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고등학생들은 바쁘다. 학교에서는 학과 공부, 학원에서는 선행학습과 심화 보충, 주말에는 자원봉사를 하며 틈틈이 진로에 맞는 취미 활동과 시험 스케줄까지 소화해야 한다. 일상이 스펙이고 관리 대상이다. 이러니 언제 하늘 한 번 올려다 볼 틈이 있을까!
백신고등학교(교장 노재룡) 천문동아리 한국우주소년단은 ‘그래도 하늘 한 번 보자’고 말하는 친구들이 모인 곳이다. 김정애 지도교사는 “공부를 잘하건 못하건 하늘과 천문학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열정과 호기심으로 모여서 격려하는 동아리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천문 동아리 한국우주소년단은 별을 사랑하는 마음과 호기심으로 반짝거린다.
고양시의 유서 깊은 천문동아리
백신고등학교에서 한국우주소년단은 야크로 불린다. 영어 명칭인 영 애스트로넛츠 코리아(Young Astronauts Korea)의 알파벳 첫머리를 딴 것이 야크(YAK)다. 1994년에 생겨난 동아리가 본격적으로 활성화된 것은 2002년이었다. 아마추어천문학회에서 적극 활동하던 김재진 당시 지구과학 교사가 천문관측 중심의 동아리로 탈바꿈시켰다. 그 뒤를 이은 김정애 , 김형오 지구과학 교사가 학생들과 함께 호흡하고 있다.
18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고양시의 유서 깊은 천문동아리로, 해마다 관측대회에서 수상을 하는 실력을 자랑한다. ‘사람들에게 보다 친숙하게 다가가서 천문학은 어렵다는 편견을 버릴 수 있게 돕고, 미래의 천문학 발전에 기여한다’는 목표로 학생 30여 명, 지도교사 2명이 열정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학생들은 평소 날씨가 맑은 날 저녁시간을 이용해 꾸준히 관측을 하고 있다. 토요일 계발활동 시간에는 망원경 조립과 설치 방법에 대해 배우고 연습한다. 천문학 관련 수업도 진행한다. 김정애 교사는 “야크 학생들은 망원경 설치의 달인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별에 관심 있는 친구들은 교사인 나보다 별과 별자리 이름을 더 많이 알고 있다”며 “청출어람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친구들”이라고 말했다. 별에 관심 있는 학생들은 선후배와 친구들에게 서로 배우며 가르친다. 학교를 떠나 주말 관측도 자주 다니다 보니 사이가 돈독하고 분위기가 따뜻하다.
동아리에서 별의 신기함에 눈뜨다
처음부터 별에 관심 있는 학생들만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 1학년 박예서 군은 물리학에 관심이 많았지만 관련된 동아리가 없어서 야크에 가입했다. 박 군은 천문 관측을 하면서 별에 대해 전에 없던 관심이 생겼다. 관측 대회에 나가 처음 보는 망원경을 접하고 토성도 봤을 때 놀라운 기분을 아직도 기억한다.
2학년 고현준 양은 하늘에 반짝거리는 것은 다 위성인 줄 알고 있었다. 고 양은 “의외로 관측할 수 있는 별이 많다는 것이 신기했다”고 말했다.
김정애 교사는 “주말에도 시간을 내서 관측 대회에 나가는 등 하는 일이 많아 힘들지만, 동아리를 맡아주어서 고맙다는 학생들을 보며 안 맡을 수 없다”고 토로한다. 관측 동아리 활동을 하며 달라지는 학생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일도 뿌듯하다.
2학년 김지영 양은 동아리 활동을 하며 진로를 바꿨다. 관측을 하고 선배들에게 배우면서 천문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 물리치료사를 꿈꿨지만 이제는 천문대에서 학생들에게 별에 대해 설명하고 보여주는 일을 하고 싶다.
천문대회, 관측봉사 등 외부활동 활발
야크는 해마다 천문관측대회에 참여한다. 올해는 5월에 서울에서 열린 대한민국 별 축제, 10월 고양 호수공원에서 열린 꿈돌이 과학축제에 다녀왔다. 대한민국 별축제에서는 ‘도전 골든별’이라는 퀴즈대회에 참여, 2학년 김가람 학생이 수상을 하기도 했다. 꿈돌이 과학축제에서는 망원경을 설치하고 천문에 관심 있는 어린이들에게 태양과 흑점을 보여주며 설명을 해주었다. 학생들은 “어린 아이들에게 저희가 가진 지식을 나누어 줄 수 있어서 보람을 느꼈다”고 그때를 회상했다.
천문대 견학도 진행한다. 지난 10월에는 양평 국제천문대에서 플레이아데스 성단과 안드로메다 은하를 관측했다. 지역의 저소득층 어린이 공부방을 찾아 천체관측 봉사활동도 벌인다. 어린 학생들의 공부를 도와주고 별자리 판 만들기 활동으로 별자리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친구들아 별 헤는 여유를 갖자
학생들이 자발적인 열의로 꾸려가다 보니 좌충우돌 에피소드도 많다. 부단장 김륜형 군은 별 축제에서 망원경을 보다 성단을 찾았다고 친구들에게 알렸다. 그러나 그 성단은 행사장의 먼지로 밝혀져 한바탕 웃음으로 마무리했다. 천문 대회 행사장에서 낮과 밤 기온 차로 망원경 안에 이슬이 생겨 관측에 차질이 생긴 일 등, 야크 회원들은 즐거운 추억들을 간직하고 있었다.
어려운 순간도 많다. 김형오 교사는 “별자리 관측 하려고 떠났다가 갑자기 날씨가 바뀌어 목성 하나만 관측하고 돌아올 때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래도 학생들은 관측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는다. 맑은 날 밤이면 지도교사들을 찾아와 “날 좋은데 별 한번 보자”며 조른다.
교사들은 사랑스러운 제자들의 청을 쉽게 거절하지 못한다. 요즘 고등학생들에게 별 한번 바라보는 여유가 얼마나 소중한지 알기 때문이다.
“친구들이 하늘을 많이 들여다보면서 여유를 알았으면 좋겠어요. 또 저희는 많이 봤으니까 앞으로는 평범한 시민들에게도 더 많이 보여드리고 싶어요.”
올 해 단장을 맡은 2학년 김민정 학생의 말이다. 별을 바라보며 이름 하나 외우는 지식이 아닌, 하늘 올려다 볼 줄 아는 여유를 배워가는 우주소년소녀들 야크. 그네들 말처럼 쌀쌀한 겨울 밤, 별 한번 헤어볼까.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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