. 문준석 약사가 힘찬 드럼과 기타, 키보드 연주에 맞춰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를 열창하고 있다. 여러 악기에서 뿜어내는 강렬한 연주와 퍼포먼스가 완벽하진 않아도 음악에 대한 열정만은 어느 밴드 못지않다. 팀을 이끌고 있는 드러머 송경재 약사는 “신향순 약사와 대학 동문인데, 음악에 대한 갈증이 있어서, 밴드를 해보자고 제의했다”며 일화를 소개한다. 신향순 약사와 홍종호 약사, 그리고 대학후배인 최일혁 약사가 흔쾌히 동참하면서 약사들의 밴드가 결성됐다. 그것이 ‘나르코틱스’ 밴드의 시작이었다.


중독성 강한 ‘나르코틱스’
창단한지 1년 반이 넘은 ‘Narcotics’는 아이러니하게도 ‘마약’이라는 뜻이다. 송경재 약사는 “중독성 강한 밴드라는 뜻이에요. 원래는 톡식으로 하려고 했는데, TV 프로그램에 나오는 밴드 이름이랑 같더라고요. 그래서 비슷한 뜻을 가진 ‘나르코틱스’로 정했죠”라고 설명한다.
나르코틱스의 멤버는 20대부터 50대까지 연령층이 다양하다. 모두 중독성 강한 밴드 음악에 빠진 이들이다. 그래도 팀의 주축이 되는 멤버는 50대의 창단 멤버들이다. “송경재(드럼), 신향순(키보드), 홍종호(기타), 최일혁(보컬) 이렇게 네 명이 밴드를 이끌고 있죠”
나머지 멤버는 고양시 약사회를 통해 합류한 20대의 문준석(보컬), 이종봉 약사(베이스 기타)와 40대의 강영숙(보컬), 박경숙(보컬) 약사이다. 지금은 9명의 약사들이 매주 수요일마다 모여 연습을 하고 있다. 송경재 약사는 “약사밴드로는 전국에서 두 번째”라며, 자부심을 드러낸다.


삶의 활력과 젊음 되찾아
나르코틱스를 만든 송경재 약사는 성균관대학교 약사밴드 Pharos (등대)를 창단한 장본인이다. 30년 동안 밴드활동을 해온 그는 지금도 후배들과 정기 공연을 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해 약사밴드를 창단했다고 한다. “저에게 음악은 최고의 행복이에요. 먹고사는 것만 해결되면 음악 해야 돼(웃음).” 기타를 치고 있는 홍종호 약사도 대학시절 밴드 활동을 했던 터라 누구보다 음악에 대한 그리움이 컸다. “20년 동안 계속 갈망했는데, 가슴 한구석에 잠자고 있던 열정이 되살아나 이렇게 내 삶에 활력이 준다”고 말한다. 오랫동안 바이올린과 합창을 해 온 신향순 약사는 “키보드는 처음이라 새로운 도전 과제였지만, 밴드 활동을 통해 즐거움과 젊음을 되찾았다”고 한다. 강영숙 약사는 “이 나이에 열정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있어 좋다”며, “음악과 함께 하니 무료할 틈이 없다”고 말한다.
고양시 약사회 부회장인 최일혁 약사도 밴드 활동을 통해 얻은 게 많다. “하루 종일 폐쇄된 공간에 있다가 이렇게 노래하면 흥에 겨워 스트레스가 절로 풀려요(웃음).”


12월 2일 첫 무대에 올라
나르코틱스 밴드는 지난 12월 2일 저녁 문예회관에서 첫 선을 보였다. 그동안 틈틈이 연습해온 연주 실력으로 ‘고양시 약사회 자선송년음악회’의 대미를 장식했다. 특히 이날 행사는 어려운 아이들과 1촌을 맺는 자리라 더욱 의미 있었다. 이날의 연주는 ‘Dancing Queen’ 외 나 어떡해, 사람이 꽃모다 아름다워, 여행을 떠나요, 사노라면, 너에게만, 사랑해요 등의 7080 음악이다.
강영숙 약사는 “그동안 늦은 귀가로 가족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기로 했지만, 첫 공연을 앞두고는 가족모두가 하나 된 마음으로 손꼽아 기다렸다”고 한다.
박경숙 약사는 “저마다 사는 곳도 다르고, 약국도 다르지만 음악이라는 공통된 관심사로 똘똘 뭉쳤기 때문에 성공적으로 공연을 마칠 수 있었다”고 회상한다.


우리지역 대표 ‘실버밴드’가 될 때까지
조금은 무료했던 삶에 새 인생을 찾아 준 밴드활동. 홍종호 약사는 “꿈을 갖고 있지만, 선뜻 시작하지 못하는 분들에게 본보기가 되고 싶다”며 “이 열정이 사그라지지 않도록 더 열심히 연주하고 싶다”고 한다. 신향순 약사는 “내 꿈은 실버밴드예요. 이대로 계속 10주년 20주년을 맞이해가면서 할머니가 되어서도 무대에 오르고 싶어요. 노래하면서 즐겁게 보내는 노후, 생각만 해도 멋지잖아요(웃음)?”라며 웃는다.
송경재 약사는 “앞으로 더 많은 약사들과 함께, 음악으로 호흡하고, 나눔을 실천하는 우리 지역의 대표 밴드가 되고 싶다”며 밴드활동의 포부를 밝힌다. 
이남숙 리포터 nabisu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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