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맞는 단계별 영어학습법

지역내일 2011-12-18

며칠 전 필라델피아로 이민을 간 (민)지홍이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담임선생님이 뵙자고 해서 학교에 갔더니 영어를 어디서 어떻게 배웠는지 지홍이는 ESL과정이 필요 없겠다고 하셨단다. 너무 기쁜 마음에 영어를 처음 배운 필자의 학원으로 고맙다는 전화를 하신 것이었다.
지홍이를 만난 것은 5세 때였다. 그 당시 필자는 영국에서 공부를 마치고 돌아와서 어떻게 하면 영어를 재미있고 효과적으로 가르칠지를 고민하던 신출내기 선생이었다. 그때 어린 지홍이와 함께 오셔서 어떤 식으로 가르치는지 물어 보셨던 지홍이 어머니. 상담 경험이 없는 나는 서툴지만 이런 식으로 가르칠 거라고 모델수업을 아이랑 함께 보여드렸다. 처음에는 약간 어리둥절해 하셨지만 좋아하셨던 기억이 난다. 무엇보다도  지홍이가 아주 좋아해서 어머님에게 믿고 맡겨보라고 큰 소리 쳤었다. 지홍이의 성격과 성향에 맞는 영어로드맵을 만들고 수시로 상의 드리면서 무려 7년을 함께 했다.
  
위의 지홍이에게 적용한 수업법을 들어 필자가 생각하는 흥미 있고, 재미있으며, 알찬 영어공부법을 제안해보고자 한다.
 첫째, 영어를 배우는 환경에 주목하고 싶다.
우리는 ESL(영어가 제2모국어) 환경이 아니라 EFL(영어가 외국어)환경에서 영어를 배운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ESL 환경은 필리핀, 싱가포르, 인도 등 영어의 노출이 많은 곳이다. 반면 우리나라, 일본, 프랑스 같은 EFL 환경에서는 영어를 평상시 사용할 수 있는 횟수가 제한적이다. 대부분의 영어학습은 ESL에 근간을 두고 있어서 주입식으로 강요하면 자칫 아이들이 영어는 지겹고 재미없다는 생각을 가질 수도 있다.
다양한 교수법들이 있지만 EFL 환경에서는 Krashen, Terrel박사가 제안한 ‘자연적 접근법(Natural Approach)’ : 외국어를 모국어 배우듯 반복하여서 듣고 의미를 파악한 다음 말하기 읽기 쓰기에 접근, James Asher박사의 ‘전신반응학습법(Total Physical Response)’:학습자가 이해 못하는 말을 행동으로 보여주고 이해를 하면 학습자가 말과 행동을 직접 해보는 방식, ‘의사소통중심언어교수법(Communicative Language Teaching)’:수퍼마켓, 약국, 병원, 공항 등 상황을 설정하여 상황에 맞는 언어를 학습하는 방식 등의 교수법을 근간으로 언어의 4가지 영역(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에 다가가는 방법이 효율적이다.
또한 EFL환경에서는 부족한 영어노출 환경을 늘리기 위해 가정에서의 연계학습이 필요하다. 학원에서 학습한 내용을 큰소리로 읽어보고 가정에서 파트너 역할을 해 줄 수 있는 경우는 금상첨화일 것이다. 예를 들어, 영어 회화교재로 대화의 역할을 번갈아 가면서 주고받는 역할 훈련을 하면 된다. 단 이 경우에 학습 당사자인 학생은 어떤 경우든 영어로 말하고 대답해야한다. 교재에 나온 문장으로만 훈련해도 꾸준히 하면 많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둘째, 학습자의 적성, 성격, 성향을 고려해야한다.
필자는 하루에 10건 이상의 상담을 하는데, 상담을 받은 학생들이 다 똑 같을 수가 없다.  모두에게 같은 방식의 수업을 강요할 수는 없다. 가능하면 학습자의 성격과 성향에 맟추어서 학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방법을 찾아야 한다. EFL 환경의 학습자들은 가는 방법과 방식이 다를 뿐이지 최종목표는 언어의 4가지 영역을 잘 하는 것이다.
셋째, 학습자의 단계별 맟춤 학습을 갖자.
대부분의 부모님들은 우리 아이들이 영어를 잘 해서 높은 단계에서 공부하기를 바라신다. 그런데 실력보다도 무조건 높은 반을 요구하시는 분들이 있으시다. 그래서 정확한 상담은 매우 중요하다. 시험 결과로만 학생의 레벨을 정하는 것은 안타깝다. 상담 시 아이의  듣기, 말하기, 쓰기, 읽기 4가지 역량을 잘 파악해서 그 아이에 맞는 단계를 주는 것부터 중요하다. 상담 내용을 담당선생님께 전달하여 수업 시 학생의 장점과 단점을 잘 파악하여 이끌어 줄 때 최고의 결과가 나올 것이다. 그리고 상담 시 못 보고 놓쳤던 부분을 담당선생님이 수업에서 파악한 다음 학습로드맵을 만들면 실패할 확률이 적을 것이다. 파닉스도 안된 학생에게 책을 읽고 문제를 풀고 독후감을 써 오라면 과연 정답이 될 수 있을까?  학습을 하는 과정에서도 학습자의 장단점을 파악해서 잘하는 부분은 강조하고 잘 못하는 부분은 보강하면서 학습자의 학습진도에 맞추어 학습량을 늘려야 할 것이다.


이처럼 EFL환경에서의 영어 공부는 날마다 밥을 먹는 것과 같다. 너무 급하게 먹으면 탈이나고 너무 적게 먹으면 영양실조가 걸리는 것처럼 꾸준히 적당해야 한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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